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연우진이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로 관객 앞에 섰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배우 연우진이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로 관객 앞에 섰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사랑과 멜로를 다른 방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작품이다. 그래서 지금의 도전과 이 작품이 더욱 소중하다.”

배우 연우진은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가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약 8년의 시간을 기다렸다. 2014년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함께 하기로 결정했지만 제작이 무산됐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20년 크랭크인,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오래 기다린 만큼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연우진에게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꺼내어 보인 것은 물론, 틀을 깨고 나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을 향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연우진의 열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지난 23일 개봉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 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 분)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05년 발간된 중국 작가 옌롄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연출한 장철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 무광을 연기한 연우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 무광을 연기한 연우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연우진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금기와 이를 넘어서게 만드는 위험한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병사 무광을 연기했다. 다수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활약하며 부드러운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는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자신의 신념과 빠져보고 싶은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는 밀도 높은 감정 연기는 물론, 수위 높은 베드신까지 소화해 내며 쉽지 않은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오랜 시간 작품과 함께 한 만큼 자신만의 깊이 있는 해석으로 무광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그의 단단한 연기 내공이 느껴진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JTBC ‘서른, 아홉’까지 전혀 다른 결의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는 연우진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다양한 모습으로 각인됐다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두고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연우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연우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2014년부터 제작을 준비했지만 중단된 뒤, 2020년 완성됐다. 오랜 시간 이 작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감회가 새롭다. 배우들은 작품이 오래 걸려도 다른 작품을 하면서 배우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감독님들은 꽤나 긴 시간 한 작품에 몰두하며 인생을 살아가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장철수 감독에게 굉장히 특별한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나 역시 그 특별함에 함께 하고 싶었다. 2014년 이 작품을 처음 접하고, 놓지 않고 있었다. 당시 ‘연애 말고 결혼’이라는 작품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연기 변신이라든가 인간의 파격적인 사랑을 표현해 내고 싶은 감정이 컸다. 그리고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느낀 감정은 사뭇 달랐다. 작품의 깊이감을 더 알게 됐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욕망을 좇고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성으로 인해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이 굉장히 날 것 같은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에 임하게 됐다.”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선택하기까지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인가.  
“사랑이라는 감투 속에 표현된 한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 욕망이 인간을 잠식하면서 보이는 본성이 재밌게 표출됐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꼭 작업을 하고 싶었었고,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하면 배가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그런 기분을 느껴 봤다. 안정적이고 상업적인 면에서 본다고 한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텐데, 도전 정신이 생겼던 것 같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보다 새로움과 혁신적인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이 작품이 제격이었다.” 

-무광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우선 한 인물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뒀다. 대의를 위한 슬로건이 개인의 욕망을 위한 슬로건으로 바뀌게 되면서 욕망이 무광이라는 한 인물을 잡아먹게 된다고 생각했다. 강인한 군인이었지만 결국에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나약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걷잡을 수 없는 선택으로 파국까지 치닫게 되는 과정에서 감정의 변화를 잘 잡으려고 했다. 또 뒤에 이어지는 베드신도 결을 다르게 하면서 마치 짐승같이 조금은 변태적으로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의문을 던질 정도로 표현하고자 했다. 쾌락의 끝을 경험하고 더 큰 쾌락을 좇아가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을린 피부, 탄탄한 몸 등 외적인 변화도 눈길을 끌었다. 무광의 비주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나. 
“아직도 원래 피부 톤이 돌아오지 않았다. 고향 강릉 솔밭에서 햇빛을 맞으면서 태닝을 했다. 인공적으로 태우기 위해 태닝숍에 가기도 했는데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을 것 같아서 고향에 가서 바닷가에서 작품 생각도 하고 태닝도 하고 그랬다. 또 고향에 내려가면 순두부를 즐겨 먹는데, 강릉 커피와 순두부를 먹으며 체중 감량을 했다. 그 노력이 잘 담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로 파격 변신을 보여준 연우진(오른쪽).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로 파격 변신을 보여준 연우진(오른쪽). /제이앤씨미디어그룹

-2014년 당시 촬영을 했다면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오히려 지금이라 감독님과도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제안을 받고 촬영을 했다면 단선적인 모습에 이끌려서 혹은 연기 변신, 이미지 변화만을 위한 급급함이 있었을 것 같다. 지금은 작품의 본질을 더 깊게 생각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또 상대방과의 호흡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 여유가 예전보다 많이 생긴 것 같다. 지안 배우와 함께 하게 된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지안 배우가 수련을 연기해 줘서 무광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운명과 기운이 지금으로 모여진 것 같다.”

-베드신은 그 어떤 촬영보다 상대 배우와의 정확한 약속과 호흡이 중요할 것 같다. 지안과 어떻게 합을 맞춰나갔나. 
“물리적인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지체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면 서로 힘들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준비하고 세팅된 상태에서 하려고 했다. 베드신 같은 경우 전날 감독님과 촬영감독님, 지안 배우와 함께 내일 찍을 장면에 대해 회의하고 헤어졌다. 감정은 연기하면서 이뤄지지만 동선이나 전반적인 감정은 항상 상의하고 미리 맞춰봤다. 또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상대 배우를 존중하자는 마음가짐이었다. 어려운 신들이 많은 촬영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상처를 받지 않고 일을 잘 마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광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현장에 가면 항상 스스로에게 ‘상대를 최대한 존중하며 열심히 복무하자’ 되뇌었다.” 

연우진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연우진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공개 후 ‘파격 노출’에 대해서만 관심이 쏠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아쉬움은 없나. 
“파격적일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감보다는 다양한 한국영화들 사이 특수성과 개성이 있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나 역시 기존 작업 방식과 달랐다. 장철수 감독의 연출 방식과 표현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더라. 그런 과정이 다양성을 위해 필요한 작업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베드신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그 이면에 본능을 좇아가는 인간의 디테일한 감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무광이 수련에게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장면이 있다. 욕망과 쾌락의 끝을 맛보고 인간의 본성이 나왔을 때 가장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공허함 끝에 나오는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사실 살고 싶다는 말이다. 가장 인간답고 가장 솔직한 대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연기할 때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그 장면 상당부분이 편집이 됐다. 연극처럼 긴 대사 끝에 나오는 말이다. 아쉬움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효과적인 편집이었다고 생각한다.” 

-독특한 연출 방식이나 낯선 구성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걱정은 없었나.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장철수 감독이 써놓은 본질을 흐트러트리고 싶지 않았다. 입맛에 맞게 대사를 변형시킬 수 있고 동선을 편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철수 감독이 각색을 하면서 원작의 문학적인 힘, 본연 그대로의 것을 잘 유지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최대한 흐트러트리지 않고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연기 연습과 리딩을 정말 많이 했는데, 연극처럼 했다. 그 과정이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장철수 감독님이 시선 하나하나 잡아줬다. 눈동자의 각도까지 조절하면서 디테일함을 요구했는데, 그런 표현방식이 주제를 표현하는데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정형화되지 않은 표현방식과 시스템이지만, 오히려 그런 지점들이 신선하게 다가가길 바라고, 우리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작업을 끝내고 관객에게 소개되는 지금, 가장 뿌듯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무엇인가.
“원 없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다 토해냈다. 무광이 모든 걸 내뱉고 공허한 상태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고, 이제는 내 손을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음이 뭉클했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봤을 때 눈물이 나려는 걸 참았다. 바로 이어지는 기자간담회를 준비하느라 영화를 다 보진 못했는데, 만약 영화를 끝까지 봤다면 무광의 뒷모습을 보며 오열했을 거다. 뭉클했다.” 

올해 삼십대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연우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올해 삼십대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연우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드라마 ‘서른, 아홉’도 방영되고 있는데, 비슷한 시기 다른 결의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게 됐다. 이에 대한 소감은. 
“두 작품 모두 ‘사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과 멜로의 결이 다르게 표현된 작품이다. 그 속에서 연기로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됐다고 한다면 만족스럽다. 하지만 다양한 이미지 변신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기와 연기자로서 나의 가치관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사랑과 멜로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구나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그래서 지금의 도전과 작품이 더욱 소중하다.”

-30대 마지막 해다.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 또 앞으로 다가올 40대는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나.  
“개인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고민도 혼자 하고 그에 대한 답도 혼자 찾으려고 했다. 이제는 소통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소통일 수 있고 남들과의 소통일 수 있는데, 지금까지 단절 속에서 벽을 치고 살아왔다면 그런 것을 걷어내고 소통하면서 나 자신을 올곧게 돌아보는 시간을 맞이하고 싶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기 철학 중 하나는 책임감이고, 그 신념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무탈하게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나아간다면 연기는 내게 일이기도 하다. 물론 온전히 빠져서 표현하려고 노력하지만,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리성 자체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너무 몰두하거나 미쳐 있으면 가끔은 내 스스로도 힘들어지고 그게 꼭 좋은 연기로 표현되는 것도 아니더라. 일도 그렇지만 쉬는 것도 중요하다. 쉴 때 잘 쉬고 잘 비워내고 건강히 보내야 다음 작품을 할 때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게 내가 살아온 삶이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40대가 돼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원작에 쓰인 문구인데 ‘예술이라는 것은 총이나 수류탄이 아니다. 노래이자 교향곡이다’는 말이 심금을 울렸다. 물론 쉬운 작품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새로움이나 신선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예술의 다양성에 있어서 틀을 깨주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확한 영화적 문법과 시스템으로 이뤄진 작품이 아니고,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고 본능을 일깨우는 작품이라 어떻게 보면 지금 시대와 역행할 수 있지만 오히려 희소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그런 부분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과 욕심이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