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위)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위)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시사위크|대전=이선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유세 첫날 대전을 3시간 차이로 방문해 충청권의 마음을 잡기 위한 연설을 펼쳤다. 윤 후보는 무능한 민주당 정권 심판과 정권교체를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갔고, 이 후보는 국민을 편가르지 않는 국민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며 충정도를 발전시킬 행정수도 완성계획을 밝혔다.

대선 후보 등록 후 선거 유세 1일차인 15일 이 후보는 부산에서 시작해 대구, 대전, 서울로 윤 후보는 서울에서 시작해 대전, 대구, 부산으로 향했다. 그 중에서도 대전은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대표적인 스윙보터인만큼 모인 지지자들의 규모도, 응원 열기도 팽팽한 모습을 보였다.

대전은 뚜렷하게 한 진영이나 정당으로 표를 몰아주지 않는 지역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선거가 이뤄진 이래 대통령은 모두 대전 민심이 선택한 인물이 당선됐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부터는 민주당이 독식해왔던 대전이지만, 국민의힘 선거 유세가 시작된 11시 윤 후보의 지지자들이 으능정이 거리로 속속 모여들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정권교체” 외친 윤석열 지지자들

10시 40분까지만 해도 한산하던 거리는 30여 분만에 현장에서 빨간 마스크를 사서 쓴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해가 났다가 진눈깨비가 흩날렸다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도 윤 후보의 지지자들은 12시 20분 경 윤 후보가 오기 전까지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릴레이 지지선언을 들으면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제각기 모인 시민들이었지만 누군가 한 사람이 “보수가 정권을 잡아야 나라가 바뀔텐데요”하고 말을 걸자 너나없이 “이번에 꼭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여기 모인 사람들 좀 봐라. 이재명이 될 리가 없다”고 답하며 한 마음으로 뜻을 모았다.

올해 30살이 됐다는 청년이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저는 이제 겨우 서른 된 청년들이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삶이 너무 많이 망가져서 이 자리까지 나왔다”며 “청년 실업율 얼마인지 아시느냐. 집값이 얼마나 올랐냐. 이렇게 백신패스를 하는데도 지금 확진자는 몇명이냐. 우리 외교 얼마나 망가졌느냐”고 호소하자 같이 소리 높여 “사는게 아니다”고 외치는 지지자도 있었다.

또 그가 “이재명 후보는 본인이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라는데 경기도 경제성장율이 이재명 후보가 도지사가 되자마자 2%대로 떨어졌었다”며 “무슨 근거로 본인이 경제대통령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하자 “다 거짓말이야” “도둑놈이야”하고 호응하기도 했다.

현장에 모인 윤 후보의 지지자들은 대체로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이었으며, 거리두기 상황을 의식한 듯 적당한 간격을 두고 늘어서 풍선을 흔들며 윤 후보를 응원했다. 한편, 윤 후보가 등장한 이후로 2030 남성 지지자들의 모습이 다소 늘어 ‘이대남’으로부터의 인기를 느낄 수도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탈원전 정책 비판‧정권교체 주장

지지자들이 모인지 한 시간 20여분 정도가 지난 후 등장한 윤 후보는 시민들 앞에 나서 ‘충청의 아들’임을 강조하며 “오늘 우리가 무엇 때문에 여기 이렇게 모였느냐”며 “맞다 바로 정권교체를 위해 모였다. 위대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선 승리, 정권교체 해내겠다. 이번 대선은 부패와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후보는 과학도시 대전에 방문한 것을 겨냥해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전에 방문하면 하나 같이 민주당 정권의 말도 안되는 탈원전 정책을 말씀하시더라”며 “세계 최고의 기술을 사장 시킨 것이 민주당이다. 우리는 (원전 덕분에) 고도성장 과정에서 일본보다 전기료가 1/4이나 쌌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나라를 망치려고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 대덕에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하는 인재들이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데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 안되겠느냐”며 “대전은 오래 전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국방과 과학의 도시로 만든 이루 그동안 대한민국 과학수도 역할을 해왔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전을 4차산업혁명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지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러면서 “제가 약속드린 중원 신산업밸트 반드시 구축하겠다. 제2대덕연구단지 반드시 만들겠다. 방위산업청을 이전해 대전을 국방 혁신 기지로 만들겠다”며 “여러분이 자랑스럽게 여겨온 과학이 대한민국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게 하겠다. 무능한 민주당 정권은 매일 말 뿐이고 철지난 이념만 떠들었지 과학을 무시했다. 이래서 국민이 어떻게 먹고 살 수 있겠느냐”고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나온 다양한 지지자 중 한 사람은 <시사위크>의 인터뷰 요청에 “내가 여기 상인협회장”이라고 밝히며 “여기 고개 들고 2층 이상 상가 한번 쭉 둘러보시라. 전부 다 ‘임대’ 붙어 있는거 보이느냐. 이게 다 최저임금제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못 버티는 것이다. 여기가 대전에서 제일 좋은 상권인데 이게 무슨 일이냐. 반드시 윤 후보님이 당선되셔서 최저임금 같은 제도 폐지 해줘야한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꿈돌이 인형을 선물 받고 있다 . /뉴시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꿈돌이 인형을 선물 받고 있다 . /뉴시스

◇ 이재명 지지자 “행정 실력 있는 사람이 대통령 돼야”

윤 후보와 지지자들이 떠난 후 같은 으능정이거리의 맞은편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연단이 마련됐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빨간 머플러와 마스크로 물들었던 으능정이 거리는 파란 패딩과 마스크로 뒤덮였다. 오후에 날씨가 풀린 영향인지 이 후보의 선거유세 현장에는 많은 일반인들이 발길을 멈추고 국민찬조연설을 듣거나 유세단이 선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구경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후보가 도착하기 전 국민찬조연설자 중 한 시민은 본인이 경기도 성남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 진학을 위해 대전 살이를 시작한 충남대 사회학과 송성진이라고 밝히며 “경기도 성남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이재명 시장의 행정을 직접 경험했다. 전국 최초 초중생 친환경 무상급식, 교복지원, 지역화폐를 활용한 청년수당, 전국 지자체 일자리 창출 1위, 지방 재정자립도 1위 등 실적과 실행력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이 후보의 실력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후보는 항공우주청을 경남에 설립하겠다고 하면서 핵심연구 기관이 모인 대전에는 선심 쓰듯 방위산업청을 지어준다고 말했다”며 “반면 이 후보는 청 단위 중앙 행정 기관을 대전에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는 실력있고 실적있고 실천했다. 새로운 대전 만들 것이다”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스타트업을 창업한 후 이 후보가 ‘1차 국가인재’로 영입한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 또한 같은 자리에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바이오 파운드리가 대전으로 온다. 우주 군사 전략기지가 대전에 생긴다. 도시 인프라의 완벽한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공약 이행률 95%에 빛나는 완벽히 준비된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연설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시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시스

◇ 이재명 “나라를 바꿀 후보 선택해달라”

이날 오후 2,500여 명의 인파(대전시당 추산) 앞에 등장한 이 후보는 “누구나 약속을 하지만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 많지 않다”며 “약속 지키고 실천 할지는 그가 살아온 과거를 봐야한다. 누군가의 미래는 현재 거울에 비친 그의 과거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실적으로 증명된, 나라를 진짜 바꿀 사람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그는 “제가 충청 오니 갑자기 너무 푸근해졌다”며 “저는 제 아내의 고향 충청에 사드 같이 흉악한 것 말고, 보일러 놔드리겠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전쟁의 위기를 조장해서 이익을 얻는 구태 정치를 묵인하면 안 된다. 필요하지도 않은 사드 배치로 충청도를 고통받게 하면 안된다. 사드 배치 지역은 유사시 첫 타격 목표 지점이다”고 일갈했다.

이어 “바로 전에 이 자리에서 존경하는 윤석열 후보님도 유세를 하셨다고 들었다”며 “우리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꼼꼼하게 비교하고 체크한다.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꿀 유능한 후보가 누구인지 꼭 지켜보고 비교하시라”고 당부했다.

또한 주변의 상점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여기에 코인 노래방이 있군요. 소호 헤어도 있군요. 이번 코로나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느냐”며 “저에게 맡겨주시면 확실하게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앵거스 코인 노래방 연습장 주인분이 지금까지 국가 방역을 위해 개인적으로 치른 손실에 대해 50조 추경을 즉시 마련하고, 안된다면 긴급 재정 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2년간의 손실을 보상해드리겠다”고 외쳐 큰 환호를 받았다.

이 후보의 연설이 끝난 후 자리를 뜨지 못한 한 시민(25)은 <시사위크>의 ‘오늘 어떤 심정으로 이 후보의 연설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냥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뚜렷하고 잘 정리돼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원래 누구를 찍을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었는데 결정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처음에 유세단이 큰 소리로 음악을 틀고 춤을 추자 불쾌감을 드러내며 욕설을 하던 한 시민도 <시사위크>가 ‘어떻게 보셨냐’고 묻자 “하도 시끄러워 뭔 난린가 하고 보고 있었다. 오늘 여기 대통령 후보들이 오는지 모르고 나왔다”며 “오전에 윤석열이 온 것도 봤는데 둘 다 말은 잘 하지만 하나 같이 믿음이 가는 사람이 없다. 원래 투표도 안할 생각이었는데, 그래도 오늘 이렇게 봤으니 고민을 좀 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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