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대장지구 의혹’이 불거지면서 ‘명낙대전’이 다시 불붙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대장지구 의혹’이 불거지면서 ‘명낙대전’이 다시 불붙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의 ‘이재명 때리기’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7월초 예비경선을 거치며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지만 이후 다시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졌다. 결국 첫 순회 경선 지역이었던 충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완패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정책과 비전 제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네거티브에 치중하면서 역풍을 맞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충격에 빠진 이 전 대표는 전략을 급하게 재수정했다. 그는 판세 뒤집기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내던졌다. 우선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고, 앞으로는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전 대표는 국회의원 배지까지 던졌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전략 급수정 이후에도 ‘이재명 때리기’를 계속했다. 이 전 대표와 경선 캠프는 이재명 지사가 도덕성 결함이 있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1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지사를 겨냥해 “도덕적으로 흠 없는 후보를 세워야 본선에서 이긴다”면서 “저는 도덕적 흠이 적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이 과정에서 이 지사를 둘러싼 ‘성남 대장지구’ 의혹이 불거지자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철저한 검증이 필수적인 대선주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모두 ‘네거티브’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다. 문제는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 지사 측의 감정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공격을 하면서 ‘명낙대전’(이재명·이낙연 대전) 2차전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 ‘명낙대전 2차전’ 득실

이낙연 경선 캠프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서 ‘대장지구’ 의혹과 연계해 이재명 지사의 도덕성 결함을 강조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도덕적으로 좀 문제가 있더라도 눈 감고 가자. 능력을 보고 가자. 이렇게 판단하고 대통령을 만들었던 것으로 아는데 결국 어떻게 됐나”라며 “MB는 감옥에 있다. 이걸 되풀이해야 되겠나”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17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설훈 의원의 발언에 대해 “충정어린 우려라고 생각한다”면서 두둔했다.

설훈 의원의 ‘MB는 감옥’ 발언이 알려지자 예상대로 이재명 지사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선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설훈 선대위원장님, 너무 지나치다. 이러면 안된다”며 “금도를 훨씬 넘어선 설 위원장의 막말을 접하고 기가 막혀 버렸다”고 발끈했다.

현근택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말이 충정어린 우려라는 것인가”라며 “MB가 감옥에 있고 이걸 되풀이 해야 되겠느냐고 한 것은 이재명 후보를 선택해봐야 MB와 같이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설훈 의원은 지난 8월 초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 유권자들은 본선에서 원팀을 이룰 수 있을까 걱정한다’는 지적에 “만일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장담이 안 된다”며 “이 후보의 여러 논란들을 정말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아슬아슬한 느낌”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설훈 의원의 발언이 ‘경선 불복’을 시사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설 의원의 말을 (경선) 불복으로 읽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설 의원을 옹호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이 같은 아슬아슬한 ‘이재명 때리기’가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도덕적 결함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이 지사보다 도덕적 우월함을 부각시키는 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보 검증 수준을 넘어서서 상대방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공격은 경선 종료 후 양측의 화합적 결합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이 전 대표 측의 이 같은 방식의 ‘이재명 때리기’가 다시 네거티브 공격으로 비춰질 경우, 남은 경선 기간 판세를 뒤집을 만한 득표율을 확보하는데도 오히려 역효과가 날수도 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 측의 지금 같은 전략은 양날의 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가 지지율이 많이 오르지 않고 다시 떨어졌던 이유 중 하나가 네거티브에 너무 올인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았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호남 경선에서는 정책이나 다른 이슈로 붐을 일으켰어야 하는데 (의원직 사퇴로) 동정론과 네거티브로 막판에 지지를 결집시키려는 것 아닌가 한다”며 “정책이나 새로운 인물 영입 등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호남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는 이상 그 동력이 오래 가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낙연 전 대표 측의 ‘도덕성 공격’의 득실은 향후 여론의 반응 추이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설훈 의원이 악역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부분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대장지구 의혹 등에 대해서 국민들의 생각이 어떨지에 따라 달린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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