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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의 또 다른 얼굴
[친환경의 또 다른 얼굴②] 이상적인 해상풍력발전, ‘악당’이 될 수도 있다
2021. 08. 30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바야흐로 친환경의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이고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 흐름 속에 우리나라 역시 ‘2050 탄소중립’을 향해 분주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친환경에너지의 장점만 부각되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들, 특히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은 등한시되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떼어놓을 수 없는 에너지 대전환이 뜨거운 정치적 논쟁거리인 점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다.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각종 문제제기를 ‘원전 수호’를 위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친환경이란 과제가 중요한 만큼, 이를 잘 추진하는 것 역시 무척 중요하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외면해선 안 될 친환경의 또 다른 얼굴을 <시사위크>가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해상풍력발전은 해양생태계 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신중하고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해상풍력발전은 해양생태계 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신중하고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사진=뉴시스, 그래픽=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한다.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공기가 이동하는 것이 곧 바람인데, 태양열과 자전 등 지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한 바람은 절대 끊일 수 없다.

때로는 상쾌함을 안겨주기도 하고, 때로는 거센 태풍으로 공포를 안겨주기도 하는 바람은 그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지구생태계는 물론 인간 문명에 있어서도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작용했다. 씨앗을 퍼뜨려 식물이 널리 번식할 수 있도록 해준 것도, 항해의 원동력이 돼 인간 문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제공해 준 것도 바람이었다.

◇ 해상풍력발전, 신중함이 필요한 이유

이처럼 바람이 지닌 힘, 즉 풍력에너지는 오늘날 친환경에너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풍력에너지는 무한한 존재일 뿐 아니라 어떠한 오염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훌륭한 친환경에너지다. 

특히 장소적 특성상 강한 바람이 상시 부는 곳에서는 더욱 강력한 풍력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거대한 풍력발전 설비가 바로 이런 곳에 세워지곤 한다.

풍력발전에 있어 좋은 입지조건으로는 바다가 대표적이다. 바다는 육지와의 온도 차이가 커 강한 바람이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바람을 막는 장애물이 없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발전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탄소중립·그린뉴딜 등을 적극 추진 중인 우리 정부 역시 해상풍력발전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125MW 수준인 해상풍력발전 규모를 2030년까지 12GW로 100배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전국 곳곳의 해상에서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해상풍력발전의 확대 속도에 비해 자연환경에 미칠 여파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해상풍력발전은 친환경에너지 측면에선 이상적이지만, 필연적으로 자연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해상풍력 설비는 크게 고정식과 부유식으로 나뉘는데, 고정식의 경우 해저바닥에 깊은 구멍을 내고 거대한 풍력발전 설비를 고정시키는 큰 공사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양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하다.

설치 후 가동에 들어간 뒤에도 문제는 남는다. 거대한 날개가 돌아가며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으로, 이는 고정식과 부유식을 가리지 않는다. 이 같은 진동과 소음, 특히 특히 100㎐(헤르츠) 이하의 저주파 소음은 육상풍력발전에 대해 인근 주민들이 가장 반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음과 진동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바다에 사는 생물들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주장과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편에선 해외의 사례 등을 들며 해상풍력발전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최근 해상풍력발전이 추진되고 있는 대다수 지역의 주민 및 어민들은 어족자원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은 또한 조류, 즉 새에게도 치명적인 존재다. 하늘을 날던 새가 풍력발전 설비 날개에 부딪히는 문제는 예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지적돼온 사안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특히 더 꼼꼼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철새도래지인데다, 해상풍력발전 설치가 예정돼있거나 향후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장소들 대부분 철새의 이동경로와 겹치기 때문이다.

거대한 크기의 해상풍력발전 설비는 애초에 설치 자체가 상당히 큰 공사고, 수명은 20여년에 이른다. 한 번 설치하고 나면 해체하거나 이동시키는 것 또한 만만치 않게 큰일이다. 때문에 설치에 앞서 신중하고 다양한 검토 및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확대해나가는 과정에서 꾸준한 수정·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 해상풍력발전 추진 흐름을 살펴보면 신중함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진다. 당장 해당 지역 주민 및 어민들은 ‘불통’에 대해 가장 분개하고 있다. 사람조차 이런데 말 못하는 자연은 얼마나 외면당할지 우려가 크다.

제 아무리 친환경에너지라 할지라도, 생태계를 파괴시킨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상적인 해상풍력발전이 애꿎은 악당이 되지 않기 위해선 이를 다루는 사람의 신중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