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가 베일을 벗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허문영 집행위원장과 임상수 감독, 배우 이엘‧박해일‧최민식‧조한철‧임성재 /뉴시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가 베일을 벗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허문영 집행위원장과 임상수 감독, 배우 이엘‧박해일‧최민식‧조한철‧임성재 /뉴시스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가 베일을 벗었다. 우연히 만난 두 남자가 인생의 마지막 행복을 찾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담아내며 짙은 여운을 선사, 따뜻한 포문을 열었다. 

6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 기자시사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임상수 감독, 배우 최민식‧박해일‧조한철‧임성재‧이엘이 참석했다.

‘행복의 나라로’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행복의 나라로’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행복의 나라로’는 시간이 없는 탈옥수 ‘203’(최민식 분)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박해일 분)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인생의 화려한 엔딩을 꿈꾸며 특별한 동행을 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임상수 감독이 ‘나의 절친 악당들’(2015)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연출작이자, 네 번째 칸 진출작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공개된 ‘행복의 나라로’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선사했다. ‘죽음’에 관한 묵직한 주제를 다루며 ‘삶’에 관한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활기차고 따스한 시선과 위트를 녹여낸 연출로 따뜻한 로드무비를 완성해 영화적 재미까지 담아냈다. 최민식‧박해일부터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 윤여정까지, 배우들의 빛나는 열연 또한 ‘행복의 나라로’를 더욱 빛나게 했다. 

임상수 감독은 “전작들에 비해 영화가 선량하다고 해야 할까. 착한 면이 있다”면서 “그동안 냉소적인 영화를 만든다고 했지만, 나는 사실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재치 있는 소감을 전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마주하고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님이랄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고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당사자와 곁에 있는 사람에겐 끔찍한 일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할 나이가 된 것이고, 그런 생각을 갖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최민식과 박해일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다. 교도소 복역 중 인생 마지막 행복을 찾아 뜨거운 일탈을 감행하는 죄수번호 ‘203’로 분한 최민식과 ‘203’의 특별한 여행에 얼떨결에 동참하게 된 남식을 연기한 박해일은 신선한 에너지와 교감으로 특별한 시너지를 완성,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최민식과 임상수 감독, 박해일 /뉴시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최민식과 임상수 감독, 박해일 /뉴시스​

최민식은 “(박해일과 호흡을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것은 없다”며 “다른 작품을 통해 박해일의 모습을 보며 좋은 인상을 받아서 그런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래전부터 작품을 해왔던 느낌을 받았고 낯설지 않았다. 너무 익숙해서 신기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우리 둘 사이에는 ‘술 정’이 많이 쌓였다”며 “처음에는 제정신으로 이야기하다가 몽롱한 상태에서 서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있다. 작업하는 과정은 아주 즐거웠다”며 웃었다. 

박해일은 “최민식 선배와 언제 한 번 작품에서 뵐 수 있을까 생각한 게 15년이 넘은 것 같다”며 “로드무비 장르가 낯설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최민식 선배와 함께 하는 현장이라면 행복하겠다는 기대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의 호흡 하나하나에 리액션 하고 싶은 마음과 이런 기회가 언제 올까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정말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행복의 나라로’에는 최민식‧박해일 외에도,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개성파 연기들이 함께해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그중에서도 배우 윤여정이 화려하고 독특한 ‘윤여사’ 역을 맡아 그의 딸을 연기한 이엘과 묘한 앙상블을 완성, 짧지만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임상수 감독은 윤여정과 이엘을 모녀 관계로 캐스팅한 것에 대해 “두 남자의 로드무비이기 때문에 균형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조직의 높은 사람을 여성 캐릭터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 윤여사부터 경찰서장, 203과 옥상서 마주하는 순경 등 중요한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로 써서 분위기를 달리 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두 남자뿐 아니라 중요한 역할은 ‘203’의 딸”이라며 “딸과 203이 나누는 교감이 중요했다. 어린 딸이 ‘203’에게 배우는 게 아니라 마음은 더 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그런 캐릭터 설정을 통해 로드무비 장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행복의 나라로’는 이날 레드카펫 및 개막식이 끝난 뒤 오후 8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공식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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