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인스타그램. 첫날 올린 게시물에 세월호기가 걸려있다. 최근에는 그림카드 형식의 자서전으로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고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의 근황을 전하기도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인스타그램. 첫날 올린 게시물에 세월호기가 걸려있다. 최근에는 그림카드 형식의 자서전으로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고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의 근황을 전하기도 한다. /이 후보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시사위크=서예진·이선민·권신구 기자  2030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무엇일까.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에 인스타그램이 포함돼 있다. 닐슨 코리아클릭 조사 결과 인스타그램의 월간 이용자수는 20대 493만명, 30대 440만명으로 총 933만명이다.

소위 ‘인플루언서’들에게 가장 ‘핫’한 곳은 인스타그램인 셈이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의 조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이라는 뜻)이라는 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2030세대에게는 ‘인스타 감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20대 대선 후보들의 인스타그램 사용 양상 역시 과거와는 다르다. 딱딱한 일정 사진보다는 인스타 감성을 자극하는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두 후보 모두 노력 중이다. 특히 두 후보 모두 2030세대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입장인만큼, 인간미를 강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 이재명, 성남시장 때 인스타그램 첫 개설

이 후보의 인스타그램은 2015년 3월 13일에 개설됐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기다. 게시물을 한참 거슬러 내려가면 버들강아지 사진과 함께 ‘봄이..^^’라는 짧은 글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날 그는 태극기, 성남시 깃발, 세월호기를 함께 찍어 올리고 ‘오늘도 세월호기는..’이라는 말로 씁쓸함을 전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와 맞물려 첫날 올린 게시물에서 이 후보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이후 인스타그램 속에서 이 후보는 성남시장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아저씨’처럼 보인다. 축구장에 갔다가 가수 백아연과 만나 사진을 찍은 기쁨을 표현하거나, 강아지와 함께한 편안한 모습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가까이서 크게 찍은 꽃, 호수, 뿌연 나무 등을 찍어 올린 게시물에서 인스타그램보다는 카카오스토리가 연상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약 6개월이 지나면서 이 후보의 인스타그램은 점점 성남시장의 인스타그램이 됐다. 다양한 정책과 관련된 내용이 올라오고, 일정 중의 사진이 올라오고,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장이 되어 갔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서는 단식을 하는 매일의 일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2018년 경기도지사가 된 후 이 후보의 인스타그램은 경기도 공식 계정처럼 보일만큼 정책성 게시물로 도배가 됐다. 

그리고 제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이 후보의 인스타그램은 ‘대선후보의 계정’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의 자랑인 정책글은 페이스북으로 옮겨지고 인스타그램에는 한눈에 보기 쉬운 카드뉴스와 간결하게 정리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또 이 후보의 ‘웹자서전’이 연재되면서 무서운 이미지를 내려놓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댓글모음’이 올라오기도 하고 강아지와 노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인스타그램을 직접 운영하고 있지만 자신이 게시물을 올리기 보다는 거의 쓴 글을 비서실 등에서 검토 후 업로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이 후보의 SNS 관여도가 상당히 높다”며 “90% 이상 후보의 뜻에 따라 글이 올라간다”고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인스타그램 화면. 윤 후보의 인간적인 매력을 돋보이기 위해 '석열이형'을 강조하는 점이 눈에 띈다. /윤 후보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인스타그램 화면. 윤 후보의 인간적인 매력을 돋보이기 위해 '석열이형'을 강조하는 점이 눈에 띈다. /윤 후보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 윤석열, ‘석열이형’의 대선 행보 친근하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인스타그램(@sukyeol.yoon)은 정치활동을 시작하면서 개설됐다. 이에 현존하는 첫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해당 게시물은 7월 21일에 게재됐고, 어린이가 윤 후보를 ‘엉덩이 탐정’과 닮았다며 그려준 그림에 윤 후보가 싸인을 해주는 사진이다. 

윤 후보의 인스타그램은 처음 개설됐을 당시엔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검사 출신이라 강성으로 인식될 수 있는 윤 후보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반려견 셀카’나 과거 사진, 요리를 하는 모습 등을 다수 게재했다. 게시글 역시 ‘석열이형’을 포함해서 작성하거나 해시태그(#)로 ‘#석열이형’을 자주 사용했다. ‘석열이형’은 ‘집사부일체’ 등 방송에서 윤 후보가 자신을 편하게 불러달라며 제시했던 호칭이다. 

친근감을 유발하기 위해 ‘석열이형의 찐웃음. 마스크 밖으로 튀어나온 볼살이 뽀인트’, ‘석열이형 이렇게 많은 풍선 처음 봤대요’, ‘밥에는 진심인편’, ‘동생을 위해 만든 석열이형의 그시절 올라프’ 등 딱딱한 메시지보다는 연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윤 후보 부모의 결혼사진, 부모와 함께 나들이에서 찍은 과거 사진 등 다양한 과거 사진을 공개해 ‘인생 스토리’를 만들기도 했다. 윤 후보 역시 보통 국민과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윤 후보의 일정 예고나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경선 토론에 나선 모습도 담겨 있다. 이런 게시물은 페이스북과 달리 긴 글은 지양하고, 짤막한 글로 사진에 집중도를 높였다. 사진 중심의 인스타그램 특성에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윤 후보는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호된 SNS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윤 후보 측은 지난 7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면서, 반려견 ‘토리’ 계정을 따로 만들었다. 이 계정은 토리를 의인화해서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소통수단으로 활용해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려 했다. 그러나 ‘토리’ 계정은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개 사과’ 사진으로 ‘사과는 개나 주라는 거냐’는 비판을 받으며 계정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윤 후보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10월 21일 이후 한동안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다가, 지난 25일 성탄 인사와 함께 ‘윤석열 is Coming’이 적힌 사진을 올리며 활동을 재개했다. 경선 기간엔 활발히 활동했지만 정작 전당대회 이후에는 두 달 넘게 게시물이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게시물의 수가 108개로, 활동 기간(7월 21일부터 12월 30일 기준, 163일)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가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산타 복장을 한 모습과 윤석열 후보가 반려견과 함께하는 모습. /이재명, 윤석열 후보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이재명 후보가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산타 복장을 한 모습과 윤석열 후보가 반려견과 함께하는 모습. /이재명, 윤석열 후보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 ‘혜경씨’ 부르는 ‘재명씨’ vs 옆집 아저씨 같은 ‘석열이형’ 

2030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SNS인만큼 두 후보 모두 ‘친근함’, ‘따뜻함’을 강조하는 사진이 많다. 윤 후보의 경우엔 사진 위주의 SNS인 점을 감안해서 글은 임팩트를 주면서 짧게 쓰려는 양상이다. 특히 강성 이미지로 각인된 이 후보는 계정에서 ‘82학번 화석’, ‘원조 겜돌이’ 등 친근한 호칭을 사용했다. 검사 출신이라 딱딱한 이미지를 연상하기 쉬운 윤 후보는 ‘석열이형’이라고 호칭했다. 두 후보 모두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 

또 이 후보의 계정에는 페이스북에 게재됐던 ‘소확행 공약’을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 여러장 올린 게시물이 많다. 2030 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도 ‘유능한 후보’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시키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윤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정리한 카드뉴스를 동영상으로 올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 후보의 게시물보다는 빈도가 낮은 편이었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경력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반대로 이 후보의 인스타그램에는 ‘나의 분신 혜경 씨’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청년 농부와의 만남, 크리스마스 이브의 구세군 봉사, 한국노총 충북지역본부 방문 등 후보 배우자가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또 김혜경 씨와 함께하는 모습을 종종 올려 후보 본인의 강성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의도도 읽혀진다.

반면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의 모습을 드러나지 않은 대신 부모님과 함께 찍은 과거 사진을 게재했다. 또 반려견 사진, 윤 후보가 요리나 독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일상 생활상을 보여주며 ‘윤석열도 보통의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쌓으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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