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제주 제주시 동문시장 인근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주‧부산=권신구 기자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첫 유세 현장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이날 부산,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로 향하는 ‘경부선 유세’의 시작을 제주에서 한 것은 ‘제주 홀대’ 논란과 무관치 않다.

전날(7일) 윤 후보는 예정된 제주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수도권 집중 유세에 돌입했다. ‘격전지’로 평가되는 수도권 민심을 끌어모으겠다는 판단이었지만, 전날 제주에서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비교되며 논란을 자초한 꼴이 됐다.

모양새가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이날 윤 후보를 맞이한 제주 시민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일제히 빨간 풍선을 손에 들고 윤 후보를 맞이했다. 제주시 동문 로터리에 모인 윤 후보의 지지자들은 윤 후보를 향한 무한한 지지를 보냈다. ‘3‧9일 우리는 꼭 투표하겠습니다’ 등 피켓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한 지지자는 <시사위크>와 만나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윤 후보는 바른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연단에 선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른바 윤 후보의 ‘제주 홀대’ 프레임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한 제주도당 관계자는 “제주를 홀대한다고 비판한 민주당 관계자는 사과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윤 후보가 제주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맞섰다.

특히 제주도지사를 두 번 지낸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원 유세에 나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제주도지사를 지내고 제주를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원희룡 정책본부장을 임명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연단에 선 원 본부장도 “원희룡 지사가 제주를 위해 바쳤던 노력을 윤석열 대통령이 더 발전시키게끔 화끈하게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마이크를 잡은 윤 후보의 메지시는 ‘제주 지역 발전’ 공약에 집중됐다. 우선 제주도에서 국가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닦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은 작은 연구소 네트워크만 구축되면 얼마든지 이끌어낼 수 있다”며 “제가 볼 때는 제주도가 우리나라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도 다분했다. 윤 후보는 “제주도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육지로 나가는 제주도가 아니라 우리나라와 세계 인재들이 제주도로 몰려드는 제주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제주의 관광 자원을 적극 개발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제주 관광청을 설치해 이를 구체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제주의 관광이 그냥 먹고 노는 관광이 아니라 자연사와 문화와 인류학을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수준 있는 관광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제주 지역의 주요 현안인 ‘제2 공항’ 추진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윤 후보는 “주민들의 의견을 잘 수용해서 제주의 동과 서가 모두 함께 발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빨리 추진해 사람들이 제주에 더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제가 1번으로 결승 테이프를 끊고 이 나라를 바꾸고 제주도를 바꿀 기회를 달라”며 “오랜 기간 제주에 약속만 하고 제주 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이기적인 정치세력과는 달리 저는 제주도를 책임 있게 변화시키겠다”고 역설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에서 열린 유세에서 단일화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에서 열린 유세에서 단일화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안철수와 함께 부산… ‘국민 통합’ 강조

이어진 부산 유세 현장에선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함께 연단에 서서 ‘야권 단일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자리에 모인 지지자들은 야권 단일화 결단을 내린 안 대표를 향해 ‘잘했다’고 환호했다. 

윤 후보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안 대표는 “여기 오다 보니 어떤 분이 그러더라. ‘자 누고, 안철수 아이가. 자 와 왔노’”라며 “그래서 제가 그랬다. ‘저 부산사람 아입니까’. 저는 서울에서 정치를 시작하면서 제 고향이 부산이라는 걸 항상 잊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민간 기업 유치 및 광역 교통망 연결 등 부‧울‧경의 미래 비전을 내놓은 안 대표는 “그 일을 부탁할 분은 제가 아니고 윤석열 후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 대표의 손을 잡은 윤 후보의 자신감도 강했다. 그는 이번 야권 단일화가 국민 통합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윤 후보는 “국민 통합이라는 것은 그냥 이해가 다른 사람끼리의 야합이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라는 가치 아래서 거기에 동의하는 분들과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야권 단일화를 ′야합′으로 규정지은 민주당의 비판을 염두에 둔 발언인 셈이다.

이어 윤 후보는 “제가 마지막 결승점을 1위로 통과하게 압도적 지지를 해주시면 민주당에 양심 있는 훌륭한 정치인들과 협치하고 안 대표의 국민의당과도 신속히 합당해서 당의 외연을 넓히고 더 많은 국민의 의견을 소중히 받들어 국민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지역 공약으로는 부산을 세계적 해양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스테르담, 베네치아, 마카오 이런 도시들은 세계적 해양도시고 세계적 무역도시”라며 “제가 KDB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것도 바로 부산을 세계적 해양도시, 세계적 무역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말씀드리지만 대한민국 전체 지역 균형 발전과 성장을 위해선 서울 단일 축으론 불가능하다”며 “서울과 부산 두 개의 축이 작동돼야 대구와 광주가 함께 발전하고 대전도 함께 발전해 대한민국 전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 ‘민주당 정권’ 비판하며 ‘투표 독려’

본 투표를 하루 앞둔 마지막 유세인 만큼 윤 후보의 ‘정권 교체’ 메시지도 더욱 선명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 동안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투표를 독려했다. 이번 선거가 ‘절체절명의 선거’라는 것이다.

제주 유세에서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많이 병들고 위험해졌다”며 “민주주의라는 건 대통령제냐 내각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직자가 국민을 주인으로 제대로 모시는 머슴이 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파와 정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민주당 정권의 각종 부정부패가 다 은폐되고 묻히는 거 보셨지 않나. 이게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 유세에선 지난 5년간 민주당 정권을 “일당 독재 행태”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대장동같이 8,500억을 김만배 일당이 다 털어놓고 그 부정부패와 돈의 귀착점이 어딘지 자금 추적도 안하는 그런 정권은 경제를 번영시킬 수 없다”며 “선거 날 앞두고 갑자기 정치교체 하겠다고 국민을 기만하는 이런 엉터리 머슴들이 있는 나라에서는 절대 경제 번영이 불가하다”고 맹비난했다.

이를 바탕으로 윤 후보는 마지막 표심을 끌어모으는 데 집중했다. 제주에서 그는 “이제 나라도 바꾸고 제주도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해야 하지 않나”라며 “새로운 변화를 위해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 달라”고 말했다. 부산에 이어 대구에서도 그의 외침은 계속됐다. 윤 후보는 “투표를 하면 이긴다. 투표하면 바꿀 수 있다”며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전부 모시고 가서 귀중한 주권을 행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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