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젠더갈등이 우리 사회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적잖은 기업들이 곤욕을 치렀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젠더갈등이 우리 사회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적잖은 기업들이 곤욕을 치렀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젠더갈등’이 대선 정국에 접어든 정치권은 물론 올림픽 축제 속에서도 화두로 떠오르는 등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이 젠더갈등에 얽혀 중대 리스크를 마주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젠더갈등의 워낙 첨예하고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해당 기업들의 실질적 타격이 상당할 뿐 아니라,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단순히 특정 기업의 문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소모적 논쟁을 멈추기 위한 사회적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남혐’으로 홍역 치른 기업, 이번엔 ‘여혐’으로 곤욕

국내 3대 편의점 중 하나를 운영하는 A사는 최근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일부 세력이 A사를 ‘여혐기업’으로 규정하고, 거센 비판 및 공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A사는 불과 얼마 전 ‘남혐’ 파문에 휩싸여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일각에서 남성혐오적 표현으로 사용된 이미지가 이벤트 포스터에 포함된 것이 발단이었다. 이로 인해 A사는 불매운동 등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고, 결국 사장까지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불과 얼마 전 남혐 파문에 휩싸인 기업을 향해 여혐기업이란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이들은 “A사가 실체 없는 남혐 논란에 사과해 여혐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A사 입장에선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과 공격을 받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젠더갈등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은 비단 A사뿐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등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줄줄이 남혐 또는 여혐 지적을 받았고, 마치 ‘기업사냥’ 양상을 띄기도 했다.

물론 해당 기업이 실제로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적 행태를 보였다면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논란에 휩싸인 기업들 대부분은 전혀 의도치 않은 부분이나 실수로 인해 거센 파문을 겪어야 했다. 또한 그렇게 많은 기업들이 홍역을 치르는 사이 우리 사회 젠더갈등은 더욱 심화되며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혐 또는 여혐 논란이 그 실체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크게 부각되고 확산되는 측면이 있다”며 “실제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큰 타격을 입고 사과까지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이렇다 할 해법도 없고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러한 현상은 또 다른 혐오를 낳고 갈등을 키우는 양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단순히 해당 기업들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있어서도 결코 좋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불거진 파문은 대부분 실제 성차별 기업에 철퇴를 가한 것이 아닌, 마녀사냥 수준의 소모적 논란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젠더갈등은 사실상 양 극단에서 제기하고 부추기는 성격이 짙다”며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선에서 생각해보면 기업이 특정 성별을 차별할 이유는 전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실체 없는 젠더갈등 논란으로 애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거나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해법 찾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론 젠더갈등이란 문제 자체가 해결이 쉽지 않은 까다로운 사안이지만, 적어도 이것이 애꿎은 기업들을 제물로 삼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남혐 및 여혐 논란인지, 건강한 사회를 향한 길이 무엇인지 사회적 담론과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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