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이스’(감독 김선‧김곡)가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가. /CJ ENM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김곡)가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부산 건설 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당일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 작업반장인 전직 형사 서준(변요한 분)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에 위치한 본거지 콜센터 잠입에 성공한 서준은 개인정보 확보부터 기획실 대본입고, 인출책 섭외, 환전소 작업, 대규모 콜센터까지,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스케일에 놀라고,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 분)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김곡)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조직의 본부에 침투해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액션물이다. 김선‧김곡 형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변요한‧김무열‧김희원‧박명훈 등이 주요 캐릭터를 맡았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숨겨진 실체를 파헤친 ‘보이스’. /CJ ENM
보이스피싱 범죄의 숨겨진 실체를 파헤친 ‘보이스’. /CJ ENM

영화는 그동안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신선한 소재를 앞세워 차별화된 범죄액션물을 완성하고자 했다. 반은 성공, 반은 실패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숨겨진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며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그 이상의 영화적 재미는 주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매력을 잃은 캐릭터다. 전직 경찰인 피해자 서준부터 본거지 기획실 총책 곽프로, 지능범죄수사대 이규호(김희원 분) 팀장, 콜센터의 절대적 감시자 천본부장(박명훈 분), 보이스피싱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블랙해커 깡칠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범죄물 속 전형적인 캐릭터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매력을 느낄 수 없다. 

특히 극 중 악역에 해당하는 천본부장은 다소 과한 설정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시종일관 진지한 톤을 유지하지만, 비주얼과 말투가 악랄함보다는 코믹하게 느껴져 괴리감을 준다. 사건 담당 형사 이규호 팀장도 존재감이 없다.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서준과 번번이 부딪히면서도 그의 조력자로 활약하는 인물인데, 진부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져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보이스’로 뭉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변요한‧박명훈‧김무열‧김희원. /CJ ENM
‘보이스’로 뭉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변요한‧박명훈‧김무열‧김희원. /CJ ENM

우리가 몰랐던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를 리얼하게 그려낸 점은 흥미롭다. 피해자 서준이 직접 그 세계로 뛰어들어 모든 것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발전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민낯을 고발한다. 이를 통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에 주목해 공감을 안기기도 한다. 

무난한 활약을 펼치는 배우들 사이 빛나는 건 변요한이다. 보이스피싱의 세계로 몸소 뛰어들게 되는 서준을 연기한 그는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로 피해자의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은 물론,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으로 리얼 액션을 완성하며 주연배우로서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그의 피땀 어린 노력과 열정, 범죄 피해자들을 향한 진정성이 모두 녹아있다. 러닝타임 109분,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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