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로 첫 스크린 주연작을 소화한 김동휘. /쇼박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로 첫 스크린 주연작을 소화한 김동휘.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캐릭터의 목표치에 다가가고자 최선을 다하는 배우” ‘대배우’ 최민식이 ‘신예’ 김동휘를 두고 한 말이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로 첫 스크린 주연작을 소화한 김동휘는 최선의 노력과 최상의 결과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김동휘는 2020년 인기리에 방영된 케이블채널 tvN ‘비밀의 숲2’에서 김후정 역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신예다. 세밀한 감정 연기와 긴장감을 더하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괴물 신예’의 탄생을 알렸다.

그리고 오는 9일 개봉하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첫 타이틀롤을 소화하며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굳힐 예정이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분)이 수학을 포기한 학생 한지우(김동휘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 김동휘는 수학 포기자 한지우를 연기했다. 지우는 상위 1% 명문 자사고에서 친구들을 쫓아가지 못하는 수학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이다. 야간 경비원 이학성이 수학 천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에게 수학을 배우기로 자처,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한 특별한 수업을 받게 된다. 

2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우 역에 캐스팅된 김동휘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현실적인 모습부터 수학과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대선배 최민식 옆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주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두 배우가 완성한 색다른 ‘케미스트리’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이유다. 

가능성을 증명한 김동휘. /쇼박스​
가능성을 증명한 김동휘. /쇼박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김동휘는 “매일매일 가고 싶은 현장이었다”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최민식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선배님의 칭찬 덕에 더 나아갈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2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서 발탁됐다. 당시 어떤 마음으로 임했고, 처음 합격 소식을 듣고 어땠나. 
“경쟁률은 나중에 알았다. 오디션 현장에 최민식 선배님이 계셨는데, 동경하던 선배님이라 팬심으로 오디션을 봤다. 결과보다 선배님께 내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하고 오디션에 임했다. 합격 소식을 듣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날 저녁 가족에게 말했는데 어머니가 우셨다. 그래서 나도 같이 울었다. 아버지는 ‘사기 아니냐’고 할 정도로 믿기지 않아 하셨다. 

연기력이 뛰어났다거나 잘 소화해서라기 보다 한지우 역할과 이미지가 잘 맞았고 내가 갖고 있는 본연의 모습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최민식 선배님이 오디션 장에서 즉흥적으로 제안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 상황에 맞게 충실히 잘 하려고 노력해서 합격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동안 오디션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나만의 개성을 살릴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오디션에 임하는 편이기도 하다.”  

-대선배 최민식과의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어떻게 이겨냈나. 
“당연히 긴장되고 정말 많이 얼어있었다. 너무 긴장하다 보니 내가 얼어있는지도 몰랐다. 선배님이 본인이 촬영이 아닌 날인데도 직접 전주 내려오셔서 모니터링을 해주셨다. 그때부터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특히 선배님이 선후배가 아니라 배우 대 배우, 사람 대 사람으로 먼저 접근해 주시고 사적인 이야기도 해주셔서 나도 다가갈 수 있었고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촬영 중반 이후부터는 정말 편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 또 현장에서 영화라는 예술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작업에 임해야 하는지 등 많은 부분에서 배울 수 있었다.” 

-최민식이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기분이 어땠나. 스스로는 어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자기비하가 심한 편이었는데, 존경하던 대선배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자신감이 생겼다. 자존감이 한 번에 올라가진 않았지만, 자신감이 생겼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인배우들은 다음에 또 작품을 할 수 있을까,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있을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한다. 그런 생각들을 조금은 지워준 기분이었다.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가능성이 있다는 걸 자신하긴 어렵지만 이제 시작이니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를 연기한 김동휘. /쇼박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를 연기한 김동휘. /쇼박스​

-박동훈 감독이 지우를 표현하는데 가장 강조한 지점은 무엇이고, 배우는 지우의 어떤 점을 잘 담아내고 싶었나.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우를 연기하면서 튀지 않고 무던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인물로 비추기 위해 노력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가끔 상남자적인 면모가 나온다고 하실 때가 많았는데, 내게 나도 모르는 시니컬한 면이 있더라. 그런데 지우는 그렇지 않으니까 시니컬한 모습을 지우려고 했다. 깨끗하고 순수한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 10대 고등학생으로서의 모습도 잘 담아내고 싶었다. 여드름 분장이나 외적인 부분은 분장팀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연기적으로는 학성을 만나면서 지우가 변해가는 과정을 잘 담아내고 싶어서 내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지우의 변화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긴 호흡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지우의 마음이 변하는 이유와 과정을 빠지지 않고 표현하는 게 어렵고 힘들더라. 막막했는데 최민식 선배님이 조언을 해주셔서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어떤 신을 촬영한다고 하면, 전사들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 시나리오에 보이지 않은 마음이나 감정이 있잖나. 그런 마음과 감정들에 우선순위를 뒀다. 그래서 지우가 이런 말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했다.” 

김동휘가 꼽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 김동휘(왼쪽)과 최민식 스틸컷. /쇼박스​
김동휘가 꼽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 김동휘(왼쪽)와 최민식 스틸컷. /쇼박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나 대사는 무엇인가. 
“지우가 기숙사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들어가면서 학성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때 지우가 학성에게 ‘담임 선생님이 전학 가라고 하는데 그게 맞는 말인 것 같다’면서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친다. 그런데 그때 학성이 그게 틀렸다는 걸 증명하라면서,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붙잡고 있는 것보다 내일 다시 풀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게 용기라고 한다. 그 대사가 인상 깊고 마음에 남았다. 나 역시 어떤 문제에 대해 풀리지 않아도 끝까지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 대사를 접한 후부터 오늘 이만큼 했으니 내일 다시 해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일이 더 잘 진행될 때가 많았다. 연기적인 고민을 할 때 대본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잠깐 쉬었다가 다시 했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분석도 잘 되더라.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은 대사다.” 

-학성이 지우에게 ‘증명하라’고 했던 것처럼, 배우 김동희가 이번 작품을 통해 증명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배우 김동휘로서 증명하고 싶은 것은 아직 없다. 다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작품 자체로 증명하고 싶은 것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생각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거라는 거다. 그걸 꼭 증명하고 싶다. 관객들이 실제로 영화를 보고 얻어 가는 게 있다면, 그걸로 증명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수학을 비롯해 포기를 종용하는 세상과 반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의 과정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본인도 인생에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한 부분과 반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고등학교 때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춤 동아리에 들었는데 그때 춤을 배우면서 너무 재밌어서 업으로 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실력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 재능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해 포기한 적이 있다. 반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은 연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연기인데,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없다. 만약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절망적일 거다. 끝까지 해보고 싶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김동휘. /쇼박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김동휘. /쇼박스​

-연기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떤 매력을 느꼈나.  
“춤 동아리가 처음 접한 예술이었다. 그전에는 그 분야에 대해 관심이 하나도 없고 평범한 중학생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춤 동아리에 들어가면서부터 무대에 오르는 일이 정말 재밌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춤은 재능이 부족했고, 아버지가 연기를 해보라고 먼저 권유를 해주셔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 연기를 배울 때는 별로 재밌는지 몰랐다. 배우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계속하는 게 맞나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극을 처음 했는데, 무대에 오르니 관객이 주는 힘이 굉장하더라. 그때부터 연기를 계속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말 좋다. 단순히 기분이 좋다는 게 아니라 내가 조금이라도 관객들에게 인정받았구나 싶다. 치열하게 고민한 것들이 무대에서 발현되고 인정받았구나 하는 생각에 오는 안도감도 있다. 배우는 관객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이 있어야 플레이를 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극은 바로 앞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게 좋았다. 단점도 있겠지만 내겐 장점이었다. 그래서 연기가 더 좋아졌다.” 

-앞서 ‘비밀의 숲2’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처음 주목을 받게 한 ‘비밀의 숲2’와 첫 타이틀롤을 소화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두 작품은 스스로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비밀의 숲’ 시즌1을 본방사수하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웰메이드 장르물에 출연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우연치 않은 계기로 함께 하게 돼서 정말 행복했다. 특히 평소 좋아하는 선배들과 작업해서 좋았다. 매일 가고 싶은 촬영장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도 매일매일 가고 싶었다. 나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촬영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그래야 연기도 편안하게 나오고 아이디어나 서로 만들어가는 것들이 더 잘 나온다고 생각한다. 두 작품 모두 여러모로 다 좋았던 현장이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평소 스스로에게도 많이 하는 질문이다. 그런데 거창하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건 아직 없다. 주어진 작품과 캐릭터를 잘 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10년 후에도 여전히 대본을 보면서 계속 고민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 그렇게 쭉 하다 보면 ‘어떤’ 배우가 돼있지 않을까. 계속 꾸준히 연기를 하는 게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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