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로 돌아온 류승룡. /NEW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로 돌아온 류승룡.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류승룡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천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 ‘극한직업’(2019) 이후 2년만이다. 다시 한 번 코미디 장르를 택한 그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코믹 강자’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 분)의 버라이어티 한 사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개성파 배우 조은지가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갈등과 화해, 성장 등 다양한 관계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류승룡은 극 중 7년째 슬럼프를 겪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으로 분해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현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각기 다른 모습으로 관계를 형성하는데, 류승룡은 어떤 캐릭터와 만나도 환상의 ‘케미’를 완성하며 이 영화만의 매력을 배가한다. 마성의 매력남으로서의 면모는 물론, 차진 코믹 연기까지 완벽 소화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개봉에 앞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류승룡은 “웃음도 있지만 여운도 남는 작품”이라며 ‘장르만 로맨스’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그동안 주로 장르물에서 선 굵은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생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장르물부터 코미디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류승룡. /NEW
장르물부터 코미디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류승룡. /NEW

-완성된 영화는 어땠나. 
“재밌게 봤다. 시나리오 봤을 때 느낀 독특함과 특이함이 그대로 담겨있었고, 그러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냈다.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재미를 유발했고, 웃음이 있지만 생각할 여운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며 느낀 재미 요소들이 배가 됐다. 훨씬 더 재밌었다.”

-현 캐릭터에 대해 조은지 감독과 어떤 의견을 나눴나. 본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부분이 있다면.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만들었다. 현은 독특하고 지질하고 자칫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현실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솔직하고 용기 있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한 내적 풍요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부분은 연기하면서 떠오르는 게 많았다. 그때만 생각나는 것이나 몸으로 표현되는 것들이 있다. 주옥같은 선물이었다.”

-후배 조은지의 첫 장편 연출작이었다. 어떤 감독이었나.  
“정말 깜짝 놀랐다. 나와 함께 한 작품 외에도 배우로서 조은지의 작품들을 보면서 연기를 굉장히 맛깔나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생활 연기를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잘하지 생각했었다. 감독으로 만나고 보니 그 배우의 독특함이나 자연스러움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더라. 엄청난 고민 끝에 나온 거였다. 엄청난 코어가 있는데 빙산의 일각처럼 표현된 거였다. 감독으로서 배우들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고 알아주고 배려해 줬다. 그런 면에서 배우 출신 감독이기 때문에 어떤 작업보다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앞서 이번 작품을 두고 ‘필모그래피에 방점을 찍을 영화’라고 표현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본의 아니게 눈썹도 굵고 목소리도 굵고 머리도 굵고(?) 그러다 보니, 그동안 선 굵은 캐릭터를 많이 했다.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작품과 인물을 계속하다 보니, 생활 연기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이 있었다. 조은지 감독에게 그 부분이 아킬레스건이라고 도움을 부탁했는데, 아주 큰 도움을 받았다. 내가 ‘도미솔’로 연기했다면, 조은지 감독은 거기에 플랫, 샵 등 음표를 더 섬세하게 그려줬다. 그래서 변주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방점을 찍었다고 표현한 거다.” 

‘장르만 로맨스’에서 현을 연기한 류승룡 스틸컷. /NEW
‘장르만 로맨스’에서 현을 연기한 류승룡 스틸컷. /NEW

-이번 작품을 통해 ‘류승룡의 코미디는 믿고 본다’는 인식이 또 한 번 각인될 것 같다. 류승룡표 코미디의 비결은 무엇인가. 
“코미디가 워낙 기질인 것도 있다. 집이 충청도인데, 고모들부터 사촌들까지 다 시치미를 떼고 막 웃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 환경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웃으면 치유가 되지 않나. 나 역시 같은 상황이어도 웃어넘기면 더 잘 지나가지는 것 같다. 유연함이 주는 힘들이 있잖나. 그런 것을 선호한다. 또 장진 감독과 열 편이 넘는 작품들을 하면서 코미디에 대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난타’를 하면서 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웃음을 줘야 했던 경험도 훈련이 됐던 것 같다. 그때는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지금 내게 체화된 것 같다. 꼭꼭 숨어있다 상황에 맞게 나오더라. 참 감사하다. 웃음은 치유제이고 치료제다. 웃고 난 후 뒤에 남는 여운들, 그것도 굉장히 매력인 것 같다.”

-어떤 장르든 주어진 상황 안에서 연기를 하겠지만, 그럼에도 코미디 장르를 할 때 특히 견제하고 조심하는 부분이 있을까. 
“웃기려고 하는 것. 울음도 그렇잖나. 신파에 대해 굉장한 거부감이 있다. 억지로 웃기거나, 울리려는 게 아니라 그 몫을 관객들에게 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장작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쌓여서 상황이 모이고 주어졌을 때 착화제처럼 불이 잘 붙는 것 같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말자. 그걸 가장 조심하고 있다.” 

류승룡이 코믹 연기 비결을 공개했다. /NEW
류승룡이 코믹 연기 비결을 공개했다. /NEW

-코미디 장르가 부담스럽게 다가오진 않나.
“어렵고 부담스럽다. 코미디를 하고 나면 즐거울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사람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 다르지 않나. 살아온 인생이 다 다르고. 웃음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다. 박장대소도 있고, 키득키득 소소한 웃음도 있다. 그러한 웃음 포인트와 종류를 다 아우르며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잘 계산하고 정교하게 상황을 만들어줘야 건강한 웃음, 예기치 못한 웃음이 나오는 것 같다. 더 집중하고 더 공부해야 하는 것 같다.” 

-‘극한직업’도 그렇고, 류승룡이 함께 하는 현장은 유독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맏형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현장에서 어떤 선배이고자 하나. 
“현과 마찬가지로 나도 부족한 게 많다. 현은 그럼에도 기저에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깔려있다. 나 역시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고 가장이고 연인이다. 그래서 서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이 순간 행복하자는 마음이 크다. 서로 상처주지 말고. 각자 해야 할 몫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제 현장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을 찾기 힘들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면서 어른의 의무에 대해 생각했다. 불평불만하지 않기, 자랑하지 않기 등. 또 기분 좋은 상태를 항상 유지하는 것. 그런데 되게 힘들더라. 경험이 쌓이고 작품 수가 많아질수록 잘 들리고 잘 보이는데, 입은 닫아야 하는 것, 할 말만 해야 하는 것. 그런 것들이 어렵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 류승룡. /NEW
믿고 보는 배우 류승룡. /NEW

-사랑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관계 안에서 상처도 받고 갈등도 생기고 그렇잖나. 그런 관계를 통해 또 치유받고 성장한다. 이 영화가 그런 것 같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오래 삶을 살았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다. 이 작품을 보면 누구나 상처를 받기도 하고 누구나 상처를 주기도 한다. 모두가 당사자다. 관계 안에서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관계라는 것은 일방향이면 안 된다.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네 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충무로 대표 흥행배우로 꼽힌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있다면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 
“전혀 없다.(웃음) 언제 그런 생각이 사라졌냐면, 작품들이 안 되고 그럴 때, 슬럼프로 표현하기도 하는 시기, 작품이 생각처럼 잘 안되니 두렵고 위축되고 작아지고 괴로웠다. 어느 정도 책임을 통감하면서 되돌아봤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니 잘 된 영화들이 내가 잘해서 잘 된 게 아니더라. 거기서부터 자유로워졌다. 여러 배우들과 제작진이 함께 만들었고 그게 또 운 좋게 천만 영화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부담은 없다. 그래서 이겨내거나 수치에 대한 강박이 지금은 없다. 대신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는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행복하게 찍자는 마음이 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 후 나머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구나 생각한다. 그저 잘 되길 바랄 뿐이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영화계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 속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설렘과 동시에 아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들 것 같다. 어떤가. 
“일상이 마비가 됐다. 온 국민, 전 세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극장도 산업 자체가 휘청거릴 정도다. 한 공간에서 소중한 사람과 같은 경험을 하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마스크 없이 숨 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몰랐던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크게 깨닫게 됐다. ‘극한직업’ 당시 무대 인사를 하며 관객들과 소통했는데, 이번에 개봉을 하고 관객을 만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일반 시사회를 했을 때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루빨리 상황이 완화되고 좋아져서 완벽하게 일상이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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