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문제점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 넷플릭스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문제점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 넷플릭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많은 사람들이 구글은 그저 검색 엔진이고,

페이스북은 친구들의 사생활과 사진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의 관심을 놓고 그들이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페이스북‧스냅챗‧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의 회사들은 사람들의 눈을

계속 잡아두려고 한다. 그들은 사용자의 관심을 최대로 끌기 위해 노력한다.

- ‘소셜딜레마’ 중에서-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국내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유튜브는 특별이 돈을 내지 않아도 취향껏 원하는 것을 골라볼 수 있고, 짧은 시간에 여러 영상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남녀노소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해 나갔다. 여기에 추천 알고리즘은 새로운 검색어를 누르지 않아도, TV처럼 리모컨으로 원하는 채널이 나올 때까지 돌려보지 않아도 매력적인 콘텐츠를 계속 불러오며 사용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렇게 치명적인 양면성을 지닌 알고리즘은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갔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는 유튜브를 비롯한 트위터‧페이스북 등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소셜 미디어가 가진 이면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소셜 미디어가 ‘광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우리의 관심이 광고주들에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점차 정교해지는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최대한 오래 끌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소셜딜레마’에 출연한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 / 넷플릭스
‘소셜딜레마’에 출연한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 / 넷플릭스

문제는 소셜 미디어 기업의 이익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보게 만드는 무의식적 습관을 형성해 결과적으로 중독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소셜딜레마’에 출연한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는 “소셜미디어는 사용되길 기다리는 도구가 아니”라며 “목적을 달성하고자 당신의 심리를 역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목적 달성하기 위해 무의식적 습관을 만들 수 있게 디자인화 됐다”고 꼬집었다.

어른에 비해 자제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중독 현상은 더욱 치명적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2,7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학생의 84.9%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하루 2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응답이 59.7%에 달했다. 스마트폰 1순위 기능으로는 유튜브(34.7%)와 게임(30.2%)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트리스탄 해리스는 “예전에는 보호장치가 있었다. 아이들이 토요일 오전에 만화 영화를 볼 때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광고를 하면 안 되지’ 식으로 신경을 썼지 않나”라며 “유튜브는 모두의 관심을 완전히 장악했고, 모든 아이들이 유튜브에 노출됐다. 그리고 모든 보호와 규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소셜미디어 중독을 야기시키는 알고리즘 /넷플릭스
아이들의 소셜미디어 중독을 야기시키는 알고리즘 /넷플릭스

사회적 분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점도 알고리즘이 지닌 문제점이다. 유튜브 엔지니어 출신 기욤 샬로는 “내가 작업한 알고리즘이 사회의 분극화를 더 심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용자의) 사용 시간 관점에서 보면 분극화는 사람들을 잡아두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소셜딜레마’를 통해 말했다.

이어 “알고리즘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눈을 끌 만한 것을 찾는 것”이라며 “지구가 평평하다는 음모론은 알고리즘에 의해 수억 번이나 추천됐다. 속는 사람이 멍청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리즘은 하루가 다르게 똑똑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이러한 문제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4월, 한강 반포공원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 씨 사건을 들 수 있다. 세간에 손씨의 사건이 알려지며 큰 주목을 받자 유튜버들은 자극적인 가짜 뉴스를 만들어 수익 창출에 나섰고, 추천 알고리즘은 이를 사람들에게 퍼뜨리며 대중의 혼란을 부추겼다. 손씨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받았던 친구 A씨 측은 5,000개가 넘는 영상 자료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업무방해·전기통신기본법 위반(이익 목적 허위 통신) 혐의로 지난 6월 고소한 바 있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콘텐츠의 향연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들. 소셜 미디어를 만드는 데 일조한 이들이 입을 모아 “우리 아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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