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원색적으로 비판했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15일 낮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문 대통령을 예방한 직후이자, 한국이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한 날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험발사를 마친 후 “오늘 여러 종류의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의 성공을 통해 우리는 언제든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맞서 압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사일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 나가는 등 강력한 방위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여정 ‘우몽하다’ 비난… 청와대 “언급하지 않겠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참관 사실이 알려진 지 4시간여 만에 담화를 내고 이같은 발언을 강력 비난했다. 특히 ‘도발’이라는 표현에 큰 유감을 표하면서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의 대남·대미 비난보다는 정제된 표현을 사용했지만, 문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지켜야 한다”며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면서 비난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가리켜 공개석상에서 명시적으로 도발이라 규정한 것은 한반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기준을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청와대는 북한의 비난에도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전력증강을 지속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 유엔총회에 참석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가 김 부부장의 담화에 똑같이 비난으로 응수한다면, 문 대통령 연설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문 대통령의 마지막 유엔총회 참석이자,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이라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향후 북한이 유사한 이유로 비난 담화를 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군은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무기 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청와대 역시 이번에는 직접 대응하지 않기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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