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후보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상대 후보를 향한 비방전은 물론 지지자 간 충돌 등이 연달아 일어나며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후보들 간 신경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당장 당내에선 경선 이후 ‘원팀’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며 자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 신경전이 계속됐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마지막 표심을 끌어모으며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도 불사했다. 홍 의원은 세 결집을 하는 윤 전 총장과 캠프 인사들을 향해 ‘골목대장’, ‘파리 떼’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도 참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자기 부정’이라고 반박했다. 전날(27일) 토론회에선 “왜 주변에 배신자가 그렇게 많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홍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이 다수 떠났다고 지적하며 그의 리더십을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이들의 갈등은 전날 ′대리 투표 논란′으로 더욱 거세졌다. 앞서 윤 전 총장 캠프 소속 지역 당협위원장은 당원들에게 ‘문자 투표가 어려운 분들은 도와 드리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즉각 홍 의원 측은 ‘대리 투표를 종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투표 방법을 안내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투표시 ‘본인 인증’ 문제와 맞물리면서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당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김기현 원내대표 명의의 ‘특정 후보 지지 글’이 SNS에서 확산됐고,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의 ‘단일화’ 소문도 빠르게 퍼져나가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즉각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고, 유 전 의원도 “이런 악의적 마타도어는 심각한 범죄”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경선의 혼란스러움은 그대로 드러났다. 전날 강원도 지역 합동 토론회에선 유 전 의원 지지자와 윤 전 총장 지지자간 충돌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 ‘원팀’ 깨질라… 당내선 ‘자중 요구’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후보들 간 신경전이 정권 교체라는 대의와 멀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경선 이후 본격적인 ‘원팀’으로 힘을 합해야 하는데,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면 이러한 단일대오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섞여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35명은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과열된 당내 경선을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우리 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벌어지는 후보들 간 공격과 비방이 도를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며 “경선 이후 우리가 원팀이 될 수 있고 지지자들이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께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자중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후보들 간 신경전은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팀 우려’에 대한 질문에 “사정이나 이런 문제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뻔뻔하고 적반하장식 토론 태도에 대해 국민이 명확히 심판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전날 토론회에서 있었던 홍 의원과의 묵은 감정을 다시 꺼낸 것이다. 

당 지도부는 직접 사태 해결에 부심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지막 며칠을 남기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당 대표로서 강력히 경고하고자 한다”며 “지지자간 물리적 충돌, 자극하는 언행 등을 각 후보 캠프는 지지자에 자제 요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선이 끝나면 후보 당선을 위해 손을 잡고 뛰어야 한다”며 “선거 이후 시너지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리 투표 논란에 대해서도 진상 확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맡고 있는 공명선거추진단에서 실제 당협위원장이 어떤 목적을 갖고 한 것인지 사실 여부를 명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해당 인물에게 실제 진의를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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