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펜서’(감독 파블로 라라인)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영화 ‘스펜서’(감독 파블로 라라인)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내가 좋아하는 건 단순하고 평범한 것들이에요.” 언론과 대중, 파파차리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 분)는 전통에 따라 크리스마스 연휴를 왕실 가족과 보내기 위해 샌드링엄 별장으로 향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별장에는 아름다운 의상과 화려한 음식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돼있지만 찰스 왕세자의 외도, 고루한 왕실의 전통, 그리고 모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감에 다이애나는 깊은 감정의 혼란을 겪게 된다. 

영화 ‘스펜서’(감독 파블로 라라인)는 왕실 가족이 별장에 모여 보내는 크리스마스 연휴 3일 동안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재키’ ‘네루다’ 등을 통해 거장으로 우뚝 선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스크린에 되살려냈다. 

다이애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스펜서’.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다이애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스펜서’.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따뜻한 카리스마와 선한 영향력으로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영국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 스펜서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다.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은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형태로 대중과 만났다. 하지만 영화 ‘스펜서’는 완전히 새롭다. 단 3일간의 짧은 기록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이애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홀로 별장으로 향하다 길을 잃은 다이애나의 모습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왕실 가족과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는 동안 의심과 결심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다이애나를 통해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외로웠을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겨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함을 안긴다. 

오롯이 다이애나의 시선만을 좇아 그의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커튼조차 마음대로 열 수 없고, 의상 순서까지 정해놓은 폐쇄적이고 고루한 왕실 문화 속에서 남편의 외도와 끝없는 감시까지, 모든 상황을 홀로 감내해야 하는 다이애나의 심리를 내밀하게 담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다이애나의 선택과 결심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다이애나로 완벽히 변신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다이애나로 완벽히 변신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연기,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준다. 첫 대사 만으로도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없다. 그저 다이애나 왕세자비로 살아 숨 쉰다. 그렇다고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모방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해석과 특유의 매력을 더해 연악하면서도 단단하고, 친근하면서도 신비로운 다이애나를 완성한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면도 외면도 모든 것이 ‘완벽’하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영국 왕실의 크리스마스 전통과 샌드링엄 별장의 유령 일화를 토대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왕비가 되지 않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기로 한 다이애나의 새로운 이야기 완성했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다큐드라마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며 “실제 요소들을 가져와 상상력을 입히고 시네마의 도구들과 함께 한 여성의 삶을 말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116분, 오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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