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균이 ‘짠내’나는 생계형 가장으로 돌아왔다. /쇼박스
배우 김성균이 ‘짠내’나는 생계형 가장으로 돌아왔다.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성균이 ‘짠내’나는 생계형 가장으로 돌아왔다. 다수의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분해 한층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을 통해서다. 

김성균은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은 뒤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극 중 부산 최대 조직의 보스 최형배(하정우 분)의 오른팔 박창우 역을 맡은 그는 신선한 비주얼과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관객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영화 ‘이웃사람’(2012)까지 연이어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며 유수의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후 영화 ‘박수건달’(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용의자’(2013),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 ‘살인의뢰’(2015), ‘보안관’(2017), ‘명당’(2018), ‘신의 한 수: 귀수편’(2019) 등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 ‘응답하라 1988’(2015~16), ‘열혈사제’(2019)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김성균은 섬뜩한 살인마부터 코믹한 캐릭터까지, 극과 극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다소 특징이 강한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는데, 매 작품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는 열연을 펼쳐 호평을 얻었다. 

‘싱크홀’에서는 조금은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준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담은 재난물이다. 극 중 김성균은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평범하고 보편적인 인물 동원으로 분해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어렵게 마련한 내 집에서 탈출부터 해야 하는 생계형 가장의 아이러니한 감정을 현실적으로 담아내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유쾌한 에너지를 선사해 호평을 얻고 있다.  

영화 ‘싱크홀’에서 평범한 가장 동원을 연기한 김성균 스틸컷. /쇼박스
영화 ‘싱크홀’에서 평범한 가장 동원을 연기한 김성균 스틸컷. /쇼박스

개봉에 앞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김성균은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개봉할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 에너지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싱크홀’을 소개했다. 

-2019년 여름 크랭크업 후 드디어 개봉하게 됐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앞서 개봉한 ‘모가디슈’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기대와 설렘도 있을 것 같다. 개봉 소감은.  
“2년 전에 찍고 지난해 여름에 개봉했어야 하는 작품이다. 코로나19도 없고 안전한 상황에서 개봉했으면 좋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개봉을 준비하는 수많은 작품이 있는데 이렇게 개봉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모가디슈’가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어서 그 또한 감사한 일이다. 탄력을 받아서 ‘싱크홀’을 보러 오는 관객들도 많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싱크홀이라는 재난 상황이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됐을 것 같다. 완성된 작품은 어땠나. 
“싱크홀이라는 소재가 지금까지 재난물로 다뤄지지 않은 소재라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신선했다. 또 재난 상황에서 한 인물로서 살 수 있다는 것도 흥분됐다. 상상만으로 힘든 일이라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했는데, 다행히 거의 모든 공간이 세트로 채워져서 도움이 됐다. 거대한 가벽을 설치했고 폭포수도 뿌려주고 건물도 흔들어줘서 배우들이 공간을 그대로 느끼면서 촬영했다. 완성된 영화에도 잘 구현된 것 같다. 관객들이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나온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 

-실제 상황처럼 만들어진 세트장에서 촬영한 기분은 어땠나.  
“세트장을 처음 봤을 때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었다. 배우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잖나. 거기에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해주고 디테일하게 구현해 줘서 좋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부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데 아직 개봉 전이라 고스란히 저장돼있다. 개봉하고 나면 자랑할 거다.” 

-동원은 보통의 가장이었는데, 큰 특징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표현하기 더 어려웠을 것도 같다. 평범하면서도 밋밋하지 않은 동원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고민을 했나. 
“나도 초반엔 욕심이 생겨서 특징적인 아빠를 표현하고 싶었다. 아들에게 짓궂은 장난도 치고 아내를 놀리기도 하는 짓궂은 캐릭터로 가져가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까칠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고, 어떨 때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더라. 나는 장난으로 한 건데 전작에서 했던 강렬한 눈빛이나 말투가 나오는 거다.(웃음) 그래서 아예 정말 평범한 인물로 표현해서 동원의 이야기가 영화의 베이스가 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다른 캐릭터들과 티격태격하며 유쾌한 ‘케미’를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싱크홀’에서 부성애 연기를 펼친 김성균. /쇼박스
‘싱크홀’에서 부성애 연기를 펼친 김성균. /쇼박스

-재난물이지만 코미디적인 부분도 돋보였다. 극한의 상황에서 긴장감도 유지해야 했고, 코믹함도 소화해야 했는데 온도 차이를 어떻게 조절을 했나. 
“제작진이 잘 준비를 했다. 기발함이 돋보이는 시나리오였다. 일반적으로 상상되는 탈출 과정이 있는데, 우리 영화는 그 과정이 기발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슬픔과 고난도 있지만, 위트가 있고 재치를 잃지 않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감독과 배우가 추구하는 거였다. 절망적인 상황이나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은 유머를 잃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잖나.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절망적이지만 사람이 갖고 있는 유머러스함, 희망을 갖고 있는 긍정 에너지에 초점을 맞췄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부분도 동원의 몫이었다. 자칫하면 신파가 될 수 있는 장면이라, 적절한 톤을 맞추는 게 중요했겠다. 
“연기할 때는 신파로 비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상황에 빠져들어 있어서 더 절절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를 했는데, 촬영을 다 하고 나서는 신파가 될 수 있겠다 싶더라.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시사회 때 보니 감독님이 그 부분을 아주 그림처럼 터치하듯 편집을 했더라. 해당 장면들이 실제 촬영은 더 했다. 분량도 많고 대사도 상황도 구구절절 찍었다. 그런데 감독님도 고민이 있으셨는지 감정과 정서만 훑고 지나가는 정도로만 편집하셨더라. 그래서 굉장히 좋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내가 연기한 게 많이 편집됐지만 그래도 지금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부성애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실제 아이들이 많이 생각났다고. 아버지가 된 후 감정을 표현하거나 연기하는데 있어서 깊이가 달라졌을 것 같은데, 변화를 느끼나. 
“아이가 태어나면 일단 눈물이 많아진다. 뭐만하면 그냥 눈물이 난다. 본능인 것 같다. 어떤 현상에 대해서 감정의 폭이 넓어진다. 누군가를 지켜내야겠다는 생각도 커져서 그런 것 같다. 요즘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금쪽같은 내새끼’를 자주 보는데, 볼 때마다 운다. 그런 마음들이 연기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 극 중 아들 수찬(김건우 분)이 얼굴만 봐도 울컥울컥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동원과 만수(차승원 분)의 티키타카 ‘케미’가 굉장히 중요했다. 차승원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나갔나.
“차승원 선배는 워낙 경력이 오래됐고, 나 역시 선배의 작품을 보며 꿈을 키웠다. 그래서 어렵기도 했는데, 만수의 능청스러움에 동원이 많이 당하잖나. 호흡을 맞추면서 다행히 톰과 제리처럼 잘 엮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같이 흙도 나눠먹고 물도 나눠 마시고 스킨십이 늘어나면서 정말 끈끈해졌다.”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김성균. /쇼박스​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김성균. /쇼박스​

-김지훈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이 젊은 시절에 ‘화려한 휴가’(2007)라는 대작을 진두지휘했잖나. 그런 노하우가 있어서 그런지 큰 규모의 어려운 촬영도 일사불란하게 능숙하게 지휘를 잘 하시더라. 믿음이 갔다. 또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배우의 호흡까지 맞췄다. 숨소리 연결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놓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디테일적인 면까지 감독님이 잡아줘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김지훈 감독이 김성균을 두고 “‘범죄와의 전쟁’에서 강렬한 눈빛을 보여줬는데 실제로는 꽃사슴 같은 촉촉한 눈빛을 가진 배우”라고 표현했다. 극과 극의 눈빛과 얼굴을 표현하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캐릭터를 구축하고 접근하는 과정도 궁금하다.
“대단한 변화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전작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 전작을 빨리 털고 나 스스로 새로운 인물로 작품을 하니 그렇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 지금 하고 있는 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은 인물을 만들 때 주변 사람을 많이 참고한다.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의 모습, 내가 생각하는 어릴 때 삼촌의 모습 등처럼 주변 인물들에게서 답을 찾고 참고하고 있다.” 

-데뷔한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연극 무대까지 하면 더 긴 시간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을 칭찬해 준다면. 또 앞으론 어떻게 쌓아나가고 싶나.  
“어떤 현장이든 잘 섞이는 것? 현장에서의 적응력, 생존력을 칭찬하고 싶다. 함께 하는 작업이지 않나. 협업의 분야라서 그런 부분은 잘 해오고 있지 않나 싶고, 앞으로도 둥글둥글하게 잘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지금 순간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마음이 있다. 연극할 때는 매 순간을 특별하게 포장했던 것 같다. 마지막 공연에는 쫑파티 하며 한잔하고 새 작품 들어가면 새로운 캐릭터 만났다고 한잔하고. 하하. 이제는 매 순간순간이 열심히 해나가야 하는 보통의 나날들이라는 생각이다. 길게 보고 잘 해나가야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