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연출/각본 황동혁)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허성태‧박해수‧이정재‧정호연‧위하준.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연출/각본 황동혁)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허성태‧박해수‧이정재‧정호연‧위하준.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목숨을 건 잔혹한 서바이벌 세계가 펼쳐진다. 독창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 사회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녹여낸 강렬한 스토리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질 전망이다. 배우 이정재‧박해수 등 연기파 배우들의 만남도 완성도 높은 시리즈를 기대하게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다. 

15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연출/각본 황동혁)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가운데,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박해수‧정호연‧허성태‧위하준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영화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에 대해 “어린 시절 즐겨 하던 놀이를 성인이 된 후 경제적 빈곤과 어려움에 몰린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큰 상금을 걸고 다시 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어린 시절 하던 놀이 중 오징어 게임이 가장 육체적이고 격렬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경쟁 사회를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오징어 게임’을 제목으로 택한 이유를 밝혔다.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2008년부터 구상해온 작품이다. 당시 극한 게임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황 감독은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 경험해봤을 추억의 놀이와 어른이 돼 무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포착해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했다.

독창적인 스토리를 예고하는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독창적인 스토리를 예고하는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빛을 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파격적인 소재와 표현 방식 등 다소 낯선 이야기인 탓에 상업적인 매력이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넷플릭스를 만나 9개의 에피소드로 완성됐고,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게 됐다. 

황동혁 감독은 “10여 년이 지나니까 이 이야기에 공감하고 재밌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어떻게 보면 슬픈 이야기인데, 말도 안 되는 것 같던 살벌한 게임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됐고, 오히려 어울리는 세상이 됐다. 지금이 적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확장해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동혁 감독은 추억의 게임이 극한의 서바이벌로 변모하는 아이러니를 담아내 경쟁에 내몰린 현대 사회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와 서스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어린 시절 같은 추억을 공유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기훈(이정재 분)과 상우(박해수 분)를 필두로, 게임에 참가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황 감독은 “기훈과 상우는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내고 추억을 쌓고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길을 걷게 된다”며 “누구는 조금 더 성공의 길로, 누구는 조금 더 실패의 길로 갈라진 사람들이지만, 결국 게임장 안에서는 같은 옷을 입고 경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살면서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도 극도의 경쟁 사회 안에서 결국은 모두가 약자, 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기존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점도 언급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게임들이 나오기 때문에 게임을 이해하거나 해법을 찾는데 시간과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며 “그래서 게임보다 사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승자보다 패자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기도 하다”며 “패자의 역할이 없다면 승자가 존재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게임이라는 점도 차별점”이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이정재와 박해수를 필두로, 오영수‧정호연‧허성태‧위하준 등 신선한 캐스팅 조합도 기대 포인트다. 목숨을 건 게임에 참가할 수밖에 없던 다양한 캐릭터들의 심리와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내 파격적인 설정에 몰입감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징어 게임’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이정재.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이정재. /넷플릭스​

먼저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도전한다. 벼랑 끝에 몰린 기훈을 연기한다. 매 작품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만큼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정재는 황동혁 감독을 향한 믿음으로 작품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황동혁 감독과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제안을 줘서 기쁜 마음으로 대본을 읽었다”며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과 감정들이 잘 녹아있어 재밌겠다 싶었다. 또 이 게임이 도대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재가 연기한 기훈은 다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된 후 인생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우승상금 456억원을 준다는 말에 끌려 비밀스러운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인물로,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 이정재는 밝고 천진한 외형과 삶에 대한 무거운 고통을 지닌 내면을 동시에 표현, 몰입도 높은 열인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재는 앞서 공개된 예고편과 스틸 속 ‘잘생김’을 내려놓는 파격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역시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내가 저렇게 연기를 했나?’하며 한참 웃었다”고 털어놔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항상 멋있게 나와서 한 번 망가뜨려보고 싶은 못된 마음이 있었다”며 “멋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인간미가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전해 이정재의 새로운 얼굴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오징어 게임’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박해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박해수. /넷플릭스​

박해수는 냉철함을 잃지 않는 상우로 분한다. 증권회사 투자팀장으로 승승장구하다 잘못된 선택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앉아 456억원이 걸린 게임에서 어린 시절 함께 자란 기훈과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다. 타고난 머리로 앞으로 이어질 게임을 예측하며 전략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상우의 냉정한 모습은 다른 참가자들의 죽음에 쉽게 동요하는 기훈과 대비를 이루며 색다른 ‘케미’를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박해수는 “여러 인간의 군상이 나오는데, 그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나 성장해나가는 과정과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며 “또 황동혁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게임들이 어떻게 구현될지 눈으로 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며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상우 캐릭터에 대해서는 “속마음을 읽기 어려워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결과적으로 오직 상우가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따라갔던 것 같다. 시리즈를 보며 우리도 상우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고 포인트를 전했다. 

기훈과 상우 외에도 저마다의 사연으로 게임에 참여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운다. 연기 경력 50년에 빛나는 오영수가 뇌종양과 치매 증상을 앓고 있는 칠순의 노인 일남으로 힘을 싣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델 정호연은 거칠게 살아온 새터민 새벽 역을 맡아 첫 연기 신고식을 치른다.

영화 ‘밀정’부터 ‘범죄도시’ ‘신의 한 수: 귀수편’, 드라마 ‘괴물’까지 강렬한 인상과 존재감을 선보여 온 허성태는 폭력과 위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위협적인 존재 덕수로 분해 긴장감을 유발한다. 새로운 캐릭터로 신선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위하준은 실종된 형의 행방을 쫓다 서바이벌 현장에 잠입하게 되는 경찰 준호를 연기한다. 

황동혁 감독은 “가상의 세계에서 인물들이 하는 경쟁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시리즈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이들이 왜 경쟁해야 했나, 그럼 우리는 왜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이 경쟁은 어디에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는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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