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7 03:33
소액주주 묵살한 사조그룹 주진우-주지홍의 ‘꼼수’ 민낯
소액주주 묵살한 사조그룹 주진우-주지홍의 ‘꼼수’ 민낯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1.09.17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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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그룹 최대주주 일가가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완벽한 방어에 성공했다.
사조그룹 최대주주 일가가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완벽한 방어에 성공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사조그룹 최대주주 일가를 향해 반기를 들었던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본격적인 첫 ‘전투’에서 끝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대로 날선 공세를 마주했던 사조그룹의 주진우 회장과 주지홍 부사장 일가는 ‘방어전’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꼼수가 동원됐다는 점은 씁쓸함을 남긴다.

◇ 소액주주의 반발, 꼼수로 틀어막다

지난 14일, 사조산업은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는 소액주주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올해 들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승소한 뒤 주주서한을 발송한데 이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공세를 높인 바 있다. 

앞서 사조산업 자회사의 사조그룹 최대주주 일가 소유 골프장 흡수합병에 문제를 제기해 이를 무산시키기도 한 이들은 사조그룹 최대주주 일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주주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주진우 회장의 해임과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며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대변할 인물의 이사회 투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의 존재로 인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소액주주들이 내세운 인물이 감사 또는 감사위원으로 선임돼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했다. 주진우 회장과 주지홍 부사장 등 사조그룹 최대주주 일가가 소액주주의 각종 시도를 모두 차단했기 때문이다.

3%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철통방어에 성공한 사조그룹 최대주주 일가의 ‘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먼저 지분 쪼개기다.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조그룹 계열사들 사이에선 지분 이동 및 추가 확보가 분주하게 나타났다. 심지어 주진우 회장은 자신이 보유 중이던 지분을 2명의 지인에게 각각 3%씩 임시 대여해주기까지 했다. 모두 3%룰을 고려해 의결권을 최대로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두 번째는 정관 변경을 통한 ‘통합 3%룰’ 회피다. 3%룰의 적용은 크게 ‘통합 3%’와 ‘개별 3%’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쳐 3%까지만 인정하고, 후자는 각각 3%까지 인정한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 A가 30%, 특수관계인 B와 C가 각각 20%, 5%의 지분을 보유 중인 경우 ‘통합 3%’ 적용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밖에 인정되지 않지만 ‘개별 3%’를 적용하면 9%로 늘어난다. 

그런데 ‘개별 3%’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다. 이에 사조산업은 이번 임시주주총회 첫 안건으로 정관변경을 상정했으며, 그 내용은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감사위원은 전원 사외이사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통합 3%’ 적용 대상인 ‘감사위원이 되는 비상무이사(사내이사)’ 선임에 기대를 걸었던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의 계획은 완전히 무산됐다. 또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은 ‘개별 3%’가 적용되면서 사조산업 이사회가 내세운 인물이 선임됐다. 아울러 소액주주 측이 추진한 주진우 회장 및 기존 사외이사 해임과 주식 소각을 목적으로 하는 자사주 취득 등도 모두 부결됐다.

반면, 주진우 회장과 주지홍 부사장 등 사조그룹 최대주주 일가는 소액주주를 제압하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온갖 꼼수를 동원해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사조그룹 최대주주 일가는 ‘통합 3%’ 적용을 정관 변경으로 원천 차단하고, ‘개별 3%’ 규정엔 지분 쪼개기로 응수했다. 소액주주의 불만과 지적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대주주 견제 및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3%룰’의 허점을 파고들어 이를 무마시킨 것이다. 이는 주식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외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최근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경영에도 전면으로 반한다.

한편, 한 차례 격돌을 마친 사조산업 소액주주와 최대주주 일가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액주주 측은 사조그룹을 향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이어가면서 세를 불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조그룹 측은 주주친화 정책은 물론 ESG경영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이번에 소액주주 대한 대응 방향이 뚜렷하게 드러난 만큼 양측의 입장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