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이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로 관객 앞에 섰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우 이선균이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로 관객 앞에 섰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이선균이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로 관객 앞에 섰다. 세계적 성공을 거둔 영화 ‘기생충’(2019) 이후 3년 만이다. 완벽한 선거 전략가로 변신한 그는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이름값을 증명한다.  

오늘(26일) 개봉한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변성현 감독과 주요 제작진이 다시 뭉친 작품으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 그리고 1960~70년대 드라마틱한 선거 과정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완성했다. 

극 중 이선균은 김운범 뒤에서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를 연기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을 믿고 따르지만,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해 김운범의 신념과 부딪히게 되는 인물이다.

이선균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서창대의 개인적인 딜레마와 드라마틱한 서사를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낸다.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유려한 말솜씨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창대의 연설 장면은 마치 연극을 보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김운범 역의 설경구와의 앙상블 역시 흠잡을 데 없다.  

이선균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킹메이커’를 두고 “기존 정치영화와 달리 굉장히 스타일리시하고 유니크한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킹메이커’에서 선거 전략가 서창대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이선균.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킹메이커’에서 선거 전략가 서창대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이선균.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완성된 영화는 어땠나.
“‘불한당’을 보고 변성현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이 굉장히 좋았다. 누아르 영화가 많지만 또 다른 색감과 스타일을 가진 새로운 등장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도 많았다. 정치영화라고 한다면 올드하고 클래식하다는 선입견이 있잖나. 그런데 ‘킹메이커’를 보면 굉장히 스타일리시하고 유니크하다고 느낄 것 같다. 미술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다. 제작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불한당’ 제작진과 함께 한 소감은.   
“‘불한당’ 팬덤이 굉장하잖나. 아내 전혜진이 나오기 때문에 그 팬덤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 팀이 다시 뭉쳤는데 내가 굴러들어온 돌처럼 들어가도 될까 우려심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워낙 팀워크도 잘 맞고 서로 알아가는 불필요하는 시간이 없다 보니 호흡이 굉장히 빨리 잘 맞았다. 나만 그 팀에 잘 흡수되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불한당’ 팬덤이 ‘킹메이커’를 기대해 주고 응원해 줘서 큰 힘이 되고 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선거판을 다룬 작품이지만, 정치적으로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진 않다. 극적인 재미를 전달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의도한 건 아닌데 대선과 시기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정치적인 색이나 편견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 이야기라기 보다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치열함, 그리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생각으로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 

연기 변신에 성공한 이선균.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연기 변신에 성공한 이선균.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서창대의 모티브가 된 엄창록이라는 인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실존 인물에 기반한 캐릭터라 어려움은 없었나. 어떻게 접근했나.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는 솔직히 전혀 몰랐다. 공부를 해보려고 해도 자료가 별로 없더라. 최대한 영상이나 자료를 찾아봤는데,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변성현 감독과 최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래서 다른 인물들에 비해, 부담이 덜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앞에 서서 영화를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다. 또 20대부터 60대까지 연기해야 하는 게 큰 부담이었다. 연령대에 맞춰 어떤 톤으로 연기를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변성현 감독이 서창대를 표현함에 있어 강조한 부분은 무엇인가. 
“인물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다 보니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목적과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에게 서창대가 이북 출신이라는 걸 강조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강조될 때 당위성이 더 보이지 않을까 했다.”

-서창대는 왜 그림자처럼 뒤에 숨어서 김운범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이상과 꿈을 발현시키고자 했을까. 그리고 왜 김운범이어야했을까.  
“창대는 이북 출신이다. 당시 분단 이후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많은 시기였고, 이에 대한 공분이 많았을 거다. 아버지가 빨갱이로 몰려 죽음을 당하는 것까지 본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고민했던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서 정치를 하려고 하는 김운범에게 반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또 그분이 주장하는 이상적인 것들이 창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대변해 주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에겐 없는 큰 그릇을 그분에게 보게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서창대에게 김운범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했나.
“처음에는 자기의 이상을 발현시켜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점점 보상심리도 커졌을 것 같다. 이 사람이 커질수록 자기는 더 뒤에 있고 작아져야 한다는 비교 대상이 되면서 복잡한 심리가 표현됐다고 생각했다. 바라보고 있지만 그를 통해 점점 더 작아지게 만든 대상이지 않았을까.”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이선균(왼쪽)과 설경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이선균(왼쪽)과 설경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김운범을 연기한 설경구와의 호흡은 어땠나. 
“설경구 선배는 워낙 존경했던 배우다. 신인 때 누가 롤모델이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은연중에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설경구 선배였던 것 같다. 이번에 같이 하면서 나도 정말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정말 감사했다. 호흡도 너무 좋았다. 선배와 투샷으로 잡힌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선배와 함께 하는 신들은 정말 잘하고 싶었고, 쾌감을 느끼면서 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잘 받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변성현 감독은 어땠나.  
“처음에 보면 패션도 튀고 대답도 딱딱한 것 같아서 선입견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진중하고 책임감도 강하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이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솔직하게 보인다. 대화를 에둘러 하는 게 아니라 스트레이트로 한다.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빠르게 전달되기 때문에 큰 장점 같다. 변성현 감독이 멋부리는 걸 좋아한다. 자신만의 멋이 확실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킹메이커’는 신념에 관해 말하는 작품이었다. 본인도 배우로서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을까.
“현장에 필요한 배우가 되자는 거다. 현장에서 어떤 고민이 주어지고 그 고민을 통해 조금씩 채워져 가는 걸 느낀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현장과 같이 흘러가고 어우러지며 변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언제까지 배우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현장에 있고 싶다.” 

-‘킹메이커’로 2022년을 시작하게 됐다. 올해 이루고 싶은 바람이나 목표가 있다면. 
“많은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개봉해야 할 영화가 많이 남았다. ‘킹메이커’로 첫 단주를 잘 끼고 앞으로 나올 작품들도 잘 됐으면 좋겠다. 코로나19로 극장이 잠식됐는데, 다시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고 더 많은 분들이 극장에 가는 재미를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 지금 촬영하는 작품들도 코로나19 감염되지 않고 건강하게 무사히 마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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