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어느 날 심하게 훼손돼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맡은 형사 진호(유연석 분)는 사체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국제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 분)를 찾아 자문을 구한다.

알리스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사라진 흔적을 복원해내고, 진호는 단서를 통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닌 장기밀매 조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국제적인 범죄 조직의 정체와 마주하게 되고, 충격적이고 처참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신원 미상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진호와 국제법의학자 알리스의 공조 수사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다. 

프랑스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국내외 제작진이 공동 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한국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배우 유연석과 할리우드 배우 올가 쿠릴렌코가 주인공으로 나섰고, 배우 예지원‧최무성‧박소이 등이 출연했다. 

연기 호흡을 맞춘 유연석(위)와 올가 쿠릴렌코.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연기 호흡을 맞춘 유연석(위)와 올가 쿠릴렌코.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익숙한 듯 낯설다. 한국을 배경으로, 대부분 한국 배우들이 스크린을 채웠는데, ‘외부인’의 시선으로 버무리니 완전히 새로운 색이 나왔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도 여느 한국 범죄영화와 다르다. 그러나 이 낯섦이 관객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갈지, 부조화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우선 사건의 진실과 마주하기까지 치열한 심리전을 펼치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기존 방식과 달리, ‘배니싱: 미제사건’은 쉽게 답을 알려준다. 범인이 누구인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지, 진실의 끝엔 무엇이 있을지, 친절하게 오픈하고 다 보여준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악을 처단하는 방식도 매우 간단하다. 반전도 없다. 이에 쫄깃한 장르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주인공 캐릭터 진호도 그동안 수많은 범죄영화에서 그려온 형사와 확실히 다르다. 치열하게 사건을 쫓다가도, 조카를 위해 금붕어를 구매하고 틈틈이 마술도 선보인다. 어떤 순간에서도 한없이 다정하고 자상하다. 오로지 범인을 잡는데 모든 것을 쏟아붓던 한국영화 속 ‘짠내’나는 형사와 달리, 진호는 일도 사랑도 놓치지 않는다. 신선하지만, 우리 정서로 이해하기 힘든 지점도 있다.  

신선한 호흡을 완성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연석과 올가 쿠릴렌코, 최무성‧예지원‧박소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신선한 호흡을 완성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연석과 올가 쿠릴렌코, 최무성‧예지원‧박소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진호와 알리스의 로맨스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알리스가 진호와의 공조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 가는데,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낀다. 기존 범죄물과 달리 이러한 로맨스를 꽤 비중 있게 다루는데, 그 깊이가 얕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배우들은 무난한 활약을 보여준다. 유연석을 필두로, 예지원‧최무성‧박소이 등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올가 쿠릴렌코 역시 낯선 공간, 배우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호연을 펼친다. 프랑스 감독이 담아낸 한국의 다채로운 풍경도 색다른 볼거리다. 쓸쓸하면서도 낭만적인 서울 밤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러닝타임 88분,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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