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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저항보고서
[멸종저항보고서⑳] ‘죽음의 호수’ 시화호, 생명을 되찾다
2022. 04. 14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멸종(Extinction)’. 지구상에 존재하던 어떤 종이 모종의 이유로 세계에서 사라져 개체가 확인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구의 입장에서 멸종은 항상 일어나는 작은 사건일 뿐이다. 지구의 생명역사가 시작된 38억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생명체 대부분이 사라지는 ‘대멸종의 시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멸종의 원인이 기존의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 아닌, 인간이 직접적 원인이 된 멸종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오염, 불법 포획부터 지구온난화까지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결과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제 지구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 스스로 자초한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는가.” [편집자 주]

생명은 늘 길을 찾는다. 설령 인간에 의해 파괴된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명이 한번 잃어버린 길을 찾는 과정은 대단히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때문에 인간과 자연이 힘을 합칠 때 생명의 길은 다시 찾을 수 있다. 한때 ‘죽음의 호수’라 불렸던 안산시의 시화호가  대표적인 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생명은 늘 길을 찾는다. 설령 인간에 의해 파괴된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명이 한번 잃어버린 길을 찾는 과정은 대단히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때문에 인간과 자연이 힘을 합칠 때 생명의 길은 다시 찾을 수 있다. 한때 ‘죽음의 호수’라 불렸던 안산시의 시화호가 대표적인 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l안산=박설민 기자  “Life finds a Way(생명은 결국 길을 찾습니다).”

영화와 소설로 유명한 ‘쥬라기공원’ 시리즈에 등장한 주인공 이안 말콤 박사의 대사다. 생태계에 어떤 통제나 위기가 닥쳐온다 하더라도 회복할 작은 가능성만 있다면 생명은 다시 번성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생명이 한 번 잃어버린 길을 찾는 과정은 대단히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대표적인 자연재해인 산불의 경우, 한번 망가진 생태계가 복원되기 위해선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자연의 일부인 우리 ‘인간’이 도움을 준다면 이 기나긴 회복의 시간을 훨씬 더 빠르게 단축할 수 있다. 한때 ‘죽음의 호수’라 불렸던 안산시의 시화호가 이 생명의 ‘길’을 찾은 대표적인 예다.

13일 방문한 안산시 대부남동에 위치한 시화호의 모습. 호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넓은 시화호는 얼핏 보면 바다로 착각할만한 크기에 깨끗한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박설민 기자

◇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죽음의 호수’… 인간의 욕심으로 망가진 시화호

올해로 스물여덟살이 된 시화호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호수가 아닌 경기도 안산시·시흥시·화성시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다. 56.5km²의 넓은 면적과 18m의 깊은 수심에 약 1억8,000만톤의 물을 담고 있어 얼핏 보면 호수가 아닌 ‘바다’로 착각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처럼 거대한 시화호가 탄생한 배경은 지난 1987년 4월부터 한국수자원공사와 농어촌공사에서 시화지구 대단위 간척종합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시화방조제를 건설을 시작하면서다. 1994년 1월 24일, 6년 6개월 만에 시화방조제가 완성되면서 시화호가 태어났다. 

당시 정부는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 내부의 바닷물을 빼낸 뒤 시화호를 ‘담수호(淡水湖)’를 만들어 인근 간척지의 농업용수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담수호는 염분의 함유량이 1L 중 500mg 이하인 민물 호수를 말한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시화호의 수질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근처 도시들의 급속한 산업화와 인구증가 등으로 인한 오·폐수 유입이 급속도로 빨라지면서다. 여기에 고여 있는 ‘호수’의 특성상 호수 내 물의 순환이 힘들어 자연 정화조차 불가능했다. 

1994년 조성된 시화호의 오염정도는 심각했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시화호의 오염된 모습. 에메랄드 빛 바닷물과 대조를 이루는 시커먼 색의 오폐수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고여 있는 시화호의 오염정도는 심각했다. 안산시에서 20년 넘게 거주했다는 한 주민도 기자에게 “당시 시화호의 시커멓게 썩은 물에서는 악취가 진동을 해 다가가기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통계에 따르면 방조제가 조성된 후 3년차인 당시 1997년 시화호의 연평균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농도는 17.4mg/L로 측정됐다. 1996년 6월 기준으로는 COD가 무려 20.3mg/L에 달했다고 한다.

COD는 유기물 등 오염물질이 자연적으로 분해될 때 필요한 산소량으로 11mg/L을 초과할 시 용존산소가 거의 없는 오염된 물인 것을 감안하면 시화호가 얼마나 심각하게 오염됐는지를 알 수 있다. 간척사업 이전, 갯벌을 보유한 생태 낙원이었던 바닷가는 시화호가 조성된 3년차, 생명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죽음의 호수’가 되고만 것이다.

이처럼 시화호의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1996년 시화호 수질 개선을 위해 방조제 갑문을 개방했다. 담수화를 잠시 중단하고 오염된 호숫물을 바닷물로 희석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는 더욱 큰 문제를 불러왔다. 시화호 인근 서해 연안까지 시화호 오염수 때문에 오염된 것이다. 다량의 중금속은 서해 연안의 퇴적토층을 오염시켰으며, 적조 현상이 발생해 호수 근처 바다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심각한 생태계 파괴 현상이 야기됐다. 

시화호 정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시화호의 제2 배수갑문의 역할과 안산시 전력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시화호 조력발전소다. 이 조력발전소는 시화호의 물길을 뚫어 깨끗한 해수유통을 통한 획기적인 수질개선효과를 가져왔다./ Gettyimagesbank

◇ 정화활동과 조력발전소, 시화호에 ‘새 생명’을 불어넣다

결국 2001년 1월 정부는 시화호의 담수화 계획을 완전 폐지하고, ‘해수호(海水湖: 바닷물 농도가 높은 호수)’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또한 시화호 생태 관리 계획을 구성해 오염물질 관리 및 갈대를 이용한 인공습지의 조성 등을 통한 대대적인 시화호 정화 사업도 병행했다.

이런 노력 끝에 완전히 망가져버렸던 시화호의 생태계는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시화호의 제2 배수갑문의 역할과 안산시 전력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시화호 조력발전소다. 그동안 막혀있던 시화호의 물길을 뚫어 깨끗한 해수유통을 통한 획기적인 수질개선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조력발전소의 가동 이후 오염된 시화호와 주변 서해 연안 갯벌을 떠났던 ‘수조류(물새)’들이 다시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났다. 민간해양연구기관 해양환경교육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시화호에 살고 있는 조류는 75종, 약 8만2,949마리였으며, 혹고니, 매, 수리부엉이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1종도 함께 발견됐다.

정화된 시화호에 돌아온 멸종위기종 검은머리물떼새의 모습./ 시화호생명지킴이
정화된 시화호에 돌아온 멸종위기종 큰고니의 모습./ 해양환경교육센터

전문가들은 시화호에 물새들이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조력발전소가 가동됨에 따라 시화호에 ‘조간대’가 복원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간대는 만조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의 부분으로 해조류, 패류, 갑각류, 고둥류, 연체류, 식물, 조류 등 여러 생물이 서식하는 장소를 말한다.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등재된 ‘시화호 조력발전소 가동 전·후 조간대 복원과 수조류와의 관계(2012)’ 논문에 따르면 시화호의 조간대는 조력발전소 가동 이후 복원 전 5.3km²에서 복원 후 20.3km²로 늘어났으며, 이후 백로류, 고니·기러기류, 수면성 오리류, 도요물떼새류 등 6개 물새 개체수가 유의미한 증가를 보였다고 한다.

즉, 물새들이 먹이로 삼을 수 있는 여러 해양생물들이 조간대의 복원과 함께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시화호를 떠났던 물새들 역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충남대학교 대학원, 한국수자원공사, 국립중앙과학관 등의 연구진들은 “시화호 조력발전소 가동은 조간대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수조류의 서식지 이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라졌던 조간대가 다시 복원된 유례가 없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검은머리물떼새, 꼬마물떼새 등 수조류 등이 먹이활동과 산란장소로 이용하는 시화호 갯벌의 모습./ 박설민 기자

◇ 완전히 아물지 않은 시화호의 상처, 불법어업과 오염물질 방류 ‘여전’

다만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아직 시화호의 상처가 완치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화호의 겉모습은 예전과 비교하면 치유된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시화호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들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시화호생명지킴이 활동가들도 매서운 안산 대부도의 바닷바람을 뚫고 ‘검은머리물떼새’ 보호를 위한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수막 설치를 끝마친 시화호생명지킴이 한미영 사무국장은 이처럼 궂은 날씨에도 현수막을 설치하고 시화호 갯벌을 모니터링하는 이유에 대해 물새들의 산란장소와 먹이활동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시화호의 환경이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멸종위기의 수조류들이 살아가기엔 턱없이 좁은 갯벌 환경과 불법어업 등의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화호의 대표적 멸종위기종 검은머리물떼새를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시화호생명지킴이 활동가들의 모습./ 박설민 기자 

해양환경교육센터의 ‘조류 시민모니터링 결과(2021)’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 지정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해당하는 검은머리물떼새는 해마다 번식을 위해 시화호 대송습지에 찾아오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사람의 간섭으로 인해 계속 번식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화호생명지킴이 한미영 사무국장도 “시화호의 갯벌 생태계가 회복되면서 조개류가 증가하자 수익을 목적으로 한 불법남획도 심해져 2016년 이후 조개류가 크게 감소해 물새들의 먹이활동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갯벌에 들어가는 일이 많아지면서 검은머리물떼새나 꼬마물떼새들의 산란장소도 함께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화호생명지킴이 활동가들과 기자가 물떼새들이 갯벌에 없는 틈을 타 이들의 산란장소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화호의 갯벌을 방문했을 때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화호 갯벌 내에는 검은머리물떼새들이 낳은 알들이 둥지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둥지 바로 옆에는 사람들의 발자국과 버려진 쓰레기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낚시꾼들이나 갯벌에서 채취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물새알을 밟아 깨뜨리거나 둥지 근처에 다가가 어미새의 포란(어미새가 알을 품는 것)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는 모습이었다.

시화호 갯벌에서 발견된 검은머리물떼새의 둥지. 알이 놓여있었으나 어미새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박설민 기자

아울러 시화호 주변 산업 단지에서 발생하는 오염 역시 여전히 시화호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환경부 지정 안산녹색환경지원센터에서 발표한 ‘시화MTV 악취 현황 및 실태 조사(2020)’에 따르면 시화호 주변 첨단복합산업단지 시화MTV 지역에서는 몇몇 사업장이 악취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측정 협조를 거부했던 한 사업장은 측정 진행 중 눈매움 현상이 나타났으며 측정 완료 전까지 머무를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하게 발생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안산녹색환경지원센터 측 설명이다. 해당 사업장은 부지경계에서 측정했음에도 부지경계임에도 복합악취가 기준치의 1,000배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화호관리위원회 사무국도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시화호 해양환경개선사업 보고서’에서 “시화호 주변 산업단지 인근지역에서는 여전히 중금속 오염이 주의기준을 초과하는 높은 농도가 지속적으로 조사됐다”며 “이들 오염원에 대한 실질적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한때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죽음의 호수라는 비난을 받았던 시화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화호는 인간의 노력과 결국 길을 찾는 생명의 강인함으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화호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들은 존재하며, 이들은 언제든 다시 시화호에 ‘검은 물결’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시화호의 생명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그 사실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생태계 보존의 활동은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했던 시화호생명지킴이 한미영 사무국장의 말처럼 말이다.