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교내 기숙사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죽음을 맞았다. 2019년 8월 9일 서울대 공학관 직원 휴게실에서 한 노동자가 숨진 지 2년 만에 또 다시 일어난 비극이었다. 노동계에선 노동환경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비극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시사위크>에선 청소노동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며, 노동현실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9일 오전 7시 김포공항 국내선 2층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손경희 씨가 청소차를 타고 청소업무를 하고 있다. /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난 6월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사망하기 전 과중한 노동 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리자급 직원이 가한 군대식 업무지시와, 업무와 상관없는 필기시험, 복장 점검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청소노동자들은 또 다시 드러난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갑질과 인권침해 현실에 한탄을 쏟아냈다. 

◇ “인격적 무시에 설움, 그것이 가장 힘들어”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9일 오전 7시 김포공항 국내선 2층에서 만난 여성 청소노동자 손경희 씨는 최근 서울대 노동자 사망사건과 직장인 괴롭힘 사건을 언급하자 과거 기억을 떠올렸다. 

손씨는 2016년 삭발투쟁까지 감행하며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용역회사 간부들의 폭언과 성희롱 등을 폭로하고 문제 개선에 앞장섰던 이다. 당시 손씨 등 청소노동자들을 가장 분노케 했던 것은 이들에게 가해지던 차별과 인격적 무시였다. 

손씨는 “쓰레기를 치우니까 쓰레기 취급을 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게 가장 분하고 억울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러한 설움은 동료 노동자 사이에서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손씨는 “다 같은 노동자들인데도 청소노동자는 유독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며 “청소노동자는 하층으로 취급하면서 함부로 대하곤 했다. 그게 가장 서러웠다”고 토로했다.  

당시 청소노동자들이 파업까지 불사하면서 극렬히 싸운 덕에 김포공항 청소노동자의 인권 침해와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는 현재 많이 개선된 상황이라고 한다. 휴게시설 공간도 많이 좋아졌다. 청소노동자에게 반말을 하는 등 함부로 말하는 문화도 없어졌다고 한다.

다만 여전히 노동계 곳곳에서 청소노동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인권침해와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는 손씨를 씁쓸하게 했다.

이러한 차별이 왜 유독 청소노동자에게만 집중되고 있을까. 학계에선 노동시장에서 복합적 차별 기제로 작동하는 요인들이 청소노동자 계층에 집중돼 있는 점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김영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가 주최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무엇인 문제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청소 노동시장은 주로 중고령, 저학력, 여성계층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노동시장에서 이러한 특성은 복합적인 차별 기제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 청소노동자, 대부분 중고령 여성들 “노동시장서 복합적 차별 기제로 작동” 

실제로 청소노동자 중 상당수가 중고령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통계청의 ‘2020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전체 취업자 수는 110만7,000명 중 68.1%인 75만4,000명이 여성이다. 이는 소분류 여성 직업 중 매장판매 종사자(96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청소노동자가 포함된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취업자(138만8,000명) 중 89%는 50세 이상이다. 중졸 이하 학력을 가진 비율은 55.8%에 달한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연령, 학력, 성별이 노동시장에서 복합적 차별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청소노동자 성별 간 임금 격차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김 교수가 2019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남성 청소노동자와 여성노동자은 시간당 임금에서 23.9%의 격차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학계에선 청소노동자들이 갑질에 손쉽게 노출되는 배경엔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복합적 차별기제 등이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이미정 기자 

여기에 불안정한 고용구조도 문제다. 청소노동자 상당수들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저임금 일자리의 동태적 변화와 정책과제’ 자료에 보면, 직고용된 노동자는 27.8%에 지나지 않았다. 72% 이상이 용역업체 등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인 셈이다.

지난해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발표한 ‘광주지역 아파트 청소미화 노동자 모니터링’ 결과를 살펴봐도 청소노동자들의 간접고용 실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실정이다. 해당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82.6%가 ‘용역회사 위탁관리’에 간접고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 간접고용 등 고용구조도 문제 

노동계와 학계에선 이 같은 고용구조가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 저임금, 각종 복합적 차별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해 왔다. 사업장 내에서 괴롭힘 등 부당한 일을 당해도 노동자들이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고용구조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수년 전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도 용역업체 관리자들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들고 일어섰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수차례 투쟁한 벌였다. 하지만 그들이 원했던 ‘완전한 직고용’ 꿈은 이루지 못했다. 김포국제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청소노동자 등 비정규직 시설관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손씨는 이 같은 자회사를 놓고 “또 다른 용역업체와 다른 바 없다고 본다”며 “자회사가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노동자들이 요구사항을 얘기하면, 원청과 상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사례가 많았다. 노동계에선 청소노동자들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원청이 직접 책임지는 완전한 직고용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손씨는 “국가가 손을 뻗힐 수 있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부터 본보기가 돼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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