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임씨를 부탁해’(감독 박경목)가 극장가에 깊은 공감을 안길 수 있을까. /씨네필운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감독 박경목)가 극장가에 깊은 공감을 안길 수 있을까. /씨네필운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85세 정말임(김영옥 분) 여사는 자식 도움 없이 남은 삶을 보내려 하지만, 몸이 말썽이다. 오랜만에 외아들 종욱(김영민 분)의 방문 탓에 팔이 부러지게 되고, 이 사고로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 분)을 집에 들이게 된다. 

엄마 걱정에 CCTV까지 들이는 아들과 마음과 달리 모진 말만 오가고 요양보호사는 어쩐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마찰과 화해를 반복하던 중 종욱 가족이 불쑥 찾아온 명절날, 묻어뒀던 관계의 갈등이 터져버리고 만다.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감독 박경목)는 효자 코스프레하는 아들과 가족 코스프레하는 요양보호사 사이에 낀 85세 정말임 여사의 선택을 그린 휴먼 가족 드라마다. 박경목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자, 현역 최고령 여성 배우 김영옥의 65년 연기 인생 첫 주연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보여준 김영옥(위)와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극을 채운 김영민. /씨네필운
탄탄한 연기 내공을 보여준 김영옥(위)와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극을 채운 김영민. /씨네필운

‘말임씨를 부탁해’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부모자식 관계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전한다. ‘남 같은 가족, 가족 같은 남’이라는 주제로 고령화 시대 부양 부담에 대한 현주소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씁쓸한 공감을 안긴다. 

효도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눈앞에 놓인 현실이 먼저인 아들, 그런 아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자꾸 어긋나버리기만 하는 이들의 모습은 비단 스크린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여기에 대안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며, 현대사회 속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법한 질문을 던진다. 

베테랑 배우 김영옥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현실 속 엄마의 모습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낸다. 투박하면서도 친근하고, 무뚝뚝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따뜻한 우리 모두의 엄마를 현실감 넘치게, 그리고 뭉클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김영민‧박성연부터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 이정은까지, 실감나는 열연으로 완성도를 높인다. 러닝타임 110분, 오는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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