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뜨거운 피’로 뭉친 (왼쪽부터) 이홍내‧최무성‧정우‧김갑수‧지승현.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뜨거운 피’로 뭉친 (왼쪽부터) 이홍내‧최무성‧정우‧김갑수‧지승현. /(주)키다리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문학계 거장들이 뭉친 뜨거운 작품이 온다. 한국형 스릴러의 대가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 감독이 첫 메가폰을 잡아 완성도 높은 누아르의 탄생을 예고한다.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다.   

21일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가운데, 천명관 감독과 배우 정우‧김갑수‧최무성‧지승현‧이홍내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 분)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누아르다. 생존을 위해 밑바닥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길 예정이다.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이 첫 연출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원작이 갖고 있는 강렬한 스토리와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에 천명관 감독의 섬세한 표현력과 특유의 통찰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누아르의 탄생을 예고, 기대를 모은다. 

‘뜨거운 피’로 첫 연출에 도전한 천명관 감독. /(주)키다리스튜디오
‘뜨거운 피’로 첫 연출에 도전한 천명관 감독. /(주)키다리스튜디오

이날 천명관 감독은 “소설가로 한동안 살았지만 원래 영화감독을 꿈꿨던 사람”이라며 “충무로에 처음 발을 디딘 지 30년 만에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연출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생각한 걸 글로 구현했다면 이번엔 조금 더 복잡한 방식으로 여러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구현했다”며 “그 과정이 재밌었고 아쉬움도 있지만, 더 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고 소회를 전했다. 

첫 연출작으로 소설 ‘뜨거운 피’를 택한 것에 대해서는 “보통 건달 영화라고 하면 검은 양복을 입고 칼을 들고 몰려다니는 모습이 담기는데, 그런 영화를 볼 때마다 공허함을 느꼈다”며 “뭘 먹고살며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인간관계도 들떠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우리와 같은 동기를 갖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서로 원하고 바라는 것이 모두 다 똑같더라. 이런 공감들이 소설을 영화화 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했다”고 덧붙였다.  

천명관 감독은 소설 ‘뜨거운 피’ 탄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원작자 김언수 작가와 절친한 사이였던 천 감독은 부산 출신 김 작가의 어린 시절 동네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를 느꼈고, 소설로 써보라고 제안했다. 이후 소설이 완성되고 영화화가 결정되면서 김언수 작가가 직접 천명관 감독에게 연출을 부탁했다.  

천명관 감독은 “여러 번 거절을 했는데, 시나리오 나오기 전 원고를 먼저 받고 한 번에 읽었다”며 “읽고 나서 이 시나리오가 다른 사람에게 가면 아까울 것 같고, 후회할 것 같더라”고 연출을 결심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천 감독은 소설 ‘고래’로 등단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파격적인 표현력과 자유로운 화법으로 평단과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뜨거운 피’로 연출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신예 감독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현장을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관록의 배우 김갑수는 천명관 감독에 대해 “영화 연출이 처음이라 우려도 있었는데, 이런 감독이 왜 이제야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그는 “사실적이고 밑바닥 이야기를 굉장히 시적으로 표현했다”면서 “준비를 정말 많이 해왔다. 걱정을 감탄으로 바꾼 감독”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생존을 위해 밑바닥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는 연기파 배우들을 만나 더욱 생동감 넘치게 완성됐다. 배우 정우부터 김갑수‧최무성‧지승현‧이홍내까지, 신선한 캐스팅 조합으로 강렬한 시너지를 예고해 기대를 더한다. 

부산 건달 역할로 돌아온 정우. /(주)키다리스튜디오
부산 건달 역할로 돌아온 정우. /(주)키다리스튜디오

먼저 정우는 극 중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 희수 역을 맡아 한층 깊어진 눈빛과 내면 연기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희수는 부산 변두리의 작은 포구 구암의 절대적인 권력자 손영감(김갑수 분)의 수족이자, 구암의 실세다. 무엇 하나 이뤄낸 것 없이 몇 년째 반복되는 건달 생활이 지긋지긋해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인물이다.  

정우는 “부산 배경과 부산 출신 캐릭터를 연기한 적 있어서 반복적인 연기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욕심이 났다”며 “특히 희수라는 캐릭터에 끌렸다. 그동안 밝고 유쾌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희수는 거친 남자의 모습이었고 날 것 같은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부담감도 컸다고. 정우는 “매 작품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이 작품은 특히 더 뜨거웠다”며 “그런 생각들 때문에 촬영 내내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작품을 끝내고 나서 생각해 보니 희수 자체가 불안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라 그런 모습들이 잘 맞닿아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천명관 감독은 정우의 열연에 만족감을 표했다. 천 감독은 “매번 뜨거웠고, 늘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는 준비를 해 와서 오히려 내가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통제하기보다 정우가 준비한 것, 그가 생각한 캐릭터에 점점 신뢰를 갖게 됐다”며 “그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고민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라고 전해 작품 속 정우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김갑수은 조직 보스 송영감을 연기한다. /(주)키다리스튜디오
김갑수은 조직 보스 송영감을 연기한다. /(주)키다리스튜디오

만리장 호텔의 수장 손영감 역은 김갑수가 맡았다. 명령보다 부탁을 더 많이 하는 ‘읍소형’ 보스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냉철한 머리와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긴장감을 유발할 예정이다. 김갑수는 손영감에 대해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라며 “보스인데, 흔히 봐온 보스의 느낌이 아니었다. 계속 부탁하는 ‘읍소형’ 보스로 새로운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김갑수는 “평소 폭력적인 누아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뜨거운 피’는 독특했다”며 “그 안에 치열한 삶이 들어있다. 작은 항구 안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 치열함이 있고, 조용히 지내고 싶지만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시대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고 작품에 끌린 이유를 전했다. 이어 “‘읍소형’ 보스를 잘 해줘야 작품이 살겠다는 생각에 애를 많이 썼다”며 “카리스마 넘치고 액션도 있었으면 하는 불만도 있었지만, 그래도 재밌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베테랑이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김갑수는 “경상도 사투리를 전혀 할 줄 몰라 굉장히 어려웠다”며 “과거 영화 ‘똥개’를 찍으면서 사투리를 배웠는데 이번에 또 새롭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마음속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 언어가 안 되니까 표현을 제대로 못하겠더라”면서 “마치 연기를 처음 하는 사람 같은 심정이었다. 앞으로 정말 정신 차리고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정신이 번쩍 든 작품”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왼쪽부터) 최무성과 지승현, 이홍내도 함께 한다. /(주)키다리스튜디오
(왼쪽부터) 최무성과 지승현, 이홍내도 함께 한다. /(주)키다리스튜디오

최무성과 지승현, 신예 이홍내도 함께 한다. 먼저 최무성은 마약 밀수꾼으로 막장 인생을 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희수를 욕망으로 이끄는 인물 용강을 연기한다. 푸근하고 우직한 배역으로 관객들을 만나온 그는 파격적인 비주얼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최무성은 “용강은 건달 세계 안에서도 굉장히 밑바닥에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어떻게 하면 개성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도전의식이 생겼다. 의상이나 분장 등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고, 도움을 받았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지승현은 희수의 친구이자 영도파의 에이스 철진으로 분한다. 우정과 조직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살기 위해 선택을 하게 되는 인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철진은 원작 보다 확장된 비중으로 극적 긴장감을 더할 전망이다. 이홍내는 희수가 아끼는 새끼 건달 아미 역을 맡았다.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역할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천명관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캐스팅이 완성됐는데, 다 모이고 나니 원래 처음부터 이렇게 되기로 돼있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모든 배우들이 캐릭터와 일체화된 느낌이었다”며 배우들과 캐릭터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신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많이 애썼고, 그 결과 새로운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해 기대감을 높였다. 3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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