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친환경의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이고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 흐름 속에 우리나라 역시 ‘2050 탄소중립’을 향해 분주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친환경에너지의 장점만 부각되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들, 특히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은 등한시되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떼어놓을 수 없는 에너지 대전환이 뜨거운 정치적 논쟁거리인 점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다.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각종 문제제기를 ‘원전 수호’를 위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친환경이란 과제가 중요한 만큼, 이를 잘 추진하는 것 역시 무척 중요하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외면해선 안 될 친환경의 또 다른 얼굴을 <시사위크>가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태양광발전은 친환경에너지의 대표주자지만, 산지 태양광발전은 산림훼손이란 문제를 남기고 있다.
태양광발전은 친환경에너지의 대표주자지만, 산지 태양광발전은 산림훼손이란 문제를 남기고 있다. /사진·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구로부터 1억5,000만km 떨어진 곳에서 타오르는 태양은 지구생태계의 근원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사실상 태양이 존재하기에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전체 태양에너지 중 지구에 전달되는 것은 22억분의 1에 불과하다. 태양의 위대함은 인간이 감히 닿을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 친환경에너지의 대표주자 ‘태양에너지‘

이 같은 태양에너지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장 완벽한 친환경에너지다. 매일 아침이 밝아오듯 태양은 늘 그 자리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지구 대기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약 174PW다. 여기서 PW는 페타와트(Petawatt)를 의미하며 1PW는 10의 15제곱와트, 즉 1,000조와트다. 

이 중 우주로 반사되는 약 30%를 제외하더라도 지구의 대기와 육지표면, 바다 등에 흡수되는 태양에너지는 121.8PW에 달한다. 이는 12경1,800조와트, 일반적인 원자력발전소 1억2,7771만여개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이미 지구 생태계의 무한한 에너지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는 태양에너지를 인간 문명에 필요한 에너지의 직접적인 기반으로 삼는 것은 여러모로 중요하고 의미가 크다.

인간 문명의 발전은 늘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해왔고, 이는 필연적으로 환경오염 등 각종 부작용을 수반해왔다. 이제는 그동안 누적돼온 부작용들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며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 인간 문명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시대적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태양에너지를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태양광발전은 가장 대표적이고 기본적인 친환경에너지다. 무엇보다 풍력이나 수력, 조력, 지열 등 자연을 활용한 다양한 발전 방법 중 설비 규모 또는 장소 제한에 따른 제약이 가장 적다. 때문에 여러 친환경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발전이 가장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 산림 베어내고 짓는 태양광발전, 정말 친환경일까

하지만 산지에 설치되는 태양광발전은 산림훼손을 비롯한 각종 환경파괴라는 또 다른 측면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산지를 활용한 태양광발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엔 경제적인 이유도 크게 작용한다. 땅값이 싸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산지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하면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문제는 산지 태양광발전이 산림훼손 등 심각한 환경파괴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산지에 태양광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선 해당 부지의 나무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설비를 설치하고 관리하기 위해 산길도 내야하는데, 이때도 산림훼손이 발생한다.

산지 태양광발전에 따른 산림훼손은 일시적인 것도 아니다. 태양광발전 특성상 해당 설비는 20여 년간 그 자리를 쭉 점거한다. 산지 풍력발전의 경우 설비가 실제 점거하는 면적이 그리 크지 않다보니 설치 이후 단기간에 산림회복이 가능하지만, 태양광발전은 그렇지 않다.

태양광발전 자체는 어떤 에너지보다 친환경적인 게 맞다. 하지만 이를 산지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산림훼손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산림 역시 환경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은 가장 친환경적인 탄소저감책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3,000만톤이었는데 이 중 4,560만톤, 6.3%가 산림에 의해 흡수됐다. 친환경에너지의 궁극적인 목표가 탄소중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림 확충 또한 우리의 큰 과제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을 통해 ‘1조 그루 나무심기’가 제안돼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점은 산림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 상당수 선진국들은 친환경에너지 정책 못지않게 산림 확충 정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캐나다는 10년간 20억 그루 나무심기를 추진 중이고, EU도 10년간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에선 지난해 1조 그루 나무심기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산림청은 2050년까지 30년간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을 수립해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태양광발전 확대를 기치로 산림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은 씁쓸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산지 태양광발전에 의한 긍정적 효과와 산림훼손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수치 및 계량화해 비교하고, 무엇이 더 나은 방향인지 정답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워낙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변수 및 변화도 많기 때문이다. 당장 산림의 기능은 온실가스 감축에만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동식물들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터전을 제공하고, 산사태를 막아주기도 한다. 이러한 기능까지 고려하면 산림의 소중함과 가치는 더욱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산지 태양광발전으로 훼손된 산림면적은 5,669㏊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20배에 해당한다. 산지 태양광발전을 명목으로 지난 수년간 벌채된 나무도 300만그루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기능 감소 평가액은 700억원이 넘는다.

태양광발전 등을 통한 친환경에너지 확보는 우리의 영원한 과제다.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야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신중함도 필요하다.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추진될 경우 당초 목표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발전 이면에 놓인 산림훼손도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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