친환경 에너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 발전은 대체로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잡음 및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태양광 발전 시설 관련 산사태다. 워낙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측면도 있지만, 태양광 발전의 무분별한 난립과 관리부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기도 했다. 심지어 1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장마철이 찾아왔음에도 재발방지를 위한 확실한 조치는커녕 보수조차 되지 않은 채 방치된 곳이 적지 않다. 이에 <시사위크>는 지난해 산사태 피해를 입은 충남 금산, 전북 남원·장수 지역을 돌아보며 태양광 발전 현장의 각종 난맥상과 개선책을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지난 2017년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내 태양광 발전 시설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산림훼손 및 산사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지난 2017년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내 태양광 발전 시설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산림훼손 및 산사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권정두·박설민 기자  <시사위크> 특별 취재팀은 국내 태양광 발전 시설의 장마철 대비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6일과 7일 양일에 걸쳐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했던 6곳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방문했다. 그 결과, 6곳의 산사태 현장 중 3곳은 아예 보수공사가 시작도 안 된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보수공사 및 장마철 대비 조치는 취해놓았다고 평가받는 나머지 3곳도 지난해만큼 폭우가 내릴 경우, 상당히 위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처럼 태양광 시설이 장마철만 되면 산사태의 위험에 노출되는 까닭과 여전히 제대로 된 보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태양광 발전 시설, 왜 산사태에 취약할까

태양광 발전시설이 산사태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국내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의 대다수가 ‘산지(山地)’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태양광 발전 시설 중 31.5%는 산지 태양광 시설이다. 국내 태양광 발전 시설 3곳 중 1곳은 산지 태양광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은 햇빛이 강한 넓은 평야 지대에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로 한국태양광협회 측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전력 1MW 용량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토지 면적은 평균1만3,200m²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토면적 22만848km² 중 약 70% 이상이 산지로 이뤄졌다. 때문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산지를 건설하는 산지 태양광 시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산지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선 나무를 자르고 흙을 퍼내 지면을 평탄화 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간 행위가 태양광 발전 시설 근처에서 산사태 위험이 지속적인 이유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행한 벌채 등 산림훼손이 산사태 및 토사유출 등 2차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권정두 기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산업연구과는 지난 2019년 발표한 ‘산지 태양광 발전 사업의 환경적 편익 및 손실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산지 태양광 설치를 위한 벌채로 인한 산림생태계의 파괴와 경관 훼손 등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산지 태양광 발전 사업의 급증으로 사업대상지에 있는 수십 년 된 나무들이 벌채되면서 산사태나 토사유출 등의 2차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산업부 측은 산지 태양광과 산사태의 연관성이 크지 않으며, 오히려 산사태의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산업부는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의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산사태 발생과 산지 태양광 허가실적 간 정(正)의 상관관계는 없다고 파악된다”며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 탈원전 정책에 따른 태양광 발전시설의 난개발이라는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했던 금산군 태양광 시설 산사태의 경우, 금산군청 산림녹지과에서 “상기 피해내용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태양광부지 사면이 붕괴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정부와 지자체간 태양광 시설 산사태를 두고 의견이 갈린 상태다.

태양광 산사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은 외지인들의 참여로 인한 ‘태양광 난개발’ 때문에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6일 <시사위크> 취재팀이 지방의 태양광 시설 현장 탐사를 나갔을 당시, 마을에는 위 사진과 같은 태양광 사업 홍보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사진=박설민 기자

◇ 외지인 태양광 난개발에 ‘몸살’… 관리 부실로 산사태 위험 ‘노출’

<시사위크> 취재팀의 취재 결과, 피해 지역 주민들은 태양광 시설 산사태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은 외지인들의 참여로 인한 ‘태양광 난개발’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정부 보조금을 목적으로 외지인들이 태양광 발전시설을 우후죽순 건설하면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재생에너지 클라우드 플랫폼에 따르면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2017년 기준 태양광 발전소는 2만5,456개소였다. 하지만 3년 뒤인 2020년엔 7만7,008개소로 3배가량 급증했다. 올해 현재 6월 기준으로는 8만8,279개소로 전년 대비 14.64%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에너지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에 달하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계획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농어촌 지역의 국내 태양광 발전 시설 증대를 위해 사업에 참여하는 사회적 경제기업(협동조합) 및 시민펀드형 사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보조금을 목표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업자들은 한 시설을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갖기도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남원시에 따르면 전북 남원에 위치한 한 태양광 발전 시설은 산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각 구역별 업자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겨 전체적인 보수공사는 크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해보면 진짜 에너지 사업을 목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정부 보조금을 타기 위한 ‘태양광 사업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고,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시설 관리를 하지 않아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장수군 한 주민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사람도 아닌 외지인들만 태양광 사업으로 돈을 벌어가고 있다”며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서기 전에 마을 사람들이 배수로(태양광 시설)를 농수로가 아닌 다른 곳에 뚫으라고 말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지역 환경에 대해 잘 모르는 사업자들이 공사를 해 피해를 키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태양광 산사태 현장의 복구 작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토지 주인과 태양광 시설 소유주, 시공사 등이 얽힌 책임 및 손해배상 문제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충남 금산군 태양광 시설 산사태로 유출된 토사가 인근 인삼밭 농가를 덮친 모습./ 사진=주민 제공

◇ 얽히고 설킨 보상문제에 보수공사도 지연

이처럼 태양광 발전 시설 건설 방법과 난개발 등으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복구 작업은 상당히 더딘 상황이다. 

실제로 금산군 대산리 태양광 발전 시설은 보상 문제로 인해 산사태 현장이 전혀 복구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금산군청 측은 “태양광 사업자 측과 농지 주인 간 소송에 따른 현장 보존 문제 등으로 인해 현장 정리 및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 현장을 복구하지 않아 폭포수처럼 토사와 흙이 쏟아져 내리고 있던 전북 장수군 천천면 태양광 발전 시설 역시 토지 주인과 태양광 시설 소유주, 시공사 등이 얽힌 책임 및 손해배상 문제로 복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진은 해당 태양광 시설 소유주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업자는 강하게 반발하며 취재를 거부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군청 및 시청에서는 해당 사업자들에게 빠른 복구를 독촉하고 있지만, 이미 준공이 끝난 시설에서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리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적극적 개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천천면의 한 주민은 <시사위크> 취재팀에게 “이웃 중에 태양광 발전시설 산사태로 인삼밭이 크게 망가진 사람이 있다”며 “그런데 태양광 시설 운영자 측에서 면적 당 몇십만원 정도의 피해를 보상하려고 한다. 최소 몇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그정도로 합의할 사람이 어딨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시설 부지 선정부터 잘못했다는 의견도 적잖다.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했던 27곳의 태양광 시설 중 절반이 넘는 곳이  산사태 1·2급에 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위 사진 속의 태양광 발전 시설은 충청남도 금산군 부리면 선원리에 위치했는데, 이곳은 산사태 등급 1급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 ‘평가’도 ‘소통’도 어설픈 탁상행정… 산사태 위험 지역도 허가

정부와 지자체가 태양광 발전 시설 부지 선정을 잘못한 원론적인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농촌 태양광 보급 사업의 경우, 광역지자체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에 용이한 부지를 발굴하고, 이를 중앙 정부가 승인한 후 민간 사업자에게 부지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애초에 산지 태양광 부적합 지역으로 보이는 곳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정부와 지자체가 승인해 발생한 필연적인 피해라는 것.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1만2,527곳 가운데 7.4%인 922곳은 산사태 위험지역인 1∼2등급 지역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했던 27곳의 산지 태양광 시설 중 절반이 넘는 14곳이 산사태 1·2등급이었다. 

또한 피해주민들은 애당초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 않고 태양광 발전 시설을 관계부처가 허가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 시설 산사태 관련 피해 보상 소송을 진행 중인 충남 금산군 선원리 주민들은 “토지주와 업체 등이 마을에 알리지도 않은 채 시설 공사를 시작했다. 관계부처도 이에 대한 마을 주민 측 의견 등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군 피해 주민도 “처음 공사를 시작할 때 여기 지형은 지역사람이 잘 아니, 배수로 공사 등은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군청에 가서 이야기를 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태양광 시설 대다수가 태양광 패널 등을 올려놓기 위한 부대공사를 진행한 것뿐”이라며 “애초에 발전 사업이 목적이었던 태양광 사업자들은 타산이 안맞으니 도로나 고속도로처럼 제대로 된 보강공사 등을 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서도 도로급으로 안전하게 안전 공사를 하라고 강제한 것이 아닌 상태에서 이미 인허가를 했다”며 “이제부터 수십년 간 장마철마다 태양광 시설에서 발생하는 산사태 피해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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