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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인터뷰] 공유, 의미 있는 도전  
2022. 01. 17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공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넷플릭스
배우 공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공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데뷔 후 첫 SF 도전이다. 극 중 우주항공국의 최연소 탐사 대장 한유재로 분한 그는 거칠고 고단한 삶을 살아온 군인이자 아버지로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2075년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한국 최초 ‘달’을 소재로 한 SF 미스터리 스릴러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담았다.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 영화를 시리즈화한 작품으로, 원작자 최항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마더’ ‘미쓰 홍당무’로 필력을 인정받은 박은교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배우 정우성이 제작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요의 바다’에서 공유는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 막중한 임무를 이끄는 탐사 대장 한윤재를 연기했다. 한윤재는 대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자기희생도 마다하지 않지만, 과거의 사고보다는 샘플 회수 임무를 우선시하는 탓에 송지안(배두나 분) 박사와 부딪치게 되는 인물이다. 

공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원들의 안전과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는 윤재를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완성했다.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 것은 물론, 전직 군인 출신으로 거칠고 냉정하게 자라온 인물을 표현하고자 피부를 까맣게 그을리고 타투를 하는 등 외적인 요소까지 세심하게 설계했다. 

데뷔 후 첫 SF에 도전한 공유. /넷플릭스
데뷔 후 첫 SF에 도전한 공유. /넷플릭스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공유는 우주SF ‘불모지’ 수준인 한국에서 ‘고요의 바다’에 도전한 것에 대해 “아쉬운 점도 부족한 점도 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선례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해당 기사에는 ‘고요의 바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앞서 ‘오징어 게임’ 카메오로 출연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넷플릭스 시리즈 진출은 ‘고요의 바다’가 첫 작품이다.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도전의 소감과 함께 기존 작품과의 차별성을 느낀 게 있다면.  
“아무래도 처음 접하는 환경이다 보니 약간의 이질감이나 불편함이 있을까 노파심도 있었다. 그런데 똑같은 현장이더라. 차별성이라 한다면, 제작진, 크리에이터에게 조금 더 열려있는 환경, 자유로운 환경이라고 느꼈다. 어떤 제약이 덜하다는 것이 표현하는 입장에서는 확실히 편한 것 같다. 감독님, 작가님과 더 다양한 이야기를 폭넓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시도된 첫 SF 우주 시리즈였다. 부담감도 컸을 것 같고, 남다른 책임감도 느꼈겠다. 
“할리우드에는 SF 대작이 많다. 엄청난 시간과 자본이 들어갔다. 한국은 SF, 우주에 관한 작품에 있어서 불모지였다. 첫 술에 배부를 거라고 선택한 건 아니다. 우리가 그 대작을 만들겠다고 덤빈 것도 아니다. 의미 있는 선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이 명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책임감이라면 책임감이다. 당연히 아쉬운 점도, 부족한 점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선례가 될 거라 생각한다. 처음 시도한 것들이 많았고 주어진 현실에서 해내야 했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서도 고충이 컸다. ‘고요의 바다’가 좋은 계기가 될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

-제작발표회 당시 시나리오를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고 했다. 완성된 작품은 어땠나. 원작과 비교했을 때 시리즈만의 매력을 꼽자면.  
“원작 단편을 봤을 때 근 미래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황폐화된 모습과 우리에겐 필수자원이 고갈됐고 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설정이 아이러니하면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월수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는 게 하나의 원으로 연결되는 느낌이었고, 작품의 세계관 안에서 좋은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완성된 작품도 만족한다. 단편에 비해 많은 자본이 투입되다 보니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떻게 구현될까 했던 노파심을 속 시원하게 해소해 줬다. 거기에 스릴러적인 요소들이 조금 더 상업적이고 오락적인 부분을 채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짧은 이야기를 길게 늘리다 보니 전개가 느려져 ‘루스하다’는 반응도 있는데, 그게 단점일 수 있지만 작품마다 고유의 호흡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겐 문제가 되진 않았다.” 

‘고요의 바다’에서 윤재를 연기한 공유 스틸컷.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에서 윤재를 연기한 공유 스틸컷. /넷플릭스

-한윤재는 감정이 잘 드러나는 캐릭터가 아니라 표현하기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떤 고민을 했나. 
“어느 캐릭터든 다 어렵긴 한데, 윤재가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라 어렵기도 했고 그래서 좋기도 했다. 윤재는 임무에 집중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극이 진행되며 대원을 잃게 되지만 그럼에도 윤재는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연기하면서 불편하기도 했다. 상황은 급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주어지는데 배우가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다. 그런게 충돌할 때 연기하기 어렵고 고민이 많아지는데, 그때그때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해서 선택을 나가고 지금의 윤재가 나왔다. 윤재가 유일하게 웃는 모습이 있는데, 딸 앞에서다.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소중한 컷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딸에 대한 윤재의 감정을 더 많이 보여줬으면 하는 분도 계신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에 윤재가 힘겹게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에서 충분히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다소 표현이 적기 때문에 드라이한 편이고,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라 단조로울 수 있지만 나는 지금의 윤재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외적인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타투는 직접 아이디어를 냈는지, 윤재의 어떤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비주얼 구축 과정이 궁금하다. 
“타투는 분장팀의 아이디어다. 기존 작품을 통해 부드러운 이미지가 더 컸기 때문에 조금은 더 거친 모습을 담고자 했다. 감독님이 오히려 지금 모습보다 더 빌런 같은 느낌을 고민하고 원하긴 했다. 윤재가 이런 장르에 나올법한 인물이잖나. 평이한 인물일 수 있기 때문에 감독님이 그런 우려를 하신 것 같다. 처음 선택대로 빌런 같고 건들건들한 이미지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면 그래도 나는 지금의 선택이 낫지 않나 싶다. 더 설정이 더해졌다면 그게 더 봤음직한 캐릭터로 비쳤을 것 같다. 타투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윤재는 군인이었는데 그가 속한 부대 마크를 타투로 했고, 충성심을 나타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피부 톤도 어둡게 했는데, 윤재가 살아온 삶이 녹록지 않고 고단했다는 것을 담기 위한 작은 시도였다. 고단한 아버지의 얼굴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고요의 바다’로 호흡을 맞춘 공유(왼쪽)과 배두나./넷플릭스 ​
​‘고요의 바다’로 호흡을 맞춘 공유(왼쪽)과 배두나./넷플릭스 ​

-우주복이 꽤 무거워서 고생을 많이 했겠다. 
“설정이 근미래이기 때문에 우주복이 부피가 줄고 간결해지지 않을까 하는 설정으로 만들었음에도 10kg 정도 나가는 무게를 더 줄일 수는 없더라. 가동 범위에도 한계가 있었고 와이어를 많이 달고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다. 다행히 크게 부상 없이 잘 마칠 수 있었다. 비주얼적으로 구현되는 것에 있어서 기대감이 커서 고생하는 거 모르고 회복해가며 찍었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 신은 만족할 만큼 잘 나와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던 시퀀스다. 처음에는 폐쇄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헬멧이 투명하긴 했지만 산소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찍자마자 헬멧을 벗기 바빴다. 그런데 점차 적응하더니 나중에는 그냥 다 쓰고 했다. 역시 인간은 적응이 빠르구나 싶었다.”

-배두나와 호흡은 어땠나. 함께 작품을 한 줄 알았는데, 이번이 처음이더라. 
“둘 다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사석에서도 만난 적이 거의 없다. 예전부터 한국의 아이코닉한 배우라고 하면 배두나를 떠올렸다. 작품적으로 끌려서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됐다. (배두나가) 중심을 잘 잡아줘서 ‘고요의 바다’가 이만큼 나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동갑이라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워낙 현장에서 태도가 정말 좋다. 두나 씨 덕붙에 힘든 순간 웃었던 적도 많다. 다른 장르에서도 또 만나고 싶다. 생활 연기에서의 호흡도 궁금하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공유. /넷플릭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공유. /넷플릭스​

-제작자 정우성과의 작업은 어땠나. 
“작은 콘텐츠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연출님을 직접 섭외해서 프로듀싱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제작자 정우성 선배를 보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작품에 대한 열정이 비할 바가 아니더라. 쉽게 생각한 게 아닌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선배였다. 굉장한 청춘스타였고, 연예인 중 연예인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기회로 인간적인 형을 알게 된 것 같아 참 좋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돌아보면 어떤가. 
“지난 20년을 돌아보면서 내가 내게 인색했다는 걸 알았다. 20대, 30대에는 모르다가 40대가 되고 나서 돌아보니 내게 인색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조금 더 칭찬해 주고 나를 더 응원하고 사랑하자는 생각을 하며 20주년을 맞았다. 큰 탈 없이 여기까지 와준 것에 대해 칭찬하고 싶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더라. 한동안 고민을 깊게 하다 요즘에는 내려놓고 쉬고 있다. 고민의 답은 명확하게 찾을 순 없더라. 다만 마음을 조금 더 비우고 내려놓고 잘 헤아려서 덜어내려고 한다. 그게 내 삶인 것 같고 여전히 그 과정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