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문’으로 첫 장편 연출작을 선보인 심덕근 감독. /CJ CGV
영화 ‘귀문’으로 첫 장편 연출작을 선보인 심덕근 감독. /CJ CGV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귀문’(감독 심덕근)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연구소 소장과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공포영화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귀문’은 2D와 ScreenX, 4DX 버전을 동시 제작한 최초의 한국 영화이자, 국내뿐 아니라 미국‧캐나다‧유럽‧동남아 등 전 세계 약 2,000여 개 관에서 동시 개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관람 대신, OTT 시청을 선호하는 관객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오직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선사하는 ‘체험형’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귀문’은 신예 심덕근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심 감독은 이종호 작가의 시나리오 원안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보다 확장된 서사를 완성한 것은 물론, 특수관 버전과 2D 버전을 다르게 편집하며 각 포맷에 맞는 영화적 재미를 배가시켰다. 영화의 결말마저 바꾸는 파격적인 시도 역시 관객의 흥미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개봉에 앞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심덕근 감독은 “‘귀문’을 통해 앞으로 내 영화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며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골라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다양한 포맷 상영에 대한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체험형 공포를 완성한 ‘귀문’. /CJ CGV
체험형 공포를 완성한 ‘귀문’. /CJ CGV

-첫 장편 연출작이었는데, 해외 개봉까지 하게 됐다. 소감은.
“신인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기에 해외 개봉까지 하게 돼 영광스럽다. 부담스러우면서도 즐겁다. 부담감을 상쇄시킬 정도로 흥분되는 일이다. 더욱이 해외에 계신 분들이 다양한 포맷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어서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되고 설렌다.”

-시나리오 원안이 있었는데, 각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건 무엇인가.
“시나리오 원안이 워낙 잘 쓰여있어서 큰 설정은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부가적으로 디테일하게 만든 부분은 시공간에 대한 이동이다. 판타지인데 판타지처럼 보이지 않는 판타지를 살리기 위해 공간의 변화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고민했다. 그리고 인물들의 행위에 대해 서사를 조금 더 담았다. 감정이 더 담길 수 있도록 각색하면서 어루만졌다.”

-관객들이 봤을 때 헷갈릴 수 있는 타임워프 방식을 차용했는데, 이러한 설정을 쓴 이유가 있나.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공포는 익숙한 소재일 거다. 하지만 ‘귀문’은 또 다른 시공간으로 들어간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그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모습 자체가 색다르게 보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폐공간에 갇혀서 살아남기 위해 탈출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더 들어가 현실도 과거도 아니고 어떠한 공간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또다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공포에 쫓기는 것을 더 압박감을 주고 먹먹하기도 하고 위태롭게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귀문’에서 도진으로 분한 김강우 스틸컷. /CJ CGV
‘귀문’에서 도진으로 분한 김강우 스틸컷. /CJ CGV

-캐릭터 구성 과정도 궁금하다.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김강우 분)을 중심으로, 세 명의 대학생 캐릭터를 설정했는데 원안 설정을 그대로 차용했는지, 다르다면 어떻게 각색했고 각 캐릭터를 통해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나.
“원안에서의 도진은 조금 더 강직하고 정의로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인물에게 결핍을 강하게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원안에 있던 강직함과 정의로움을 덜어내고 도진과 부모의 서사나 감정 라인을 더 살리려고 했다. 폐수련원에 도진이 찾아간 것도 정의를 구현하기 위함이라기보다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 죄책감을 덜기 위한 선택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대학생 3인방도 원안에 존재했다. 다만 각색하면서 시대 배경을 바꿨고, 각자의 성격이 더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게 했다. 혜영(김소혜 분)은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성격을 더 살렸고, 태훈(이정형 분)은 원안보다 조금 더 신경질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원재(홍진기 분)는 원안과 거의 유사하다. 도진과 다른 시점에서 진행되지만, 영화의 균형성을 잡아줄 수 있게 배치했다고 생각한다. 장르적으로 보자면 도진은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세계를 부각하는 캐릭터로 만들었고 대학생 3인방은 공포적인 요소를 더 살릴 수 있게 다듬었다.”

-각 호실마다 다른 지박령이 있다. 캐릭터마다 어떤 특성을 주려고 했고 원혼의 비주얼은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죽음을 맞았을 때 그 순간과 상황을 적용했다. 각자 죽은 사연을 부각하면서 표현하고자 했고, 자신이 죽었던 그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캐릭터성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기괴한 움직임이나 소리 등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또 이미 죽은 시체이기 때문에 잿빛 피부 톤으로 표현했다. 생기조차 없어 보이는 모습을 살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캐릭터에 맞게 디테일한 부분들을 잡아나갔다.”

‘귀문’의 공포 분위기를 극대화한 폐건물. /CJ CGV
‘귀문’의 공포 분위기를 극대화한 폐건물. /CJ CGV

-공간이 주는 공포감도 컸다. 영화의 배경이 된 폐수련원 건물은 어떻게 섭외했나.  
“제작팀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 경기도 전역에 있는 폐건물을 거의 다 조사하고 현장 헌팅도 하면서 최종적으로 세 군데를 추렸다. 운이 좋게 다 포천에 위치한 폐건물이었다. 최종 선택된 폐건물을 봤을 때 거대함에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수련원으로 그렸던 이미지와 맞아 선택하게 됐다.”

-공포영화에서 사운드도 중요한 요소인데, 어떤 기준을 두고 디자인했나. 
“프리 단계부터 가장 강조한 건 사람이 듣기 싫은 소리가 깔려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칠판을 긁는 소리나 쇠를 긁는 소리처럼, 듣기 싫은 소리를 미세하게라도 전반적으로 깔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살려줬으면 했다. 또 시공간이 나눠지다 보니 각 공간에 대한 사운드 디자인을 다르게 하고자 했다. 일반적인 폐건물에서는 익숙하게 상상할 수 있는 소리들을 전반적으로 깔면서 조금 더 리얼리티 있게 접근하고, 귀문을 넘어간 또 다른 공간의 사운드는 조금 더 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들로 디자인했다.”

-2D와 특수관 상영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 각 포맷으로 영화를 볼 때 매력과 장점이 다를 것 같은데. 
“2D는 전통적인 영화 상영 방식이기 때문에 익숙한 포맷이다. 그렇다 보니 숨겨놓은 미세한 흔적이나 힌트를 추리하면서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거다. 집중하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인물이 느끼게 되는 심리나 사건과 상황 속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수관 포맷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체험형 공포라는 콘셉트를 잡고 들어갔다. 공포영화를 볼 때 심장박동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이 매력이지 않나. 그런 공포영화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게 특수관 포맷이라고 생각한다. 체험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적용할 듯하다.” 

‘귀문’에서 대학생 3인방으로 활약한 (왼쪽부터) 이정형과 김소혜, 홍진기. /CJ CGV
‘귀문’에서 대학생 3인방으로 활약한 (왼쪽부터) 이정형과 김소혜, 홍진기. /CJ CGV

-2D와 특수관 포맷 결말을 다르게 설정했는데, 이유가 있다면.
“게임처럼 A라는 선택지를 골랐을 때와 B라는 선택지를 골랐을 때 완전히 다른 결말이 나오는 멀티 엔딩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다만 관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어떻게 보면 시작이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특수관 포맷의 다양한 특수 효과들이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데 있어서는 방해 요소가 될 것 같기도 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완하고자 했나. 
“각 포맷에 따라 관객의 집중도 차이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을 보완하려고 하기보다 각 포맷의 장점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했다. 특수관 상영은 영화를 놀이기구 타듯 즐기고 싶어 하는 관객들을 위해 기술을 더 많이 사용했다. 대신 이야기를 쫓아가면서 공포를 즐기고 싶은 관객이라면 2D를 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귀문’의 강점 중 하나가 다양한 취향을 가진 관객이 골라볼 수 있게 여러 버전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해 봐주셨으면 한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심덕근 감독. /CJ CGV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심덕근 감독. /CJ CGV

-이러한 다양한 포맷의 상영 방식이 한국 영화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 발전 가능성에 대해 감독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 모두 휴대폰이나 TV와 같이 개인만의 영화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상황 속에서 다양한 포맷의 상영은 관객들이 극장에 찾아와야 하는 이유가 되고,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특수관 포맷은 ‘귀문’은 공포영화 특성에 잘 맞춰서 나왔지만, 콘서트나 다른 장르에서도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산업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텐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영화를 시작한 이유가 이연걸과 영화를 찍고 싶어서였다. 이연걸이나 성룡 영화를 볼 때 재미와 희열을 느꼈다. 관객도 내 영화를 보고 재미와 희열을 느꼈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어려운 시기에 처해있다 보니 현실에서 녹록지 않은 삶을 사는 분들도 많잖나.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털어내고 개운하게 나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게 앞으로 남은 내 영화 인생의 꿈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귀문’은 감독 개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16년~17년 만에 데뷔를 하게 됐다. 다른 감독도 입봉을 겪지만, 나는 글로벌 개봉과 함께 전 세계 최초 특수관 동시 기획이라는 꿈같은 출발을 경험하게 됐다. 앞으로 내 영화 인생에 있어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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