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라노’(감독 조 라이트)가 시대를 초월한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유니버설픽쳐스
영화 ‘시라노’(감독 조 라이트)가 시대를 초월한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유니버설픽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시라노는 10명의 남자와 싸울 용기는 있지만 평생을 사랑해 온 한 여자에게 고백할 용기는 없는 작은 시인이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 바로 진실 된 사랑을 찾는 록산. 

록산은 “아이들은 사랑이 필요하고, 어른들은 돈이 필요해”라고 말하는 시대에서도 진짜 사랑을 원한다. 그러다 아름다운 남자 크리스티앙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고 크리스티앙 역시 록산에게 단숨에 마음을 빼앗긴다. 

록산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크리스티앙은 시라노가 대신 써준 편지로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기 시작한다. 엇갈린 세 남녀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영화 ‘시라노’(감독 조 라이트)는 사랑의 시를 대신 써주는 시인 시라노(피터 딘클리지 분)와 진실한 사랑을 원하는 여자 록산(헤일리 베넷 분), 사랑의 시를 빌려 쓴 남자 크리스티앙(켈빈 해리슨 주니어 분)의 대필 편지로 엇갈린 로맨스를 그린다. 영화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을 연출하며 ‘고전 로맨스의 장인’으로 꼽히는 조 라이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프랑스 고전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17세기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큰 코가 콤플렉스인 시라노의 짝사랑과 대필 편지로 엇갈린 세 남녀의 로맨스를 그려내며 영화와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관객을 만나왔다. 

시라노로 분한 피터 딘클리지(위)의 열연이 돋보인다. /유니버설픽쳐스
시라노로 분한 피터 딘클리지(위)의 열연이 돋보인다. /유니버설픽쳐스

조 라이트 감독이 손에서 다시 태어난 ‘시라노’는 극작가 에리카 슈미트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주인공 시라노의 콤플렉스를 ‘큰 코’가 아닌 ‘작은 키’로 설정해 차별화를 꾀한 것은 물론, ‘사랑’이라는 소재로 인생까지 아우르는 원작의 따뜻한 스토리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 시대를 초월한 깊은 공감과 감동을 안긴다.

특히 실제 132cm 작은 체구의 배우 피터 딘클리지가 뮤지컬에 이어 다시 시라노 역을 맡아 진정성을 더했다. 참고로 원작 뮤지컬에서 피터 딘클리지가 시라노 역을 맡게 되면서 ‘큰 코가 콤플렉스인 남자’라는 캐릭터 설정이 달라졌다고 한다. 

피터 딘클리지는 시라노의 복합적인 면모를 완벽 소화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상대를 단숨에 제압하는 카리스마부터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애틋하고 절절한 눈빛, 특유의 중저음 음색으로 전하는 사랑의 세레나데까지, 매력적인 ‘시라노’를 완성하며 관객을 매료한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하는 ‘시라노’. /유니버설 픽쳐스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하는 ‘시라노’. /유니버설 픽쳐스

17세기 유럽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미장센과 청각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음악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우선 세트가 아닌, 17세기 후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노토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해 살아있는 공간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시대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뛰어난 영상미로 담아내 마치 한 폭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때로는 인물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수단으로, 때로는 사랑을 고백하는 세레나데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현대적 감성으로 새롭게 변주돼 색다른 매력을 완성한다.

연출자 조 라이트 감독은 “팬데믹 시대를 통해 사람과의 유대를 잃었다”며 “‘시라노’를 보고 난 후 사랑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끼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 말하겠다고 결심했으면 좋겠다”고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러닝타임 123분, 오늘(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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