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웰메이드 작품을 예고, 기대를 모은다. (왼쪽부터) 양익준‧유아인‧김현주‧박정민‧원진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웰메이드 작품을 예고, 기대를 모은다. (왼쪽부터) 양익준‧유아인‧김현주‧박정민‧원진아.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놀라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관을 펼쳐낸다. 파격적이고 강렬한 소재와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살아 숨쉬는 캐릭터 등으로 ‘웰메이드’ 시리즈를 예고, 기대를 모은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송곳’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영화 ‘부산행’ ‘반도’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 집필을 맡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연상호 감독이 원작 각본에 이어 시리즈 연출과 공동 각본을 맡아 실사화를 이끌었다. 공개 전부터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어 주목받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으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은 데 이어, 영화 ‘부산행’ ‘반도’ 등과 드라마 ‘방법’ 등을 통해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왔다. 이번 ‘지옥’에서는 어떤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지옥’으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지옥’으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은 16일 진행된 ‘지옥’ 제작발표회에서 “어느 날 서울 한복판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그 현상으로 인해 혼란해진 사회 속 여러 가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웹툰을 시리즈로 만들게 된 것에 대해서는 “영화적으로 놀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며 “언제든 가고 싶을 때 가서 새로운 놀이를 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지옥’이라는 세계관이었고, 첫 번째 놀이로 이번 시리즈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옥’ 세계관에 유독 애정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 감독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기에 좋은 설정인 것 같다”며 “아주 극단적인 설정이기 때문에 여러 종류 인간들의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줄 수 있는 세계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현대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합리성이 무너지고 순식간에 원시사회로 돌아가 버리는 과정’을 통해 “인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전했다. 먼 미래나 과거가 아닌 지금, 바로 이곳에 ‘지옥의 사자’들을 소환해 인간의 나약함과 두려움을 들추어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극 중 캐릭터들은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법한 인물들”이라며 “각자 다른 신념을 갖고 있는데 그 신념이 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지금의 사회 혹은 자신의 신념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옥’은 유아인‧박정민‧김현주‧원진아‧양익준 등 연기력과 매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총출동해 기대를 더한다. 연상호 감독은 “‘지옥’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배우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며 심혈을 기울여 캐스팅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지옥’에서 정진수 의장을 연기한 유아인. /넷플릭스
‘지옥’에서 정진수 의장을 연기한 유아인. /넷플릭스

먼저 유아인은 세상이 혼란해진 틈을 타 부흥한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를 연기한다. 유아인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정진수를 특유의 카리스마와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매력으로 완성, 이 작품이 가진 독특하고 묘한 분위기를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유아인은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단 몇 줄의 설명만으로도 확 끌리는 작품이 있다”며 “배우로 살면서 그런 작품을 자주 만나지는 못했는데, ‘지옥’은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에는 미쳐버렸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정진수 캐릭터에 대해서는 “내면이 상당히 뒤틀려있고 꼬여있는 인물”이라며 “그러면서도 선명한 주장을 펼쳐나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내면의 핵심이 무엇일까 상상하고 추측하면서 접근했다. 분노일까 절망일까. 다 맞을 순 있지만, 그 인물만이 가진 절대적인 고독과 외로움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실체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유아인은 “글로 잘 표현이 돼 있었고, 연상호 감독이 만들어놓은 현장에서 내가 어떻게 잘 놀 수 있을까 풀어놨다”며 “물론 감독과 캐릭터에 대한 논의를 사전에 나누긴 했지만, 그냥 현장 속에서 이 인물이 어떻게 반응할지 어느 지점까지 나아갈지 자연스럽게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지옥’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김현주. /넷플릭스
‘지옥’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김현주. /넷플릭스

김현주는 새진리회와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집단인 화살촉에 맞서는 민혜진 변호사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예고한다. 김현주는 “‘지옥’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굉장하더라”면서 “사실 원작이 있거나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게 창작해 내는 인물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해서 도전을 꺼려 한 것도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옥’ 원작을 봤을 때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이 돼 있어서 인물의 표정이나 감정이 와닿았다”며 “내가 배우로서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모험심도 생겼고, 새로운 작업 현장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지옥’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을 보면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상황 속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것”이라며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에 가까운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옥’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박정민(왼쪽)과 원진아. /넷플릭스
‘지옥’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박정민(왼쪽)과 원진아. /넷플릭스

유아인과 김현주가 갑작스러운 초자연적인 사건으로 무너져가는 세상에서 드러나는 큰 갈등의 모습을 그렸다면, 박정민과 원진아는 무너진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애쓰는 부부로 분해 또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박정민은 새진리회의 진실에 파고드는 방송국 PD 배영재 역을 맡았고, 원진아는 배영재의 아내이자 소중한 사람의 지옥행 고지로 혼란과 고통에 빠지는 송소현을 연기한다.

박정민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표현해야 해서 어려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부터 시작하다 보니 어려운 게 많았는데, 그때마다 감독님이 많은 도움을 줬다. 또 내 나름대로 해석을 가미해서 연기하는 즐거움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원진아 역시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어려운 감정신이 많았다”며 “그럴 때마다 과연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어떤 상황에 빗댈 수 있을까 질문을 했고, 나라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많이 했다. 뻔하지 않게 다르게 해보기 위해 에너지를 조금 더 쓰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지옥’에서 진경훈 형사를 연기한 양익준. /넷플릭스
‘지옥’에서 진경훈 형사를 연기한 양익준. /넷플릭스

양익준도 함께 한다. 지옥행 사자 출현 사건을 수사하는 담당 형사 진경훈 역을 맡아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양익준은 진경훈에 대해 “삶의 의욕이 사라진 인물”이라며 “가장 사랑했던 존재가 현실 안에서 사라지고 남은 자를 지키기 위해 이상한 세상에 대항한다”고 소개했다. 

연상호 감독은 “양익준은 거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감정을 머금고 있는 배우”라며 “진경훈은 작품의 핵심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인물이다. 복합적인 감정과 상황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뿜어내는 게 아니라 스며들 듯 풍겨야 하는 연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는 배우가 양익준이라고 생각했다”고 양익준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연상호 감독은 “‘지옥’이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라, 여러 담론을 생산해 내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오는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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