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 사회의 가속화 뿐만 아니라 첨단 디지털 기술 기반의 ‘메타버스(Metaverse)’ 기반 예술 작품도 탄생시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ICT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 사회의 가속화 뿐만 아니라 첨단 디지털 기술 기반의 ‘메타버스(Metaverse)’ 기반 예술 작품도 탄생시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l서울=박설민 기자  1997년 출판된 베스트셀러 ‘해리포터’는 흥미로운 마법사 세계관의 구축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시리즈 역시 개봉하는 족족 ‘마법처럼’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때 해리포터 소설과 영화 속에서 등장한 흥미로운 마법 중 하나는 ‘움직이는 그림’이다. 마법으로 제작된 그림 속의 인물과 배경은 액자 속에서 살아 움직일 뿐만 아니라 사람이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묘사된다.

이런 판타지 세계관에서나 등장할 법한 ‘살아 숨 쉬는 예술 작품’이 어쩌면 우리 현실에서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첨단 디지털 기술 기반의 ‘메타버스(Metaverse)’ 기반의 예술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방문한 서울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 ‘아트인메타버스(Art in Metavers)’ 전시관의 모습./ 박설민 기자

◇ 난해했던 예술, ‘메타버스’ 세계에서 직접 보고 느낀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1일 방문한 서울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 ‘아트인메타버스(Art in Metavers)’ 전시회에서는 수많은 미술 작품들이 ICT기술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뉴아트 매니지먼트 기업 아츠클라우드에서 개최한 이번 전시회에는 52개국 10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해 메타버스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아트인메타버스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받은 첫 번째 인상은 ‘동적’이라는 느낌이었다. 기존 우리가 미술 작품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그림이나 조각상과 다르게 전시회의 작품들은 모두 메타버스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현실의 물속에 들어있는 낙엽처럼 보이는 메타버스 그림 작품./ 박설민 기자
수많은 빛구슬들이 시시각각 모양을 바꿔 마치 우주의 은하수를 걷는 느낌을 주는 프롬프터 작품./ 박설민 기자

마치 현실의 물속에 들어있는 낙엽처럼 보이는 메타버스 그림부터 수많은 빛구슬들이 시시각각 모양을 바꿔 마치 우주의 은하수를 걷는 느낌을 주는 프롬프터 작품까지, 가상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은 관람객들의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기괴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흔히 생각하는 추상 미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것도 메타버스 미술을 감상하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사진 위쪽) VR을 착용하고 체험하는 권하윤 아티스트의 ‘새(鳥) 여인(Bird Lady)’ 작품을 설명하는 아트인메타버스 전시관 직원. 실제 VR을 착용하고 작품을 관람하면 아래 사진처럼 중세시대 유럽의 화실에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박설민 기자, 아츠클라우드 유튜브 캡처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권하윤 아티스트의 ‘새(鳥) 여인(Bird Lady)’이었다. VR을 착용하고 체험하는 이 작품은 마치 중세시대 유럽의 화실에 직접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VR을 착용하고 가상의 화실을 둘러보면 환상적인 모습의 새들이 화실을 가득 메우며 날아올랐다. 

안성석 아티스트가 제작한 ‘너의 선택이 그렇다면(If that's your choice)’도 관람객들에게 체험형 예술 작품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직접 범죄자가 되어 작은 자동차를 타고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체험형 예술 작품인 ‘너의 선택이 그렇다면’은 좌석에 앉아 직접 예술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되는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운전을 할 때 진동뿐만 아니라 충돌 시 발생하는 충격도 생생히 전달돼 마치 진짜로 자동차를 타고 추격전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안성석 아티스트가 제작한 ‘너의 선택이 그렇다면(If that's your choice)’를 직접 체험해본 모습. 사진 위쪽에 보이는 것과 같은 자동차 좌석에 앉아 운전하면 충돌 시 발생하는 충격도 생생히 전달돼 마치 진짜로 자동차를 타고 추격전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박설민 기자

◇ 대중들이 예술과 친숙해질 수 있는 메타버스… 미술관 등 전시에도 ‘우수’

IT분야 및 예술 분야 종사자들은 이처럼 흥미로운 메타버스 예술 작품들이 침체되고 있는 예술 산업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난해하거나 지루하다는 편견이 컸던 예술 작품들에 디지털 기술들이 생동감을 불어넣은 메타버스 기반 예술이 대중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연구 바라예술성장연구소의 김태희 소장도 ‘메타버스와 함께 가는 문화예술교육 연구(2021)’ 보고서에서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의 보급으로 뉴미디어 아트는 이미 일반 대중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역까지 왔다”며 “관객의 능동적 참여가 필수적인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는 예술이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메타버스 기반 예술 작품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IT분야 및 예술 분야 종사자들은 흥미로운 메타버스 예술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난해하거나 지루하다는 편견을 생동감을 불어넣은 메타버스에서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설민 기자
실시간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의 추상화의 모습. 일반적으로 정지된 추상화였다면 단순히 난해한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메타버스 세상에 구현된 이 작품은 실시간으로 살아움직여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박설민 기자

메타버스 기반 예술 산업은 단순히 새로운 예술 콘텐츠를 창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의 예술 작품을 복원·전시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 특성상 접근이 어렵거나 제작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훼손된 작품들을 메타버스 내에서 대중들에게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1월 ‘디지털 뉴딜 2.0 초연결 신산업 육성-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광·교육 등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을 위해 문화유산 원천데이터를 구축 및 개방할 것을 약속했다. 해당 원천데이터에는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시설 소장품에 대한 3D데이터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의 성장 역시 메타버스 기반 예술 산업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타버스 내에서 디지털 자산의 역할 및 콘텐츠 제작에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NFT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레 메타버스 내 예술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통상연구팀 유혜정 연구원도 ‘미술시장에서의 NFT 열풍과 저작권 쟁점들에 대한 검토(2021)’ 이슈리포트에서 “실감기술을 통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융합되는 메타버스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메타버스 내에서 디지털 자산의 역할을 하는 NFT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