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간식이라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온 치킨과 그의 단짝, 맥주가 바람만 스쳐도 통증을 유발한다는 ‘통풍’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국민 간식이라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온 치킨이 바람만 스쳐도 통증을 유발한다는 ‘통풍’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치킨과 떼놓을 수 없는 단짝, 맥주도 통풍 발병의 공범으로 몰린 상황이다. 과연 사실일까.

◇ ‘치맥’이 통풍 발병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이유

통풍은 요산이라는 물질이 혈중에 과도(고요산혈증)해지면서 체내에 축적되고, 이것이 결정 형태로 관절에 쌓여 있다가 특정 자극에 의해 염증이 유발되는 질환이다. 발병은 대부분 급성 통풍성관절염으로 시작되는데, 통풍 환자의 90% 이상이 엄지발가락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치료하지 않을 경우 △만성 관절 통증 △운동장애 △관절 변형 등이 생기며, 신장에 요산 결정체가 침착되기도 해 신장 기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지난해 12월 건강보호심사평가원(이하 건평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집계된 국내 통풍 환자수는 46만7,000명(2020년 기준)이다. 지난 2016년(37만3,000명)과 비교하면 1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연령대 별 분포도의 경우 40대가 23.0%로 가장 높았으며, △50대 22.3% △30대 18.0% △60대 17.9% 등이 뒤를 이었다.

치킨‧맥주가 원인으로 지목된 이유는 두 음식에 함유된 ‘퓨린(Purine)’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특히 치킨과 같은 기름에 튀긴 고지방 음식은 요산배설을 감소시킨다. /픽사베이

이 같은 질병에 치킨‧맥주가 원인으로 지목된 이유는 두 음식에 함유된 ‘퓨린(Purine)’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핵산(유전과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물질)의 구성 성분인 퓨린은 체내에서 에너지로 사용된 후 분해되는 과정에서 요산을 만들어 내는데,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는 요산이 체내에 축적돼 통풍을 유발하는 것이다. 

치킨의 원재료인 닭고기에는 퓨린이 함유돼있으며, 치킨과 같은 기름에 튀긴 고지방 음식은 요산배설을 감소시킨다. 알코올이 함유된 주류의 경우 요산 생성증가 및 배설감소를 동시에 불러온다. 특히 맥주의 퓨린 함유량(42.26~146.39μmol/L)은 다른 주류(△약주 8.2~40.41μmol/L △막걸리 11.71~24.72μmol/L △소주 미검출)와 비교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 치맥 외에도 다수 음식에 함유된 ‘퓨린’… 식습관‧체질적 요소 등 발병 요인 다양

치킨과 맥주를 통풍 유발의 주범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치킨과 맥주를 제외하고도 퓨린이 함유된 음식이 많으며, 무엇보다도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비만, 가족력 등 체질적 요소와 같이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한영양사협회 ‘퓨린 함량에 따른 식품분류’에 따르면 곡류를 비롯해 △육류 △어류 △채소류 △과일류 △유지류 등 대다수 음식에 함유돼있다. 100g 기준 퓨린 함량이 가장 많은 식품(150~800mg)은 △등푸른 생선류 △진한 고기국물 △내장부위(곱창·간 등) △발효식품(메주·효모 등) 등이 있다. 50~150mg을 함유한 중정도 식품에는 가금류(닭·오리)를 비롯해 △고기류(소‧돼지) △생선·조개류 △콩류 △시금치·버섯 등이다.

알코올이 함유된 주류의 경우 요산 생성증가 및 배설감소를 동시에 불러온다. 특히 맥주의 퓨린 함유량이 타 주류대비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픽사베이

통풍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유전적 요인이다. 전남대학교 류마티스내과 이신석 교수는 “환자에 따라서는 유전적 요인으로 요산 대사에 관여하는 특정 효소가 부족해 발병하기도 한다”며 “통풍은 대부분 직접 유전되지 않지만, 가족력이 있다면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성별에서 비롯된 통풍 발생률의 차이도 있었다. 건평원의 국내 통풍환자 집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남성 환자의 비율은 92.6%에 달했다. 이러한 차이는 호르몬의 역할에서 발생하는데 여성호르몬이 요산배설을 촉진한다면, 남성호르몬은 요산배설을 억제해 요산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산하 ‘통풍연구회’에서 활동하는 고동진 교수(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시사위크>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치킨·맥주 같은 음식은 요산의 전구물질인 퓨린이 높게 함유돼있어 혈중 요산을 높이고 통풍을 유발하는 위험요소”라며 “맥주는 주류 가운데 퓨린 함유가 특히 높으며, 치킨과 같은 고지방 음식의 경우 급성 통풍 발생에 지방산이 관여한다는 연구들이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킨과 맥주의 인기를 반영하듯 국내에서는 다수의 치맥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개최된 대구 치맥 페스티벌 현장 전경. /뉴시스

다만 치킨·맥주가 통풍 유발의 절대적 원인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 교수는 “기존 연구들에 의하면 통풍 발병의 주원인은 신장(콩팥)에서 요산을 배출하는 펌프의 장애로 배출기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상에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체질적으로 신장의 요산배출 펌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신기능이 정상인 상당수는 치킨·맥주를 많이 먹어도 혈중 요산이 과도하게 증가하거나 통풍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치킨·맥주는 통풍 유발의 위험 요인이지만 절대적 요인으로는 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개인별 요산 배출 능력의 차이가 통풍 발병의 주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풍 관련 유전적·체질적 요인이 한 개인에게 해당되는지에 대한 검사는 일반 진료에서 진행하지 않는 만큼(대부분 실험실 연구로 진행), 치킨·맥주와 같은 퓨린이 높은 고열량 음식 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고 교수는 “치킨·맥주가 통풍 유발 위험의 환경적 요인 중 하나이지만 무조건적인 요인은 아니다. 다만 치킨·맥주의 다량 섭취는 고위험군 집단에서 급성 통풍 발생의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통풍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지방간과 같은 대사성 성인병과 흔하게 동반되는 질환인데, 퓨린 함량이 높은 고열량 음식은 앞서 언급한 질환에도 모두 좋지 않은 음식”이라며 “대개의 통풍·고요산혈증 환자들은 비만·과체중이 동반돼있다. 따라서 과도한 섭취는 통풍과 관련 없이도 좋지 않고, 통풍 환자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최종결론 : 절반의 사실

 

참고자료
-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고동진 교수(대한류마티스 학회 산하 통풍연구회 소속) 서면 인터뷰
- 2021년 12월 건강보호심사평가원 보고서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
-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질환백과 ‘통풍성 관절염’
- 대한영양사협회 홈페이지 기타질환 ‘통풍’
- 아주대학교병원 홈페이지 질환백과 ‘[남자에서 많은 병] 통풍’ 
- 전남대학교병원 홈페이지 질병정보 ‘통풍’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영호 교수 ‘한국에서 흔한 주류의 퓨린농도’, (2011년 3월 대한류마티스학회지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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