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램’(감독 발디마르 요한손)이 국내 관객을 찾는다. /오드(AUD)
영화 ‘램’(감독 발디마르 요한손)이 국내 관객을 찾는다. /오드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제7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독창성상 수상작 ‘램’(감독 발디마르 요한손)이 국내 관객을 찾는다. 영화 ‘미드소마’ ‘유전’ 등을 통해 ‘호러 명가’로 자리매김한 제작사 A24가 선택한 작품이자,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아 기대를 모은다. 관객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과거 유산의 상실과 이로 인한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마리아(누미 라파스 분)와 잉그바르(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 분) 부부는 회한과 죄책감을 안은 채 매우 건조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어느 크리스마스 날 밤이 지나고 태어난 의문의 존재와 마주하고, 그 존재에게 ‘아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식으로 받아들인다. 

마리아는 선물처럼 찾아온 아다와 함께하는 선택된 비현실적 상황을 위협하는 외부의 방해로부터 가족을 지키려 한다. 매일 울며 마리아 부부 주변을 맴도는 양과 불청객 피에튀르(비욘 흘리뉘르 하랄드손 분)에 기꺼이 맞선다. 마리아는 지금의 행복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램’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오드
‘램’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오드

영화 ‘램’은 눈 폭풍이 휘몰아치던 크리스마스 날 밤 이후 양 목장에서 태어난 신비한 아이를 선물 받은 마리아 부부에게 닥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은 호러로, 신예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램’은 독특한 소재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애매하고 난해한 설정에 러닝타임 내내 물음표가 떠나질 않고, 느리고 잔잔한 호흡에 졸음이 밀려온다. 도대체 이 이야기의 끝엔 무엇이 있을지, 단 하나의 호기심으로 버틴 끝에 마주한 진실은 당혹감을 넘어 허탈함마저 느껴진다.

다소 불친절한 연출 방식도 진입 장벽을 높인다. 대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화면과 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관객이 스스로 채워야 할 틈이 너무 많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메타포 역시 아이슬란드의 설화나 종교적 상징에 대한 사전 공부가 필요하다. 아무런 지식 없이 이를 찾아내고 온전히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램’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오드
열연을 펼친 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왼쪽)과 누미 라파스. /오드

배우들은 제 몫을 해낸다. 마리아로 분한 누미 라파스는 모국어가 아닌 아이슬란드어로 연기를 펼치는데, 낯선 언어를 사용함에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물론,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다양한 성격과 기질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잉그바르를 연기한 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과 피에튀르 역의 비욘 흘리뉘르 하랄드손도 존재감을 보여준다. 

‘램’은 아이슬란드 민담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이야기다.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은 “민담은 인간이 접하는 자연과 그 자연 속에서의 인간을 보여준다”며 “영화 ‘램’은 과거의 기쁨과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아주 괴로운 상실에 관한 시”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러닝타임 106분, 오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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