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으로 돌아온 유연석.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으로 돌아온 유연석.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TV와 스크린, 뮤지컬 무대까지, 분야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배우 유연석이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글로벌 프로젝트로 제작된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을 통해서다. 데뷔 후 처음 형사 역할을 맡은 그는 특유의 부드러운 매력으로 신선한 캐릭터를 완성한 것은 물론, 3개 국어 연기를 완벽 소화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신원 미상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진호(유연석 분)와 국제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 분)의 공조 수사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다. 프랑스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국내외 제작진이 공동 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극 중 유연석은 형사 진호로 분했다. 진호는 날카로운 촉과 매서운 집념으로 전대미문의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로, 사건의 실마리를 쫓아 거대한 범죄 조직을 추적한다. 유연석은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엘리트 형사인데다, 마술을 취미로 하는 등 기존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설정이 돋보이는 진호를 자신만의 색깔로 완성하며 극을 이끈다. 자연스러운 외국어 대사 연기는 물론, 상대 배우 올가 쿠릴렌코와 조화로운 ‘케미스트리’를 완성한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 만난 유연석은 “한국에서 촬영하는 해외 프로젝트라는 점이 흥미로웠다”면서 “또 기존 한국영화에서 봤던 형사와 다른 진호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배니싱: 미제사건’과 함께 한 소감을 전했다. 

글로벌 프로젝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유연석.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글로벌 프로젝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유연석.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드니 데르쿠르 감독과 올가 쿠릴렌코가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팅을 위해 한국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해외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코로나19로 외국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한다는 점에 끌렸다. 또 감독이 원하는 진호가 기존 한국영화에서 봐왔던 형사의 모습과 달랐다. 클리셰를 깨기도 하고, 엘리트 한 형사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첫 형사 역할이었다. 어떤 준비를 했나. 
“우선 다르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외적으로 자연스럽고 꾸미지 않은 듯한 모습을 연출하면서도 수염을 많이 기른다든가, 짧은 헤어스타일로 강한 인상의 모습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콘퍼런스에서 알리스가 진호를 처음 보고 궁금증을 갖게 되는데 그런 여지를 줄 수 있는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의상도 가죽점퍼 같은 센 인상을 주는 것보다 코트를 선택하면서 말끔한 느낌을 연출하고자 했다.”

-외국 감독과의 작업이었는데, 국내 감독과 어떤 차이가 있었나. 
“한국 감독님과의 차이라기보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인상 깊었던 점은 모니터 석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항상 작은 모니터를 갖고 다니면서 현장을 계속 뛰어다녔다. 때로는 카메라 바로 앞에서 디렉션을 줬다. 그래서 시간을 굉장히 줄일 수 있었다. 그 덕에 속도감 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에너제틱 했다.”

-올가 쿠릴렌코와의 소통은 어땠나.  
“주로 영어로 소통을 했는데, 가끔 통역을 통해 불어로 소통하기도 했다. 올가 쿠릴렌코가 워낙 글로벌하게 작업을 많이 한 배우라 처음에는 나도 낯설기도 하고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게 굉장히 친절하게 맞아줬다. 그리고 쉽지 않은 여건이었을 텐데 현장에서 제작진과 배우, 그리고 나와 잘 소통하고 교류하는 점이 좋았다. 소통하는데 유연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배우가 왜 이렇게 글로벌하게 작업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배니싱: 미제사건’으로 호흡을 맞춘 유연석(왼쪽)과 올가 쿠릴렌코.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배니싱: 미제사건’으로 호흡을 맞춘 유연석(왼쪽)과 올가 쿠릴렌코.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한국어부터 영어, 프랑스어까지 3개국어 연기를 소화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영어는 여행 다닐 때 쓸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주로 영어로 연기를 했어야 했다. 그때 당시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화상 영어 회화를 수강하고 있었다. 이 작품을 하게 되면서 타임마다 여러 선생님과 수업을 진행했고, 교재 대신 시나리오를 보면서 자문을 구했다. 감정이 느껴지는지, 발음이 제대로 들리는지 등 계속해서 물어봤다. 프랑스어 같은 경우는 원래 있던 대사는 아니었다. 그런데 극 중 진호가 프랑스 국적인 알리스를 만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언어를 배워갈 수 있는 시간이 생기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제안을 했고, 감독님이 프랑스어로 대사를 만들어 주셨다. 감독님이 발음도 알려주고 스태프들 중에서도 프랑스 분들이 계셔서 도움을 받으며 촬영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나. 
“앞으로도 해외 스태프들과 작업할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다. 이 작품이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해외 스태프들과 작업하면서 정말 재밌었다. 문화, 언어는 다르지만 공통된 목적을 갖고 가다보니 동질감을 느꼈다. 기회가 있으면 더 많이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응답하라 1994’ 칠봉이부터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원, 이번 진호까지, 따뜻한 면모를 가진 캐릭터들을 주로 선보여 왔다. 이런 캐릭터에 끌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끌린다기보다 그런 제안이 많은 것 같다. 따뜻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찾아다닌 것은 아니지만 작품들을 하다 보니 이미지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모습이 있나 보다. 그래서 중간중간 그렇지 않은 모습의 캐릭터들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도 굉장히 다른 색깔의 인물이었고. 영화나 다른 매체를 할 때 드라마와는 다른 이미지의 역할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TV와 스크린, 뮤지컬 무대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유연석. /제이앤씨미디어그룹
TV와 스크린, 뮤지컬 무대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유연석.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올드보이’(2003)로 데뷔한 뒤, 어느덧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데뷔작도 생각나고, 많은 사랑을 받은 신원호 감독님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 무대에 섰던 순간도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정말 열심히 산 것 같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여한이 없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아쉬울 것 같다. 10년 후 또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이제는 여한이 없다고 할 정도로 더 좋은 작품을 더 많이 해나가고 싶다. 아직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부단히,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뮤지컬 공연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무대 연기를 놓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있나.  
“메커니즘이 너무 다르잖나. 카메라 앞에서 촬영하는 것과 무대에서 하는 게 다르다 보니 다양한 매력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관객분들도 TV나 스크린에서 보던 배우를 무대에서 실제로 보게 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또 무대에 서면서 배워가는 것들이 계속 있다. 그래서 무대를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고, 연극에 대한 관심도 있어서 좋은 기회가 있다면 연극에도 도전하고 싶다.”

-‘배니싱: 미제사건’을 통해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우선 오랜만에 극장 개봉하는 영화로 관객과 만나서 기분이 좋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시길 기대한다. 한국에서 촬영했지만, 해외 감독님이 찍은 이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 주신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저를 보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