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릉’(감독 윤영빈)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강릉’(감독 윤영빈)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강릉 최대 조직의 길석(유오성 분). 평화와 의리를 중요시하며 질서 있게 살아가던 그의 앞에 강릉 최대 리조트 소유권을 노린 남자 민석(장혁 분)이 나타난다. 첫 만남부터 서늘한 분위기가 감돌고, 민석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두 조직 사이에는 걷잡을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영화 ‘강릉’(감독 윤영빈)은 강릉 최대의 리조트 건설이라는 인생 역전 사업을 둘러싼 서로 다른 조직의 야망과 음모, 그리고 배신을 그린 액션영화다. 신예 윤영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국내 최대 관광지이자 항구도시 강릉을 배경으로 두 조직 간의 치열한 대립을 담았다. 

‘강릉’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유오성(위)과 장혁(아래 가운데)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강릉’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유오성(위)과 장혁(아래 가운데)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조직 간의 서열 싸움, 난무하는 배신과 음모, 핏빛 복수까지 그동안 숱하게 봐온 그저 그런 ‘한국형 조폭물’로 예상됐던 ‘강릉’은 예상을 빗나간 전개와 입체적인 캐릭터로 뜻밖의 매력을 뽐낸다. 거칠고 서늘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정통 범죄 액션 누아르의 클래식한 매력을 물씬 풍기면서도, 클리셰를 완전히 비틀어 색다른 ‘낭만 누아르’를 완성한다.  

주요 인물부터 작은 역할까지, 거의 모든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쉰 덕이다. ‘낭만’이 살아있는 조직의 2인자 길석과 섬뜩한 빌런 민석은 물론, 길석의 오른팔 형근(오대환 분), 길석을 견제하는 조직의 3인자 충섭(이현균 분), 조직의 보스 오회장(김세준 분), 민석의 부하 정모(신승환 분)까지 모두 각자의 서사를 품고 있고, 어느 하나 허투루 소비되지 않는다. 

모든 캐릭터가 존재감을 보여준 ‘강릉’.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오성‧박성근‧이현균‧신승환‧오대환.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모든 캐릭터가 존재감을 보여준 ‘강릉’.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오성‧박성근‧이현균‧오대환‧신승환.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특히 길석의 친구이자 민석을 쫓는 형사 방현(박성근 분)의 캐릭터가 돋보인다. 기존 범죄 누아르에서 무능력하고 답답하게만 그려졌던 형사 캐릭터에서 벗어나, 법과 질서를 지키려는 형사의 모습부터 ‘친구’ 길석에게 의리를 보이는 모습 등 능동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극에 힘을 더한다.

배우들의 열연도 흠잡을 데 없다. 길석으로 분한 유오성은 특유의 카리스마에 따뜻한 인간미까지 완벽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민석을 연기한 장혁은 서늘하고 차가운 악역을 완성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오대환‧박성근‧이현균‧신승환‧김세준 등도 제 몫을 해내며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윤영빈 감독은 “경쟁의 규모가 달라진 시대에 위로와 공감을 주고 싶었다”며 “위로라는 것이 대단한 게 아니라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위로와 공감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러닝타임 119분,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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