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18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28일 유럽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문 대통령이 교황의 방북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가 이번 유럽 순방의 가장 큰 관심사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2018년 10월 18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에서는 29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교황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할 계획이다. 특히 교황 예방 등 일정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수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북 문제에 관심을 표해왔고, 지난 2018년에는 방북 의사도 밝힌 바 있어 문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 문 대통령-교황 면담에 관심 집중

문 대통령의 7박 9일 유럽 순방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교황과의 면담 일정이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을 비롯한 한반도 상황을 중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같은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차를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만난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카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0월 교황청을 방문한 바 있다. 교황과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면담에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교황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축원과 지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온 만큼 로마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환기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순방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함께한다. 대통령의 정상외교 무대에 통일부 장관이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 통상적으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부 등 정상외교에 자주 동행하는 부처가 아니라 통일부 장관이 동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교황을 만났을 당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했고, 교황은 이에 대해 여러 차례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방북 논의는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잠잠해졌다. 하지만 교황은 여전히 방북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을 계기로 관련 입장을 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이 장관의 역할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교황에게 방북 요청 및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을 묻고,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경우 이 장관이 브리핑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 장관은 유럽 방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관련 현지 활동도 있을 수 있다. 이 장관은 앞서 지난 9월 29일~10월 4일 유럽 순방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 호응을 유도했다. 

◇ 당청 ‘방북 기대’… 성사는 ‘미지수’

그간 문 대통령은 교황 방북 추진에 공을 들여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총비서에게 교황의 방북을 제안했고, 김 총비서는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번에도 당청은 문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교황 방북’ 이슈를 띄운 바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6일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교황 방북에 대해 언급했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북한 대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를 만나 교황 방북 성사의 공감대를 만들어주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사를 전하더라도 실제 방북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사실상 국경을 봉쇄한 상황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교황의 방북은) 북한과 교황청 간의 외교 문제다. 그런 문제에 우리 소망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관여할 수준이라는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이날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당 회의장 배경에서 김일성·김정일 사진을 없애고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독자적 사상 체계 정립을 시작했다. 자신의 권력이 어느 정도 안정돼 김일성-김정일의 후광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교황이 방북할 경우 ‘독재자에게 정당성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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