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펼쳐오고 있는 김지운 감독. /애플TV+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펼쳐오고 있는 김지운 감독. /애플TV+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김지운 감독은 영화 ‘조용한 가족’(1998)을 시작으로, 코미디 ‘반칙왕’(2000), 호러 ‘장화, 홍련’(2003), 누아르 ‘달콤한 인생’(2004), 웨스턴 ‘놈놈놈’(2008) 복수극 ‘악마를 보았다’(2010), 스파이영화 ‘밀정’(2016)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그리고 지난달 4일 공개된 애플TV+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Dr. 브레인)’으로 첫 드라마 연출에 도전해 주목받고 있다. ‘닥터 브레인’은 홍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SF 스릴러로, 타인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 세원(이선균 분)의 이야기를 그린 SF 스릴러다.

김지운 감독은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뇌과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장르적 재미는 물론, 휴머니즘적 메시지까지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특유의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SF 스릴러를 완성했다는 평이다.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닥터 브레인(Dr. 브레인)’. /애플TV+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닥터 브레인(Dr. 브레인)’. /애플TV+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김지운 감독은 “한 시간 안에 이야기를 완결하면서도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중요했다”며 첫 드라마 연출 도전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원작 웹툰에서 감독의 마음을 가장 강렬하게 끈 지점은 무엇인가. 
“소재의 독창성과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그림체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픽 노블처럼 날카롭고, 누아르풍의 음영과 명암을 강조한 그림체가 마음에 들었다. 소재와 더불어 그림체가 갖고 있는 느낌을 그대로 영상화한다면 아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또 뇌를 들여다보는 설정 안에서 다른 사람의 뇌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장하고 화해하면서 더 나은 삶을 모색하게 하는, 고립되고 결핍으로 인해 단절된 것을 다시 회복하고 복원하는 이야기를 만들면 하나의 완성된 서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첫 드라마 연출인데다가 극장 개봉이 아닌 OTT 공개였다. 연출적으로 다르게 접근한 부분이 있나. 
“OTT 공개라는 것은 보이는 지점에 있어서 아웃풋이 다른 거다. 하나는 어떤 디바이스를 통해 하나는 큰 스크린을 통해서 공개되는 건데, 그래서 시네마틱한 느낌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연출에 있어서는 어떤 점에 더 주안점을 둬야 할까 생각했을 때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자는 태도로 작업에 임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미장센이나 미술적인 부분을 포기하고 이야기 전달에 주력했다. 전작에 비해 이야기와 인물의 방향성이 훨씬 뚜렷하고 명확해졌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온 미술적인 부분이나 음악, 공간에 대한 무드를 만드는 것이 얹혔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결합이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 김지운 감독. /애플TV+​
다시 한 번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 김지운 감독. /애플TV+​

-긴 호흡을 이어가는 것에 있어서는 어떤 고민을 했나. 
“한 시간 안에 이야기를 완결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났을 때 다음 패를 꺼내야 했다.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소위 말하는 ‘엔딩 맛집’이 되기 위해 매회 고민을 했다. 또 떡밥을 던지기만 하면 안 되니까 다음에 착실히 수거해야 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해서 조금 더 계획적인 플랜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건 절대 아니다. 흥미를 끌만한,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를 만들고 다음에 그것을 정확하게 풀어줘야 하는 것이 드라마의 특징이고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잘해야 좋은 드라마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서사 전체의 완결성은 항상 유지하고자 했다.” 

-가장 공들인 장면이나 이미지가 있다면. 
“다른 사람의 뇌를 통해 들여다본 기억이 어떤 형태로 보일까 되게 궁금했고, 뇌로 들어가는 프로세스 중에서 그것들을 이미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다. 막연하게 상상한 것은 뇌의 신경 세포가 촘촘하게 연결되고 들어가는 과정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뇌 속에 우주 같은 세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절적이고 파편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을 했다. 내가 생각한 것만큼 충족되지는 않았지만, 아득한 느낌으로 기억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사운드로 보완하고 충족했다. 이미지뿐 아니라 사운드 작업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고민을 했던 부분이 있다.” 

-원작 주인공과 이선균의 이미지가 달랐다. 어떤 믿음으로 이선균을 캐스팅했나. 
“원작 보다 이야기를 조금 더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점, 뇌를 들여다보면서 자신도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는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이선균은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다. 다양한 장르와 소재 속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이기에 저격이라고 생각했다. 또 애플TV+가 글로벌 영상 콘텐츠 기업이니 거기에 걸맞은 배우의 지명도도 필요했다. 내적, 외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을 이선균이 갖추고 있었다.”

‘닥터 브레인(Dr. 브레인)’에서 천재 뇌과학자 고세원을 연기한 이선균 스틸컷. /애플TV+
‘닥터 브레인(Dr. 브레인)’에서 천재 뇌과학자 고세원을 연기한 이선균 스틸컷. /애플TV+

-세원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기에 표현의 정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을 것 같은데.
“세원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편도체가 위축된 특이한 뇌구조를 가진 사람이다. 관계에 있어서 단절되고 고립된 인물이고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드라마라는 것이 주인공을 따라가야 하는데, 너무 표현을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렵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출발선은 그렇게 가져가면서 따라가지 못하고 놓치는 부분에 있어서 유심히 들여다보며 조금씩 온도를 높여가자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본격적인 촬영 전에 그 지점을 발견했고, 찍어가면서 더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 관객이 따라갈 수 있고 잡기 편한 인물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선균뿐 아니라, 이재원의 열연도 돋보였다.
“‘장화홍련’ 촬영 당시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임수정, 문근영을 통해 느꼈다. 영화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정말 다른 사람이 돼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이재원도 그런 경우였다.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주인공을 제외하고 가장 고생을 많이 한 배우가 이재원이다. 촬영을 해나가면서 연기적인 부분에서 확장하고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염출자로서 한 배우의 변화를 보는 것이 정말 감동스럽고 감격스럽고 뿌듯했다. 이재원의 성장과 진화라고 해석하고 싶다.” 

-이번 도전이 앞으로 감독의 연출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드라마 작업하면서 마치 고세원처럼 나한테 결핍된 게 무엇인지 뇌를 들여다보는 느낌도 들었다. 환경적으로도 그렇고, 빨리 분량을 소화하고 촬영 일수를 맞춰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내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는 비전을 위해 무엇이 1순위이고, 무엇이 필요한가 생각하게 했다. 또 나의 작품들에 항상 따라다니는 미장센, 공간의 묘사와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의 결합에 있어서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차기작 계획은. 
“차기작은 영화다. 다시 영화를 할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이번 도전을 통해 드라마의 재밌는 지점도 발견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영화와 드라마를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하면서 다른 생태계를 경험했고, 창작자들에게 텐션을 주는 환경에서 찾아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더라. ‘닥터 브레인’은 그런 의미에서 내게 소중한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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