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이 극장가에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이 극장가에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따뜻하다.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으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꼭꼭 숨겨뒀던 착하고 순수한 마음들이 하나둘 옷을 벗을 때마다 가슴이 아리고 아프고도 따뜻하다. 그리고 그 마음들이 모여 ‘기적’을 이뤄낼 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예쁘고 또 예쁜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이다. 

오늘부로 청와대에 딱 54번째 편지를 보낸 준경(박정민 분)의 목표는 단 하나, 마을에 기차역이 생기는 것이다. 기차역은 어림없다는 원칙주의 기관사 아버지 태윤(이성민 분)의 반대에도 누나 보경(이수경 분)과 마을에 남는 걸 고집하며 왕복 5시간 통학 길을 오간다.

그의 엉뚱함 속 비범함을 단번에 알아본 자칭 ‘뮤즈’ 라희(임윤아 분)와 함께 설득력 있는 편지쓰기를 위한 맞춤법 수업, 유명세를 얻기 위한 장학퀴즈 테스트, 대통령배 수학경시대회 응시까지 오로지 기차역을 짓기 위한 준경의 노력은 계속된다. 준경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따뜻한 이야기로 웃음과 감동을 안기는 ‘기적’. /롯데엔터테인먼트
따뜻한 이야기로 웃음과 감동을 안기는 ‘기적’. /롯데엔터테인먼트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박정민‧이성민‧임윤아‧이수경이 주연을 맡았다. 

1988년 역명부터 대합실, 승강장까지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한국 최초 민자역 양원역(경상북도 봉화군)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기찻길은 있지만 기차역은 없는 마을’이라는 신선한 설정에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 이들 저마다의 사연을 따뜻하게 녹여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그 중심엔 수학 ‘천재’이자, 국어 ‘바보’ 준경이 있다. 준경은 철로로 오갈 수밖에 없는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청와대에 편지를 보내지만, 맞춤법조차 틀리기 일쑤다. 암산은 누구보다 빠르지만 미국의 수도는 모른다. 비범함과 엉뚱함을 넘나드는 준경의 4차원 반전 매력이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기적’에서 열연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민과 임윤아, 이성민, 그리고 이수경. /롯데엔터테인먼트
‘기적’에서 열연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민과 임윤아, 이성민, 그리고 이수경. /롯데엔터테인먼트

준경과 라희의 귀여운 로맨스도 재미 포인트다. 기차역을 만드는 것 외에는 소극적인 준경과 거침없는 실행력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의 라희가 빚어내는 통통 튀는 ‘케미’가 밝은 에너지를 완성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떡볶이만 나눠먹어도 설레던 어린 시절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하며 설렘을 안긴다.  

시종일관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로 미소를 짓게 하던 ‘기적’은 중후반부터 진한 가족애로 눈물을 쏙 빼놓는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가장 아버지 태윤은 마음과 달리 표현에 서툰 모습으로 공감을 안긴다. 늘 엄격하고 강해 보이던 그가 비로소 속내를 드러내며 진심을 전할 땐 보는 이도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온다. 누나 보경은 준경과 시도 때도 없이 투닥거리며 현실 남매로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준경의 곁을 늘 지키고 응원해 주며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박정민은 또 ‘베스트’를 보여준다. 실패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시골 마을의 4차원 수학 천재 준경을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한 것은 물론, 진심이 가득 담긴 열연으로 마음을 흔든다. 이성민도 좋다. 깊은 눈빛과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우리 모두의 아버지를 그려낸다. 임윤아와 이수경 역시 제 몫을 해낸다. 러닝타임 117분,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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