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부동산 대책에서 1만 가구 공급이 계획된 태릉골프장. 그러나 주민 반발로 인해 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8·4 부동산 대책에서 1만 가구 공급이 계획된 태릉골프장. 그러나 주민 반발로 인해 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정부가 골프장 부지까지 활용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던 8·4 부동산 대책이 1년을 맞이했지만 공급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집값은 치솟는 현상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주민 반발과 자치단체와의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언했던 13만 가구 공급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4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 8개 부처 및 광역지방자치단체는 2028년까지 과천정부청사 부지, 서울 태릉골프장, 마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같은 정부 또는 지자체 소유 땅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참여하는 공공 재건축 5만 가구 등 총 13만2,000가구 공급을 골자로 한 대규모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놨다.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들에게 단비 같은 대책이었다. 하지만 8·4대책은 발표 직후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몇몇 자치단체가 제대로 의견 수렴 없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발표 당인 성명서를 통해 “행정부가 2012년 세종시로 이전한 이후 과천에 대한 보상이나 자족기능 확보를 위한 어떤 대책도 나온 게 없다”며 “지역공동화 방지나 상권 활성화를 위한 요청은 묵살하고 주택만 공급하겠다는 건 과천시민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던 부동산 대책은 1년이 지난 현재도 제대로 집행된 사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사실상 당시 국토부가 고려했던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을 제외하면서 사업이 구체화 된 지역이 없는 실정이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1만 가구 공급이 계획된 태릉골프장의 경우 노원구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원구는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인 5,000가구만 짓자고 정부에 제안한 상황이다. 아울러 일부 물량을 조절하고 줄어든 물량만큼 대체부지에 옮기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과천청사 일대 부지 4,000가구 공급 계획은 지난달 4일 백지화됐다. 

용산 캠프킴 부지(3,100가구)와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DMC 유휴부지(2,000가구) 등도 개발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던 공공재건축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현재 공공재건축 후보지 중 동의율 10%만 충족하면 되는 시범사업 후보지를 포함해 사업이 가시화된 곳은 서울 중랑구 망우1·광진구 중곡·영등포 신길13·용산 강변강서 등 1,500여 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계획의 3%대에 불과한 물량이다. 심지어 관악구 미성건영(695가구)의 경우 민간 방식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8·4 부동산 대책이 집값 안정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뉴시스
8·4 부동산 대책이 집값 안정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뉴시스

◇ 집값 안정세는 ‘반짝’… 오름세만 키웠다

 8·4 대책을 통해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수요 억제 중심에서 공급 확대로 바뀌었지만 공급에서 차질이 생기며 오히려 집값 상승만 부추긴 모양새가 됐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4 대책 이후 지난 7월까지 12개월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11.39%, 수도권은 12.07%를 기록했다. 기존 연간 상승률과 비교하면 2006년(13.92%)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8·4 대책 발표 직후에는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효과도 있었다. 발표 당해 11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01~0.03%에 머물러 안정세에 접어드는 듯 보였다. 하지만 12월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7월 셋째 주(19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 매매가 상승률은 0.36%로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행도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1년도 14차 금융통화위원회(7월 15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사상 유례없이 긴 상승기를 보이는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관련 부서는 “가장 큰 영향은 공급요인”이라며 “정부 부동산 대책이 공급을 늘리는 쪽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