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에서 경찰이 현장감식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뉴시스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에서 경찰이 현장감식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던 중 성남도개공 사장에게 쓴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20대 대선 후보들과 얽힌 대장동 의혹이 답보상태에 있는 가운데 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삽입 주장했지만...”

19일 공개된 김 처장의 편지는 “대장동 관련 사업에 대해 일선 부서장으로서 일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금번과 같은 일들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구두보고를 통해 말씀드리는 것보다 정리된 내용으로 호소드리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 보낸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그는 “저는 지난 10월 6~7일 양일간 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10월 13일 세 번째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며 “그러나 회사의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지원해주는 동료들이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저는 너무나 억울하다”며 “회사에서 정해준 기준을 넘어 초과이익 (환수조항)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고, 당시 임원들은 공모지원서 기준과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 결정 기준대로 지난 3월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마치 제가 지시를 받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가 되고 검찰 조사도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다”며 “아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회사일로 조사받는 저에게 어떠한 관심이나 법률지원이 없는 회사가 너무나 원망스럽다. 금번 사건을 마치 제 개인의 일처럼 외면하는 회사가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호소했다.

김 처장은 편지에서 “간곡히 호소드리니 저와 우리 직원실무진들도 전문변호사를 통해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저는 대장동 일을 하면서 유동규 BBJ(본부장)이나 정민용 팀장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압력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민간사업자들에게 맞서며 우리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했음을 말씀드리며 그들(민간사업자)로부터 뇌물이나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의 의혹은 2015년 5월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민간사업자들이 수천억 원대의 추가 개발 이익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추가한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작성해 수차례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는 대장동 사건에서 배임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이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정민용 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파트장이 2015년 5월27일 김 처장 등을 불러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한 사업협약서를 다시 보고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다음날 김 처장이 속한 개발사업1팀이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했다. 하지만 김 처장이 그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는 내용이 편지에서 드러났다.

내용을 종합하면 김 처장은 유동규 본부장이나 정민용 팀장으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지 않았으며, 민간사업자로부터 뇌물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성남의뜰과 화천대유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 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민간 사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갈 것이 우려돼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종 사업 협약서에서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는 주장이다.

◇ 50억 클럽 로비 정황 녹취록까지… 의혹만 줄줄이

아울러 최근 ‘대장동 4인방’으로 꼽히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정영학 회계사가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 자금을 배분하는 방안을 논의한 녹취록도 공개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만배 씨는 '대장동 A12 블록 분양을 통해 420억원가량이 남는다'는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의 이야기를 정 회계사에게 전하면서 “50개(억원)가 몇 개냐. 최재경(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언론사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 그러면 얼마지”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9일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 “형사사건의 조서, 녹취록, 녹음 파일 등이 그 맥락과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 없이 외부로 유출되면 수사와 재판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난 17일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로비·특혜 혐의 재판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팀장 한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당초 성남시가 추진한 사업 방식이 달라진 경위와 당시 실무자들의 입장에 대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사업방식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절차가 아닌 방식으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결재가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공사 도시재생과 측은 “분리 개발하면 1공단 공원화 추진이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전략사업팀 정민용 변호사가 이재명 당시 시장의 서명을 직접 받아왔다는 주장이다.

한씨는 “(분리 개발 방식) 추진에 대해 어렵다고 표명하는 입장에서, 소위 말하는 찍어 누른단 표현처럼 그렇게 받아들인 부분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사업 담당자도 아니었던 정 변호사가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성남시장의 직접 결재를 받은 점은 해당 사업의 특혜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최씨는 성남시의회 의장이던 2013년 2월 대장동 개발의 시발점이 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후 그는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당시 조례안 통과를 주도한 대가로 화천대유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으로부터 성과급 4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최씨는 성남시의회 의장이던 2013년 2월 대장동 개발의 시발점이 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후 그는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당시 조례안 통과를 주도한 대가로 화천대유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으로부터 성과급 4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속도 올리는 경찰과 비교되는 검찰

며칠 만에 대장동 수사와 관련돼 의혹을 가중시키기만 하는 증언과 편지 등이 줄줄이 공개되는 가운데 경찰이 대장동 로비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화천대유로부터 약 40억 원의 성과급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구속됐다. 성남시의회 의장 시절이던 2013년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시발점이 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도운 대가로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로비 수사에 속도를 올리는 경찰과 지지부진한 상황의 검찰이 비교되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력이 의심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측에서는 이대로라면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올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모두 얽혀 있고, 수사 진행 중 관계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어 특검 요구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특검을 받아들이겠다고 한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특검 설치와 관련해 조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이 50일 안쪽으로 들어왔다. 법조계에서는 이 시기라면 특검은 요원하다고 보고 있다. 극적으로 특검이 시작되더라도 대선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민주당 내부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장동이라는 폭탄을 해체하지 않고 끌어안고만 있는 것이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검은 사실상 진행되지 않고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의혹, 증언 등만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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