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이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로 돌아왔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조진웅이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로 돌아왔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조진웅은 그 어떤 것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매 장면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며 값진 결과물을 완성한다. 작품 안에 온전히 들어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인물 그 자체로 살아 숨 쉬고자 한다. 연기를 향한 그의 열정과 진심. 대중이 조진웅의 작품을 믿고 보는 이유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에도 그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담겼다.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으며 독보적인 검거 실적을 자랑하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조진웅 분)과 그를 비밀리에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 된 원칙주의자 경찰 민재(최우식 분)의 위험한 수사를 그린 범죄물.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조진웅은 출처불명 막대한 후원금을 지원받는 경찰 강윤으로 분해 탄탄한 내공으로 극을 이끈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묵직한 존재감으로 선인지 악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하는 강윤을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인물로 완성,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연출을 맡은 이규만 감독이 “바라만 볼 때에도 그 캐릭터로 숨을 쉰다”며 “그가 서 있는 곳이 곧 박강윤이 서 있는 곳이 된다”고 극찬할 정도로 자신이 믿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강윤과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했다. 

조진웅은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치열하게 소통하고, 매 장면 고민하며 치밀하게 쌓아나갔다”는 그의 대답에서 얼마나 진심을 다해 이 작품에 임했는지 짐작하게 했다. 

​배우 조진웅이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로 돌아왔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매 작품 열정을 쏟아내는 조진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올해 포문을 연 첫 한국영화다. 개봉 첫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코로나19 사태가 너무 심각해서 개봉할 수 있나 생각할 정도였는데, 이렇게 개봉을 하게 됐다. 되게 설렜다. 무대 인사를 했는데 실제로 관객을 만나니 울컥하더라. 어려운 시기에 개봉하게 되니 더 감개무량했다. 올해 개봉하는 첫 한국영화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작품을 택한 계기는. 
“이규만 감독이 대학교 선배다. 굉장히 밀도감 있는 작품을 많이 해온 것을 알고 있다. ‘경관의 피’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원작 소설의 방대한 양을 굉장히 콤팩트하고 임팩트 있게 담아냈더라. 안할 이유가 없었다. 정말 재밌는 시나리오가 나왔구나 싶었고 그래서 감사했다. 관객들이 재밌게,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감에 선택하게 됐다.” 

-강윤은 선인지 악인지 계속해서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인물이었다. 이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가장 난관이었다. 이건 다른 수단이 없다. 그저 감독과 치열하게 소통하고 치밀하게 장면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재촬영을 하기도 했다. 엄청나게 예민한 작업이었다. 초반에는 빌런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강윤이 갖는 색채의 온도가 상당히 진했어야 했다. 또 뭔가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관건이었다. 그 지점만 잘 지켜내면 관객들에게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감독과 소통을 많이 하면서 쌓아나갔다.”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강윤의 모습이 평소 소신 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조진웅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배우도 그렇게 생각한 지점이 있는지, 인물에 어떻게 공감했나.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작품을 할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달해서 메시지를 정확히 관철하고 전달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도 끝도 없이 인물에 들어가 봐야 한다. 바닥이 어딘지 쳐봐야 올라갈 수 있지 않겠나. 나의 DNA 안에 캐릭터를 심어놓지 않으면 현장에서 해낼 수가 없다. 그 과정이 쉽진 않다. 개인적으로 공부하기도 하고 동료 배우들과 토론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물불 가리지 않는 형사 강윤을 연기한 조진웅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물불 가리지 않는 형사 강윤을 연기한 조진웅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끝까지 간다’ ‘독전’ 등을 통해 경찰 캐릭터를 보여줬는데,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차이를 둔 부분이 있나. 
“차이를 두려고 둔 건 아니지만 당연히 차별점이 있다. 시나리오 안에 다 있다. 시나리오 안에 이미 다른 지점들이 있고, 그것을 잘 준비해서 다가가면 완성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어디 가겠나. 그래서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의상이나 분장, 미술도 마찬가지다. 동료 배우들에게도 감독에게도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렇게 협동해야 한다. 나 혼자 연기를 잘 한다고 해서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오밀조밀하게 만드는 과정이 치열하지만 즐겁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보였을 때 상당히 뿌듯하다. 그래서 연기를 잘한다보다 작품 속에 잘 녹아 있다는 느낌이 들면 더 기분이 좋다. 영화를 찍을 때 그 장면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못 오는 장면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 장면 완벽하게 만들어서 이음새 있게 붙이는 노력을 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다른 결의 호흡으로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나 생각한다.”

-‘경관의 피’가 기존 수사극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수사 방식이 아닐까. 악을 처단한다는 건 모든 경찰 조직에서 당연한 일인데, 수사방식에서 차이가 있었다. 강윤이 잡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쁜 짓을 하지만 상위 1%다. 그들과 접촉해야만 행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럭셔리한 옷과 외제차를 입고 그들처럼 생활하며 접근한다. 그 지점이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 또 그 과정에서 강윤의 효율성 있는 범죄 소탕 신념들과 민재의 원칙주의가 부딪히는데 상당한 긴장감이 생기더라. 악을 무찔러야 하는 공통적인 목표가 있지만 그 안에서 부딪히는 내부 갈등이 휴머니티로 다가왔다.”

완벽한 슈트핏을 자랑한 최우식(왼쪽)과 조진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완벽한 슈트핏을 자랑한 최우식(왼쪽)과 조진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언급한 것처럼, 고급 외제차에 정장을 입고 럭셔리한 삶을 사는 경찰 강윤의 모습이 신선했다. 특히 슈트핏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게 있다면. 
“양복이 많은 부분을 가려주잖나. 그걸 잘 활용하지 않았나 싶다. 무슨 뜻인지 알지 않나. 하하. 달리 노력한다기보다 의상 자체가 굉장히 세련됐더라. 평소 입을 기회가 없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원 없이 입어본 것 같다. 나는 사실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어디 노숙하거나 그런 캐릭터가 편하다.(웃음) 모든 공은 의상팀에게 돌려야 한다. 의상 실장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상당히 감사하다. 나는 그저 걸쳤을 뿐이다.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난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최우식과 호흡은 어땠나.    
“정말 예쁜 배우이지 않나. 동생처럼 예쁘고 귀여웠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아예 달라지더라. 최우식은 이 작품이 갖는 관통성을 잘 성장시켰다. 연기가 늘었다는 것과 다른 의미다. 민재에 올라타서 간극을 서서히 좁혀나가며 성장해나가는 느낌을 잘 담아내서 재밌었다. 내가 즐겼다. 정말 잘 하더라. 감탄했다. 부럽기도 하고. 또 잘 생겼잖나. 건강하고 착한 배우였다.”

-언론시사회 당시 ‘브로맨스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좋은 ‘케미’를 완성했다. 상대 배우와 좋은 호흡을 완성하는 비결이 있다면.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겠나. 하하. 어떤 배우들과 협연하는 건 굉장히 흥분되고 설레는 작업이다. 남자든 여자든 협업할 때 시너지가 생기고 배우고 습득하는 무언가가 생긴다. 그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나. 나는 다른 캐릭터를 만남에 있어서 상당히 관용적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의 디렉션도 상당히 관용적으로 잘 받아들인다. 일단은 수용하고 많은 필터링을 거치고 캐릭터에 내 DNA를 붙여야 한다. 열려있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 지점이 생기면 서로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지점들이 브로맨스 혹은 ‘케미’를 만들지 않나 생각한다. 그게 가장 현명하고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믿고 보는 배우 조진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믿고 보는 배우 조진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액션은 어땠나. 몸을 쓰는 장면들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물론 액션하고 나면 고단하다. 힘들고 부딪히면 아프고 그렇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의상을 갈아입을 때 몸에 멍 자국이 있으면 뭔가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뿌듯하기도 하고 그렇다. ‘경관의 피’에서는 그렇게 많은 액션을 소화하진 않았다. 힘들게 소화한 최우식에 비하면 액션이 있었다고 하기 민망하다. 그럼에도 액션은 정말 긴장해야 하고 집중해야 한다. 대충 하자 싶으면 무조건 다치게 되는 게 액션이다. 본인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합을 잘 맞춰야 한다. 몸 쓰는 장면에 대한 부담은 없는데, 오히려 맞는게 편하다는 생각은 한다.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게 편하다.” 

-동문인 이규만 감독과의 협업도 감회가 새로웠겠다. 
“이규만 감독이 ‘리턴’이라는 영화로 상업영화 입봉 했을 때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를 두고 ‘고귀한 아티스트’라고 표현했었다.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말을 했었다. 그때 배우에 대한 온도가 아주 아름답고 따뜻하구나 생각을 했고 그런 감독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나리오까지 완벽해서 꼭 작업하고 싶었다. 함께 하게 되면서 나도 아름다운 배우에 속하는 건가 싶더라. 하하. 그렇게 대해주고 그렇게 현장을 이끄는 분이었다. 굉장히 따뜻한 분이면서 작업에 있어서는 치밀하신 분이다. 정말 행복했다.”

-강윤처럼 꼭 지키고자 하는 배우 조진웅 만의 신념이 있을까. 
“진정성, 진심. 내 삶에서 가장 큰 의미를 지녔다. 그게 없다면 무엇도 하면 안 될 것 같다. 진정성과 진심이 나의 가장 중요한 무기이면서 내 삶의 소신이기도 하고 신념이기도 하다. 연기할 때 가장 견제하는 것은 방관하는 자세다. 나의 실질적인 삶은 굉장히 허술하고 비어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집중하지 않고 놔버리는 순간을 굉장히 경계한다. 멍청하게 있다가 촬영하고 나중에 정신 차리고 모니터링을 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정말 괴롭다. 그래서 항상 견제하고,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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