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결과물을 내놓은 영화 ‘해피 뉴 이어’(감독 곽재용). /CJ ENM, 티빙
아쉬운 결과물을 내놓은 영화 ‘해피 뉴 이어’(감독 곽재용). /CJ ENM, 티빙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연말 극장가에 어울리는 설렘 가득한 로맨스 장르에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까지 듣기만 해도 구미가 당기는 요소가 가득한데, 이토록 매력이 없을 수 있을까.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를 꿈꿨지만, ‘진부함’과 ‘오글거림’만 남긴 영화 ‘해피 뉴 이어’(감독 곽재용)다.    

티빙 오리지널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등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한지민‧이동욱‧강하늘‧임윤아‧원진아‧이혜영‧정진영‧김영광‧서강준‧이광수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연말연시 호텔을 배경으로 풋풋한 첫사랑부터 가슴 아픈 짝사랑, 아련한 옛사랑까지 14인 14색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할리우드 영화 ‘러브 액츄얼리’처럼 각각의 분리된 에피소드가 연결돼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구성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쉬움 가득한 결과물이 나왔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 탓일까. 각각 사연들이 무리 없이 연결되긴 하지만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인물들의 서사가 얕아 일부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급하게 느껴지고, 오글거리기까지 한다.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구축했으나, 매력을 잃은 캐릭터로 아쉬움을 남긴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구축했으나, 매력을 잃은 캐릭터로 아쉬움을 남긴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가장 큰 문제는 진부하고 매력을 잃은 캐릭터다. 그동안 수많은 로맨스 장르에서 그려 온 캐릭터들을 한 데 모아놓은 느낌이다. 특히 ‘러브 액츄얼리’ 속 캐릭터 구성과 굉장히 흡사한 느낌을 준다. 호텔 대표와 하우스키퍼의 사랑 이야기는 영국 수상과 그의 비서를 떠올리게 하고, 전성기를 맞이한 가수와 매니저의 모습은 한물 간 가수 빌리 맥(빌 나이 분)과 그의 매니저를 생각나게 한다.  

아내와 사별한 아픔을 딛고 첫사랑과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중년의 로맨스는 리암 니슨이 연기한 다니엘의 확장된 에피소드 같고, 15년째 ‘남사친’에게 고백을 망설이는 소진(한지민 분)과 그런 소진의 속도 모른 채 깜짝 결혼을 발표하는 승효(김영광 분)의 사연은 스케치북 고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키이라 나이틀리(줄리엣 역) 짝사랑남이 떠오른다. 

신예 조준영의 활약은 돋보인다. /CJ ENM, 티빙
신예 조준영의 활약은 돋보인다. /CJ ENM, 티빙

완전히 똑같다곤 할 순 없지만, 전혀 다르다고 할 수도 없다. 기존 설정에 아주 살짝만 비틀었을 뿐이다. 뻔한 사연을 가진 너무나 익숙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가 재미와 감동,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다. 

그나마 장점을 꼽자면 배우들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충실히 해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신예 조준영이다. 소진의 늦둥이 남동생이자 고등부 수영선수 세직으로 분한 그는 순수하고 풋풋한 소년의 얼굴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은 물론, 선배들 옆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러닝타임 138분, 오늘(29일) 티빙과 극장 동시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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