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지민이 영화 ‘해피 뉴 이어’(감독 곽재용)로 관객 앞에 섰다. /BH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지민이 영화 ‘해피 뉴 이어’(감독 곽재용)로 관객 앞에 섰다. /BH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한지민이 영화 ‘해피 뉴 이어’(감독 곽재용)로 관객 앞에 섰다. 영화 ‘미쓰백’부터 ‘조제’까지 최근 스크린을 통해 강렬한 변신을 보여줬던 그는 잠시 제쳐뒀던 ‘예쁨’을 제대로 장착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관객을 매료한다. 연기력이야 두말할 것 없다. 

지난달 29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된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등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연말연시 호텔을 배경으로 풋풋한 첫사랑부터 가슴 아픈 짝사랑, 아련한 옛사랑까지 14인 14색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한지민은 ‘해피 뉴 이어’에서 15년째 고백을 망설이고 있는 호텔 매니저 소진 역을 맡아,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곽재용 감독이 “표정 하나하나 사랑스러운 배우”라고 칭찬할 정도로, 풍부한 표정과 깊은 눈빛으로 보는 이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한지민에게 ‘해피 뉴 이어’는 위로가 된 작품이다. 홀로 동굴 속에 갇혀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던 시기에 만나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준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한지민은 ‘해피 뉴 이어’를 두고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생각나는 영화”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지민이 ‘해피 뉴 이어’로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BH엔터테인먼트
한지민이 ‘해피 뉴 이어’로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BH엔터테인먼트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과 작품을 선택하게 만든 소진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침체되고 마음이 좋지 않던 시기였다. 작품을 택할 때마다 그때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 많은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해피 뉴 이어’는 자극적이고 큰 요소들이 들어가 있진 않지만, 무난하고 편안한 따뜻한 느낌의 영화가 나온다면 관객으로서 찾고 싶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선택했다. 그 느낌 그대로 연말이 주는 느낌과 따뜻한 분위기가 잘 담겨서 나온 것 같아 좋았다. 소진의 매력은 일할 때와 친구들과 있을 때 다른 모습이 좋았고, 그동안 사랑을 많이 받고 둘의 관계가 진전되는 캐릭터를 멜로를 통해 많이 보여드렸기 때문에 혼자 사랑하고 망설이는 상황들의 연기가 새로운 면이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곽재용 감독이 한지민의 표정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는데.
“그 상황 안에서 감정을 생각하는 편인데, 만화스러운 표정은 감독님이 요구한 부분이 있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비칠까 과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편집을 잘 해주셔서 그런지 과하게 나온 느낌은 아니더라.(웃음) 관객들도 잘 봐주실지 모르겠다.”

-한지민의 ‘예쁨’이 유독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했다. ‘예쁘다’와 ‘연기 잘한다’는 칭찬 중 어떤 게 더 좋은가. 
“당연히 ‘연기 잘한다’다. 무조건. 물론 이 작품을 택할 때 ‘화장을 하는 캐릭터’라는 점도 작게는 작용했다.(웃음) 소진이 예뻐야 하니까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만져주는 거다. 모두의 노력으로 예쁘게 만들어주셔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하하. 블라인드 시사회가 있었는데, 평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자꾸 예쁘게 나왔다고 말을 하는 거다. 그래서 예쁜 거 말고 연기는 어떠냐고 했더니, ‘예쁘대’ 이러니까 연기는 못했다는 얘기인가 고민이 많았다. 예쁜 건 광고나 화보 촬영을 통해 많이 할 수 있지 않나. 작품으로 인사드릴 때만큼은 연기를 잘했다는 말이 제일 감사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말이다.” 

‘해피 뉴 이어’에서 호텔리어 소진을 연기한 한지민. /CJ ENM
‘해피 뉴 이어’에서 호텔리어 소진을 연기한 한지민. /CJ ENM

-승효(김영광 분)의 결혼식 날 키보드 연주와 함께 부른 축가가 인상적이었다.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피아노도 연주하면서 앞을 보고 노래하는 게 어렵더라. ‘그것만이 내 세상’때도 피아노 연주를 하긴 했지만, 그때에 비해 시간이 여유롭지 않기도 했고 노래를 하면서 감정을 담아 손을 움직여야 해서 어려웠다. 피아노를 중점적으로 연습을 했고, 보컬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여러 노력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다른 분이 노래한 걸로 나가게 됐다.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쉽긴 했지만, 노래 실력이 부족한 관계로 도움을 받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를 담은 작품이었는데, 한지민의 2021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왜 눈물이 나지. 사실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 이 영화를 선택을 했다. 빨리 개봉했으면 하는 마음에 엄청 기다렸다.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가족들에게도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어린시절 크리스마스가 떠올랐다. 그립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갑자기 눈물이 났나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데 이렇게 작품을 다양하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팬들에게도 고맙다. 나라는 사람을 잘 알지 못하고 무조건적으로 주시는 사랑이기 때문에 감동스럽다.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나 고민도 많지만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임하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배우로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관객을 매료한 한지민. /BH엔터테인먼트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관객을 매료한 한지민. /BH엔터테인먼트

-‘해피 뉴 이어’는 배우 한지민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은 작품이겠다. 
“어둠에 있던 나를 꺼내준 작품이다. 침체된 시기였다. 힘들 때 혼자 있는 스타일인데, 그때 이 시나리오를 받고 현장에 가서 연기를 하는 게 나를 치료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가서 감독님의 순수한 개그를 들으며 마냥 웃을 수 있었다. 또 소진 캐릭터가 그동안 영화에서 했던 캐릭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은 느낌이라 그것도 좋았다. 고마운 마음이 큰 작품이다.”

-어느덧 40대다. 지금과 비교할 때 20대 한지민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지, 아니라면 지금의 행복의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의 내가 훨씬 좋다. 20대 때는 더 많이 소심했고 걱정도 많고 눈물도 훨씬 많았다. 우물 안에 살았다. 그때의 내가 싫다는 건 아니다. 어디 이야기할 곳도 없던 그때의 내가 안쓰러워서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의 내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철없을 때는 갖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게 많았는데, 점점 소박해지는 것 같다. 떠나보낸 사람이 너무 많았다. 가족뿐 아니라 친구의 부모님과도 인사하는 날이 오니까, 나이가 든다는 건 이별을 준비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아프고 슬픈 소식을 안 듣고 싶은 마음뿐이다. 무탈한 게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건지 나이가 들수록 느끼게 된다. 감사한 마음을 갖다보니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해피 뉴 이어’를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나의 일상에 다시금 따뜻함과 사랑, 그리고 설렘을 불어넣어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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