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20일 넘게 지속된 장기 파업… 17일 ‘극적인 노사합의’로 마침표
본지 단독입수한 노조위원장 호소문엔 ‘사측 압박에 합의 불가피’… “조합원들에 사과”
노조 “임단협 내용 및 타결 과정에 내부 불만 상당”… 노사갈등 불씨 ‘여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최근 사상 첫 파업사태를 매듭지었다. 하지만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최근 사상 첫 파업사태를 매듭지었다. 하지만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최근 사상 첫 파업사태를 가까스로 매듭지은 가운데, 노조위원장이 ‘사측의 직장폐쇄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사합의 내용 및 과정에 대해 내부구성원들이 불만을 드러내면서 노사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 노조위원장 “사측이 직장폐쇄 카드 꺼내”… 노조는 비대위 ‘꿈틀’

<시사위크>가 21일 단독입수한 호소문에 따르면 한국노총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노조(이하 한국타이어 노조) 위원장은 “이번 임단협 합의안으로 많은 동지들이 실망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직권조인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점 깊이 사과 말씀드린다”며 “조정위원회에서 사측이 직장폐쇄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을 고민했다.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잠정합의안으로 붙이고자 설득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의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지난달부터 부분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임단협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이 같은 전면파업은 회사 창립 및 노조 설립 이래 최초의 사태였다. 이후 20일 넘게 지속되며 장기화 양상을 보이던 사태는 지난 17일 극적인 노사합의로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타이어 노조위원장이 조합원들에게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노사합의가 이뤄진 다음날인 지난 18일이다. 일반적으로 노사의 임단협 교섭은 도출된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해야 최종 타결된다. 그런데 한국타이어 노사의 이번 합의는 그 과정 없이 노조위원장의 직권조인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노조위원장은 호소문을 통해 그 이유를 밝힌 것이다.

한국노총 산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노조 위원장이 지난 18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호소문이다. 이 호소문에서 노조위원장은 임단협 타결 과정을 설명하며 조합원들에게 사과했다.
한국노총 산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위원장이 지난 18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보낸 호소문. 노조위원장은 A4용지 2장 분량의 호소문에서 임단협 타결 과정을 설명하며 조합원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선 상당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타이어 노조 내부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임단협 내용 및 타결 과정에 대해 내부 불만이 상당하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상 최초였던 이번 파업은 94%의 높은 찬성률로 시작된 바 있는데, 그만큼 후폭풍이 거센 모습이다.

제2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관계자 역시 “파업 과정에서의 손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얻은 것이 별로 없다”며 “회사는 수조, 수천 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열악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타이어 노사의 극적인 임단협 타결은 파업에 따른 위기에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배경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합의 주체인 노조위원장은 사측의 ‘직장폐쇄’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히고 있고, 노조 내부에선 이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노사갈등의 불씨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타이어의 노사관계는 더욱 예사롭지 않은 국면을 맞게 됐다. 앞서 오랜 세월 무분규 전통을 이어온 한국타이어 노조는 위원장을 간선제로 선출해오다 올해부터 직선제로 전환한 바 있다. 첫 직선제 선거가 첫 파업으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파업이 거센 논란을 남긴 채 막을 내리면서 한국타이어 노사갈등 또한 향후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노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사측에서 별도의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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