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노원·광화문·홍대=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7일 서울 강북 지역 유세에 나서 지역 주민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주제로 표심을 사로 잡았다. 이 후보는 노원 방문에서는 재개발 완화, 광화문에서는 촛불 혁명, 왕십리에서는 소상공인 지원 대책, 홍대에서는 청년 대책 등 지역에 맞춘 연설을 했다.

이날 오전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는 이 후보가 오기로 예정된 시간보다 한두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모였다. 이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지지자들이 대다수였지만,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시민들의 지지발언을 들으며 이 후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 노원서 ‘부동산 해결’ 강조

파란 머플러를 메고 파란 운동화를 신은 이 후보는 연단에 올라 노원 시민들을 향해 “위기도 중요하고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당장 추위도 중요하다”며 “함께하니 따닥따닥 붙어 덜 춥지만 실제로 정말 추운데 수어 통역하시는 분은 전달을 해야 해서 마스크도 못 쓰고 장갑도 못 끼고 고생하신다. 박수 한번 달라. 오늘 너무 추운 거 같아서 선거운동원 여러분도 아침에 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 실용적 개혁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겠다”며 “합리적으로 국민들이 주민들이 편하게 살게 해주는게 정치고 정책이다. 재개발‧재건축 완화해서 여러분이 좋은 주택에서 행복하게 살 길을 열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또 집 값이 오른 주민을 대상으로도 “정책이 국민에게 고통 주면 안된다. 세금이란 국가가 필요한 비용 조달을 위해 공평하게 내는 것이지 재수 없어서 내는 게 아니다. 예상 못한 세수가 늘면 조정해 주는게 맞다. 인기 얻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것이 조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산세‧종부세 과도하게 올라간 거 조정해야 한다. 집을 빨리 팔라고 다주택자에게 부과한 세금도 필요하면 한시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보유세 부담을 현실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주택을 한 채 사는 사람과 101채 사는 사람이 같은 금융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LTV 비율을 90%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지난 달 13일에도 노원구를 찾아 △재개발·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용적율 500%를 허용하는 4종 주거지역 신설 △고도제한지역 및 1종 주거지역 SOC 투자 △공공정비사업과 저층고밀개발 신속 시행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 등을 약속했다.

이 후보의 연설을 듣다가 추운 날씨에 발길을 돌리던 지역 주민 일행을 향해 <시사위크>가 ‘이 후보의 연설이 어떠냐’고 묻자 “이재명 잘 할 것 같다”며 “재개발 해준다잖냐. 이런데 관심 있는 건 이재명 뿐이다. 해주겠다는 거 확실히 들었으니, 안심하고 찍으면 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광화문서 ‘촛불’, 왕십리서 ‘소상공인’, 홍대서 ‘청년’ 

이 후보의 이런 지역 맞춤 유세는 광화문에서도 계속 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 방향을 보고 마이크를 잡고 말씀을 드리려다보니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며 “2016년 10월 29일 토요일, 촛불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 된 첫 집회 날 제가 여기서 말씀을 나눴다. 그 날로부터 1938일이 지났다고 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하는 비정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촛불 들었고 전세계에 내놔도 유례없는 완벽한 무혈 혁명에 성공했다”며 “그게 대한 국민 아니냐. 그 구태와, 비정상과, 비민주성을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 공화국으로 우리가 한발 더 다가왔다. 이번 3월 9일은 변화의 역사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바고, 정치가 해야 할 일이고, 국가가 나아갈 길이다”고 말해, 박근혜 정부 시절의 최순실 국정 농단을 상기시켰다.

이어 “이 촛불 광장에서 시민들이 든 가냘픈 촛불로 쫓겨난 세력이 있다. 단 5년 만에 그들이 복귀하려 한다”며 “그런데 내용이 더 심각하다 최모 씨는 점은 좀 쳤는지 모르겠는데 주술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주술에 국정이 휘둘리고 정치보복을 대놓고 후보가 말하는 상황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극복하고자 했던 과거보다 더 원시사회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촛불 정신을 강조했다.

왕십리에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많은 지역임을 강조하며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며 “방역도 국가가 책임져야할 일이다. 방역을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사람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수차례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난 코로나 기간 발생 손실 중 보상되지 못한 손실이 40~50조다”며 “그 손실을 대통령에 당선되면 추가경정예산이나,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해서라도 50조원 이상 즉각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빚에 고통받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며 "신용대사면과 한국형 PPP 카드도 꺼내들고 다 소급해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저녁시간 홍대로 향한 이 후보는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저도 29, 30살 된 아이들이 있다”며 “취직을 제대로 못해서 조그만 동네에서 조그마한 회사에 들어갔더니 특혜 아니냐 해서 지금은 휴직 중이다”고 아들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후보는 “우리가 청년들에게 힘내라 말 할 수 없다. 이제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거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니 얼마든지 도전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도전할 수 있는 사회, 기회 넘치는 사회,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실패가 자산인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청년들도 기회가 있다고 믿고, 내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 믿어져서 많이 결혼하고 아이도 많이 낳고 오손도손 행복하게 사는 세상 우리가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기회를 주시면 누가 둥지에서 떨어져 죽을 것인지 공정하게 결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누구도 둥지에서 떨어져 죽지 않는, 기회가 있는, 미래가 있는 세상을 제가 만들겠다”며 “가장 많이 배우고도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 이미 높아진 양극화의 벽에 좌절하고, 청춘들끼리 눈물 흘리게 하지 않겠다”고 호소했다. 퇴근 시간과 맞물린 홍대 유세 현장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젊은 지지자들과 지나가던 청년들이 모여 이 후보의 발언을 경청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이제는 청년이다! 청년기회국 유세’를 하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이제는 청년이다! 청년기회국 유세’를 하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공약에 현장 시민들 ‘공감’

현장에서는 이 후보에게 호의적인 시민들의 반응이 상당했다. <시사위크>가 광화문에서 만난 한 직장인(45)도 “5년 전 나도 촛불을 들었었다. 그 때 다들 촛불을 드는 마음이 똑같았을 것”이라며 “여기 지지자들이 들고 나온 플랜카드 같은걸 보면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면 안된다’고 써있는데, 진짜 그렇다. 우리가 왜 탄핵을 했는데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둘 수 없다”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전했다.

왕십리에서는 이 후보의 연설 후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일행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이 후보 공약 이행율이 95%인 걸 처음 알았다”며 “여기 카페도 원래 앉을 자리가 없어야 하는데, 코로나 이후로 이렇게 휑하다. 지금 이거 보상 안 해준다는 후보는 없다. 그런데 말만 해준다고 하고 나중에 누가 진짜 해줄지 모르는 일 아니냐. 지금까지 공약이행율이 그렇게 높았다는데 지금 모여서 진짜 인지 찾고 있던 중이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이 후보의 공약 이행율을 검색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공약처럼 본인의 피부에 바로 와닿는 공약에 관심을 보였다. 대선 최초로 전국 226개 시·군·구별 맞춤형 공약을 내 놓은 후보에 걸맞는 시민들의 반응이다.

앞서 이 후보는 “기초지자체 단위 공약까지 꼼꼼히 챙긴 게 대선 최초”라며 “국민들이 생활에서 변화를 느끼실 수 있는 건 우리 동네 공약으로 빠짐없이 챙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촘촘한 공약이 유의미한 효과를 보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