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슨’(감독 아나 로샤)이 극장가에 울림을 전한다. /워터홀컴퍼니
영화 ‘리슨’(감독 아나 로샤)이 극장가에 울림을 전한다. /워터홀컴퍼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가난한 이민자 출신으로 런던 교외에서 삼남매를 키우며 살아가는 벨라(루시아 모니즈 분). 어느 날 청각장애를 가진 딸 루(메이지 슬라이 분)의 몸에 난 멍 자국이 정부 당국의 오해를 부르고 벨라의 아이들은 강제입양 당할 상황에 처한다. 자신의 가난과 남편의 실직, 그리고 딸의 장애에도 침묵하던 사회 시스템은 한순간에 나타나 그녀와 가족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영화 ‘리슨’(감독 아나 로샤)은 루 가족의 가난과 실직, 그리고 장애에도 아무런 귀를 기울여주지 않던 세상과 이들의 헤어짐을 그린 작품으로, ‘강제입양’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다.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미래의 사자상‧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되는 등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리슨’은 벨라 가족의 사연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민자들의 가슴 아픈 현실과 ‘아동 보호’라는 명목하에 아이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가하는 ‘강제 입양’ 정책의 모순을 비판한다. 

가난한 이민자의 아픈 현실을 담담하게 담아낸 ‘리슨’. /워터홀컴퍼니
가난한 이민자의 아픈 현실을 담담하게 담아낸 ‘리슨’. /워터홀컴퍼니

각자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진실’은 철저히 무시된 채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한순간에 해체돼버리는 한 가족, 뒤늦게 밝혀진 진실에도 ‘한 번 결정된 입양은 취소될 수 없다’며 소통을 거부하는 사회의 태도가 아프게 다가온다. ‘오해’가 순식간에 ‘사실’이 되어버리는 과정 속에서 당사자인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가 하나도 없는 차가운 현실을 비추며 진정한 소통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지 곱씹고 또 곱씹게 한다. 

사회에서 벨라 가족이 감내해야 할 시선과 편견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점도 좋다. 극적 효과를 위해 이들이 처한 아픈 현실을 폭력적이거나 관습적으로 그리지 않고, 진정성 있고 진솔한 태도로 그저 담담히 담아내 문제의식을 던진다.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열연은 ‘리슨’을 더욱 빛나게 한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콜린 퍼스의 상대 오렐리아 역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루시아 모니즈가 주인공 벨라로 분해 뜨거운 모성애로 가슴을 울리고, 루는 실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메이지 슬라이가 맡아 눈빛 만으로도 마음을 흔드는 마법을 부린다. 77분,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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