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가혁명당 중앙당사에서 2022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가혁명당 중앙당사에서 2022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최근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간 방송 토론회를 두고 정치권이 뜨겁게 설전 중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양자 토론’을 제의했고,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4자 토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4자 토론’에 가처분 신청을 한 이가 있다. 바로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다. 

허 후보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게 맞는 건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하늘이 무섭지도 않나. 이런 천벌을 받을”이라고 남겼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위를 차지했지만, TV토론에 초대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허 후보는 자신을 포함한 ‘5자 토론’을 주장하고 있다.

◇ 선관위 지정 법정토론회 규정 충족 못해

그렇다면 방송사 주최 대선후보 토론에서 허 후보를 배제하는 것이 법에 어긋나는 것일까. 일단 공직선거법 제82조2를 살펴보자. 해당 조항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법정토론회)에 대한 규정이다. 1항을 보면 대통령 선거는 ‘후보자 중에서 1인 또는 수인을 초청해 3회 이상’을 열어야 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4항을 살펴보면 법정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 요건으로 △국회에 5인 이상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직전 대선·총선 비례대표·지선 비례대표에서 유효투표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언론기관이 선거기간 개시일 전 한 달간 실시해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한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 등으로 명시돼 있다.

다만 여기서 언론기관의 범위는 지상파 방송사, 보도전문채널, 전국을 보급지역으로 하는 일간 신문사로 한정했다. 애초 허 후보를 조사 대상으로 포함한 여론조사가 많지 않다. 또 최근 지지율 5%가 넘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으나 이는 토론회 참석 대상 기준으로 인정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다. 즉, 허 후보가 근거로 드는 ‘지지율 5%’ 여론조사는 애초 공직선거법과 관련이 없는 셈이다.

또 허 후보는 지난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으며, 그가 소속된 국가혁명당은 원외 정당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국가혁명당(당시 국가혁명배당금당)의 정당 득표율(비례대표)은 총 2,912만6,396표 중 20만657표(0.71%)를 얻어 3%에 미치지 못하므로 다른 두 가지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공약이 나날이 닮아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 후보와 윤 보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는 모습.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법원은 허 후보가 제기한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4자 토론'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는 모습.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언론기관 자체 주관 토론회는 ‘재량권 보장’

또한 선관위가 지정한 법정토론회와 달리 방송사 등 언론기관이 자체적으로 주관하는 토론회는 방송시간, 초청 대상자, 형식 등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지난 26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양자토론’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인용 결정문에도 명시돼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 “법정토론의 경우 그 개최 및 공영방송사의 중계방송을 의무화하고 초청 대상자의 요건을 명시하고 있는 반면,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의 경우 방송시간 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개최 및 보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초청 대상자에 대하여도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언론기관이 주관하는 토론회를 개최함에 있어서는 그 횟수, 형식, 내용구성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선정에 있어서도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언론기관이 주관하는 토론회는 재량권이 인정되는 것이다. 다만 안철수 후보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은 TV 방송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법원, 허경영의 ‘4자 토론’ 가처분 신청 기각

이에 방송사 주관 토론회에 허 후보를 초청하지 않는 것은 선거법에 어긋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28일 오후 같은 재판부는 허 후보가 KBS, MBS, SBS 등 지상파 방송을 상대로 낸 ‘대통령후보 초청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언론기관은 모든 후보자를 초청하여 토론회를 개최하고 보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 선거권자의 관심도, 유력한 주요 정당의 추천을 받았는지 여부 등을 참작해 필요한 범위에서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후보자 일부만을 초청하여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보도할 수 있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국가혁명당은 원외정당인 점 △여론조사에서 허 후보 지지율이 5%에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을 들어 허 후보를 토론에서 배제하는 것이 근거 없는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기회와 방송시간이 한정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선 가능성이 있는 일정 범위의 후보자로 제한함으로써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결론 : 대체로 사실 
 

근거자료
- 공직선거법 제82조의2의 4항(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담·토론회)

-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22조(언론기관의 범위)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이재명-윤석열 양자 토론'에 대한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문

-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의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4자 토론'에 대한 가처분 신청 기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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