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수치에 따라 역명부기 입찰 기초금액도 달라진다. /뉴시스
이용객 수치에 따라 역명부기 입찰 기초금액도 달라진다.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지역의 랜드마크와 같은 지하철 역명. 그러나 언제부턴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정차역을 알리는 방송을 잘 들어보면 노선도와 달리 은행이나 학교, 병원 등이 함께 언급되기도 한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역시 광고의 일환이다. 지하철 광고는 흔히 전광판이나 역에 설치된 스크린 도어 등만 생각할 수 있지만 역 이름에 따라붙는 명칭들도 돈을 내고 사용하고 있다.

◇ 역명부기란 무엇일까

이처럼 역 이름과 함께 언급되는 것을 ‘역명부기’라 한다. 역명부기란 철도이용자가 철도역 인근의 시설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역명 아래에 괄호 형태로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역명부기는 옥외광고에 속한다.  

역명부기에 관한 세부운영기준이 마련된 건 지난 2010년 6월이다. 당시 한국철도공사는 역이 위치한 지역의 대표성 및 공공성을 갖는 기관 등의 인지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고 역명부기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공공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역명부기의 문턱은 높았다. 역세권내의 공공기관 및 다중이용시로 철도를 이용하는 고개의 편의를 증진시키며 유용한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갖는 명칭을 사용하는 기관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역명부기 운영 규정이 개정되면서 기준도 완화됐다. △공공기관 및 공공시설 △병원, 관광 등의 시설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지역주민의 반대 등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는 기관 등의 조건에 부합하면 역명부기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 가장 비싼 역 이름은 어디일까?

역명부기 입찰 가격은 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번화가에 있거나 이용자가 많으면 입찰 가격 역시 상승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입찰 가격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닌 원가조사기관에 의뢰해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기초금액이 정해진다”라며 “기초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써낸 기관 중 최고가로 결정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돈을 많이 쓴다 해서 무조건 대상자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최고가를 써내더라도 광고를 진행할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가 진행했던 역명부기 사업(2017년 기준)에서 가장 비싼 역 이름은 2호선 을지로입구역이다. 당시 IBK기업은행은 계약금(3년 기준) 3억8,100만원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비싼 역은 7호선 청담(한국금거래소)역으로 계약금이 3억6,210만원이다. 이어 4호선 명동(정화예술대)역 3억4,000만원, 3호선 압구정(현대백화점)역 3억2,020만원, 2·4호선 사당(대항병원)역 3억700만원의 순이다.

가장 적은 금액을 기록한 역은 8호선 단대오거리(신구대학교)역으로 1억20만원이다. 5호선 마곡(홈앤쇼핑·1억600만원)역과 8호선 선촌(한솔병원·1억1,000만원)역 등도 1억원대를 기록했다.

역 이름 옆에 괄호로 쓰여진 부분이 역명부기다. /서울교통공사
역 이름 옆 괄호에 쓰여진 부분이 역명부기다. /서울교통공사

◇ 광고효과는 얼마나?

투입한 금액이 적지 않은 만큼 광고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적잖다. 해당 역에 내렸을 때 역명부기를 진행한 기관이 연상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기관들이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광고효과와 관련해 설문조사 등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16년~2017년에 진행한 사업에 참여했던 기관들이 대부분은 3년 연장을 했다”고 전했다. 

2020년 한국광고PR실학회가 발행한 ‘역명부기 광고의 필요성 및 공익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도 “심층인터뷰를 통한 질적 분석에서나 지하철 또는 광역전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양적분석에서 모두 역명부기 광고는 공익적 효과가 높고, 이용자 편의를 증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실렸다. 

이어 “계약기관들 대부분이 역명부기 광고가 브랜드 노출효과에 높은 광고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시행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의견이 대다수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또한 “역명부기 광고는 브랜드 노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과 동시에 이용자들의 편의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는 광고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