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본 계약을 체결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이날 서명한 본 계약은 끝내 성사되지 못할 처지를 맞게 됐다. /뉴시스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본 계약을 체결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이날 서명한 본 계약은 끝내 성사되지 못할 처지를 맞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끝내 좌초됐다. 장기간에 걸쳐 까다로운 심사를 이어온 EU의 관문을 끝내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3년여 동안 추진해 온 초대형 빅딜이 무산되면서 헛심을 썼다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정기선 시대’가 본격화한 가운데, 미래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 끝내 무산된 인수·합병… 허탈한 3년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양사가 결합할 경우, LNG운반선 시장 지배력이 과대해져 경쟁을 저해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로써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다. 인수를 완료하기 위해선 주요 경쟁 국가들의 승인을 받아야하고, 단 한 국가라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성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EU와 중국, 일본,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그리고 한국 등 6개 국가에서 심사 절차를 진행했고, 중국·싱가포르·카자흐스탄 등에서는 이미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1월이다. 2019년 1월 30일,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추진을 깜짝 발표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후 양측은 같은 해 3월 본 계약을 체결하고 각국 심사 등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조선부문 지주사체제 전환 과정에서 노조와 극심한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EU의 까다로운 심사에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까지 겹쳐 지지부진하게 이어져온 인수·합병은 결국 만 3년여 만에 최종 무산된 모습이다.

이를 두고 현대중공업그룹이 실질적으로는 재무부담을 해소하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특히 조선산업 전반이 ‘슈퍼 사이클’을 맞고 있는 만큼, 당장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3년 간 헛심을 쓰게 됐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노조와 빚은 갈등 등을 고려하면, 기회비용 또한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0월 오너일가 3세 정기선 사장이 승진과 함께 현대중공업지주 및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오르며 ‘정기선 시대’를 본격화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야심차게 추진해온 빅딜이 백지화되면서 본업인 조선사업에서의 미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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