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캄보디아 현지 법인의 상업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현지 공무원 등에게 건넬 로비자금을 현지 브로커에 전달한 혐의로 대구은행 전·현직 임직원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DB금융지주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최악의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캄보디아 현지 법인의 상업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현지 공무원 등에게 건넬 로비자금을 현지 브로커에 전달한 혐의로 대구은행 전·현직 임직원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불구속 기소 처분이 됐지만 안팎으로 강한 사퇴 압박을 마주할 전망이다. 

◇ 국제적 뇌물 방지법 위반… 김태오 회장 포함 대구은행 전·현직 임직원 4명 불기소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는 6일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김태오 회장과 대구은행 전·현직 임직원 3명 등 총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김태오 회장은 2018년 5월 지주 회장에 취임해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대구은행장을 겸직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캄보디아 현지 법인의 상업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전달할 로비 자금 350만달러를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로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지 특수은행이 부동산을 사면서 매매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을 쓴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이 대구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 부동산 매입 손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혐의를 확인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스페셜뱅크(SB)를 통해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을 추진했다가 불발되면서 큰 손해를 떠안게 된 상황이다. 해당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약 135억원을 선지급했는데, 계약상 문제가 생겨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이 올해 초 알려지면서 업계엔 파문이 일었다. 제대로 된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거액의 돈이 선지급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피어올랐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측은 “캄보디아에서 정부 건물을 매입하는 절차는 표준화돼있지 않은데, 통상 소유권 이전 단계에서 정부가 매각 승인 문서를 발급하고 선금을 지급한다”며 “스페셜뱅크는 부동산 거래관행과 현지사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그 전에 선금을 지급했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후 지난 3월 대구은행 측은 전 캄보디아 현지법인 부행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이 올해 여름부터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그런데 캄보디아 부동산 손실 사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현지 불법 로비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구지검 관계자는 “국내은행이 해외 진출을 위해 브로커를 통해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관련 인허가를 취득하는 행위는 국제사회에서의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뿐만 아니라 해외로 송금한 국내은행의 자금을 로비자금 마련을 위해 횡령함으로써 회계 투명성을 악화시키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 김태오 회장 윤리경영 공염불 위기… 쏟아지는 사퇴 압박

김태오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그는 비자금 조성 혐의로 물의를 빚고 물러난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의 바통을 이어 수장에 오른 인사다. 각종 비리로 추락한 은행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투명경영’을 최우선 경영 가치로 앞세웠다. 올해 3월엔 지배구조 안정화 등의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그의 거취는 향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대구은행 노조는 김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에 나선 상태다. 전국금융산업노조 DGB대구은행지부는 7일 성명을 내고 김 회장의 거취 결정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도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냈다. 대구참여연대는 6일 성명을 통해 “박인규 전 행장이 점수를 조작해 24명을 부정 채용하고 비자금 20억여원을 조성해 1억7,000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아 대구의 망신을 자초한 것이 엊그제다”며 “이번에는 금융지주 회장과 핵심 임원이 국제적 뇌물범죄를 저질러 국제적 망신까지 초래하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김 회장 등에 대해 성역 없이 더욱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히고 엄벌해야 한다”며 “김 회장 등은 일부라도 사실이 명백하다면 즉시 시민들에게 사죄하고 회장직 등 직위도 즉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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